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콜린 패럴 -천하의 악동도 변한다

bluefox61 2006. 8. 24. 14:21

마이클 만감독의 ’마이애미 바이스‘를 보면서“이제 콜린 패럴(29.사진)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때”가 됐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동안 콜린 패럴하면 오만방자하고 저속하며, 비열하고 경박하다는 느낌이 대부분이었지요. 


좀더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어 보인다”라고 할까요. 품격이나 고상함같은 것과는 애시당초 인연이 없는 배우란 것쯤은 진즉 알아봤습니다. 그러나 마약주사라도 한방 맞은 듯 건들거리는몸가짐에, 입밖으로 내뱉는 말의 절반쯤은 F로 시작되는 욕설로 뒤범벅이었던 그의 모습은 부정적인 느낌을 더욱 부채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말에는 심지어 섹스 비디오스캔들까지 터졌지요.



80년대 전설적인 TV드라마 시리즈를 영화화한 ’마이애미 바이스‘에서도 패럴의 이미지는 기존의 것과 별로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분출하려는 내면의 화산을 꾹 누를 줄 아는 마이클 만 영화 특유의 남성 캐릭터를 자기 식으로 살려내는 패럴을 보면서  “역시 배우는 연기력으로  말한다”는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게 됐습니다. 

사랑하는 여인 공리의 손에  수갑이 채워지는 모습을 볼 수없기에 ,동료경찰들의 눈을 피해 빼돌려 쿠바 아바나로 떠나보내던 패럴의 망연하면서도 복잡하던 표정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중 하나입니다. 

 

한때 그는 ’아일랜드의 브래드 피트 짝퉁‘으로 불렸던 적이 있습니다. 꽤 잘생기기는 했는데 느낌은 조금 싸구려였던 셈이지요.’마이너리티 리포트‘’폰부스‘’하트의 전쟁‘(2002년)부터 ’알렉산더‘(2004년)에 이르기까지 패럴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자신을 무시하는 세상을 꼬나보면서 언젠가 한방 먹이고야 말겠다는 오기와 반항이 뚝뚝 묻어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얼마전 뒤늦게 국내 단관개봉됐던 아일랜드영화 ’인터미션‘(2003년)은 패럴의 불량기를 제대로 담아낸 작품이라고 할 수있지요. 

 

하지만 현존하는 할리우드 최고 악동으로 꼽혀온 패럴도 ’알렉산더‘를 고비로 조금씩 바뀌어나가고 있는 것같습니다. 서른을 앞둔 나이탓일까요. 아기자기한 농담과 위트로 정평난 우디 앨런의 신작에까지 출연할 예정이라니, 천하의 악동도 세월엔 어쩔 수없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