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올해의 단어'로 본 2014

bluefox61 2014. 12. 26. 16:14

 격동의 2014년을 단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세계 각국의 언론과 단체들이 발표한 ‘2014년의 단어’들을 통해 올 한 해 지구촌의 모습을 살펴본다. 


▶‘불평등’과 ‘외국인전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불평등(Inequality)’이다. FT는 지난해‘양적완화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taper)’,2012년에는 그리스발 유로존 위기를 나타내는 ‘그렉시트(Grexit)’를 올해의 단어로 뽑은 바 있다. 지난 22일 FT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방대한 경제전문서 ‘21세기 자본’이 ‘뜻밖에도’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현상을 지적하면서, "경제패턴이 소수 부호에 의해 지배되던 대공황 이전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피케티의 주장을 강조했다.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뉴스거리도 아니지만,‘대공황 이전시대로의 회귀’에 대한 피케티의 지적은 세계경제에 대한 ‘불길한 예측’이 아닐 수없다는 것이다.

 

 


 무능한 정치와 경제위기로 우울한 한 해를 보낸 프랑스의 올해의 단어는 진정제를 의미하는 ‘메디칼망(medicalmant)’과 싸구려식사를 뜻하는 신조어 ‘카스-크로트(casse-crotte)’이다. 13년째 올해의 단어 선정 이벤트를 개최해오고 있는 XYZ신조어페스티티발 측은 ‘메디칼망’이‘메디카망(medicament:‘의학적’이란 뜻)’과 ‘칼메르(calmer: ‘진정시키다’란 뜻)’의 합성어라고 설명했다.‘카스-크로트’는 ‘간단한 식사’를 뜻하는 ‘카스-크루트(casse-croute)’의 발음을 살짝 비튼 신조어란 것. ‘크로트’란 단어가 토끼나 염소의 동글동글하고 딱딱한 똥을 뜻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카스-크로트’는 열악한 경제사정으로 인해 질나쁜 먹거리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프랑스인의 심정을 담고 있다.
 노르웨이언어위원회는 올해의 단어로 ‘외국인전사(fremmedkriger)’를 뽑았다. 노르웨이를 비롯해 유럽, 미국, 호주 등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수니파 극단주의조직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충격과 우려를 담고 있는 단어이다. IS의 외국인전사들이 귀국해 테러를 벌일 가능성에  노르웨이는 물론 전 세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호주국립사전센터는가 지난 10일 발표한 올해의 단어는 ‘셔트프론트(shirtfront)’이다. 와이셔츠의 앞섶을 가리키는 ‘셔트프론트’는 호주에서 럭비경기 중 상대 선수의  가슴으로 점프하면서 태클을 거는 것을 의미하는 스포츠용어이다. ‘정면대결하다’‘담판짓다’ 등으로 의역할 수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는 ‘멱살잡다’ 쯤의 의미이다. 이 단어는 지난 11월 토니 애벗 호주 총리가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언론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피격된 말레이시아 항공기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셔트프론트를 하겠다(I’m going to shirtfront Mr. Putin)’고 말하면서 큰 이슈가 됐다. 총리의 이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적절치못한 단어사용’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푸틴대통령이 유도선수 출신이란 점에서, 애벗 총리가 그와 맞대결을 벌이면 ‘셔트프론트’을 제대로 잡을 수나 있겠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제키 렘비 호주 연방의회 상원의원은 "총리의 발언에 대해 ‘우둔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전혀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며 국가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베이프(vape)’와 ‘컬쳐(Culture)’=지난 17일 영국 옥스퍼드사전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베이프를 지난 12개월을 아우르는 옥스퍼드 선정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올해의 단어는 셀프사진을 뜻하는 ‘셀피(selfie)’였다. 옥스퍼드사전 측은 "올해 전자담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베이프’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베이프는 증기를 일컫는 베이퍼(Vapour)와 증발하다는 뜻을 가진 베이포라이즈(Vaporize)를 줄인 단어다. 미국의 대표적인 영어사전 메리엄웹스터는 지난 15일 올해의 단어로 ‘컬처(문화)’를 선정했다. 이 단어를 통해 영감을 얻거나, 삶의 방식을 점검하려는 시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란 것이다. 피터 소콜로스키 메리엄웹스터 편집자는 독자들이 이 단어를 사전에서 찾는 이유에 대해 "무슨 뜻인지 몰라서가 아니라 영감을 얻거나 삶의 방식을 점검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파(法)’와 ‘흑(黑)’’= 중국 교육부 산하 국가언어자원조사연구센터와 상무인서관이 지난 22일 발표한 올해의 한자는 ‘법치(法治)’를 의미하는 ‘파(法)’였다. 심사단은 "올해 10월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의법치국(依法治國)’을 선언했다"며 "깨끗한 정치를 제창하든 스모그를 퇴치하든 법은 모두 필요한 전제조건이 된다"고 설명했다.‘파’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장 이후 ‘호랑이(고위관리)’든 ‘파리(하급관리)’든 법에 따라 부정부패를 색출해 처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의 체포에 이어, 22일 링지화(令計劃)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공작부장이 체포되는 등 이같은 분위기는 올해 내내 이어졌다.  그런가하면 올해의 중국 국내 단어로는 ‘반부패(反腐)’, 올해의 국제사회 한자와 단어로는 ‘실(失)’과 ‘말레이시아항공(馬航)’이 뽑혔다. ‘실’이 선정된 이유로는 연 초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을 시작으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한 때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것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에 대한 ‘통제권 상실’, 중동에서의 ‘실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신뢰도 상실(하락)’ 등이 꼽혔다.
 일본한자검정능력협회는 지난 12일 올해의 한자로 세금을 의미하는 ‘세(稅)’를 뽑았다. 지난 4월 일본 소비세가 5%에서 8%로 ‘껑충’ 뛴데다 아베신조(安倍晋三)총리가 내년 10월 소비세를 10%까지 올릴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아베노믹스’ 시대의 지속은 확정된 상태다.대만의 ‘올해의 한자’는  ‘흑(黑)’이다. 대만연합보는 전화투표 결과 ‘흑’이 1만2489표를 얻어 60여개의 다른 후보 단어들을 제치고 선정됐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부정부패와 대형 가스폭발 등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던 올 한해  마잉주(馬英九) 정권에 대한 대만 국민의 분노와 답답함이 반영된 단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