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지구촌 전망대

말리와 알제리... '아프리카니스탄'의 오해와 진실

bluefox61 2013. 2. 4. 14:36

프랑스의 말리 내전 개입과 알제리의 천연가스전 인질사태를 계기로 요즘 국제뉴스에 부쩍 자주 등장하는 신조어가 있다. 바로 ‘아프리카니스탄’과 ‘사헬스탄’이다. ‘스탄(stan)’이란 페르시아어로 ‘땅’이란 뜻의 일반명사지만,최근엔 아프가니스탄을 상징하는 단어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니까 이들 신조어는 12년째 탈레반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딜레마가 미국 등 서구사회를 얼마나 짓누르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실 아프리카는 아프가니스탄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아프리카 극단이슬람 테러의 뿌리가 아프가니스탄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수많은 북아프리카 청년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건너가 무자헤딘(전사)이 됐고, 소련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전쟁기술을 습득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온후 군사독재정부에 맞서 싸우는 반군이 됐다. 알제리 인질사태를 일으켜 세상을 깜짝놀라게 한 모크타르 벨모크타르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아프리카니스탄은 잘못된 표현이다. “모든 전쟁은 다 다르다”란 말처럼 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 테러의 원인과 현실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아프리카 혼란은 유럽 강대국들의 식민주의체제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군부독재체제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있다. 

알제리 경우, 1991년 총선에서 이슬람계 정당들이 승리를 거둔데 대해 군부가 무효를 선언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후 이슬람세력을 대대적으로 탄압해 20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 오늘날 사헬 지역을 테러기지로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석유자원과 지정학적 필요성에 의해 세속 군부정권을 비호했던 것이 반미주의를 불러 일으켰고, 이를 알카에다가 이용해 극단이슬람주의 무장테러의 씨앗을 뿌렸다. 

말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랫동안 분리독립투쟁을 벌여온 투아레그족이 주축이 된 무장조직 안사르딘이 지난해 3월 말리 북부지역을 무장점령하게 된 것도 군부가 무능한 민간정부를 무너뜨리고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계기가 됐다. 이집트와 리비아가 ‘아랍의 봄’이후 또다시 혼란 속으로 급격히 휘말려들어가고 있는 것 역시 수십년에 걸친 독재체제하에서 억눌려진 소외계층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어찌보면 자연스런 단계라고 할 수있다. 

 

알제리 사태의 초기충격이 어느정도 가라앉으면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준동하고 있는 무장세력이 이른바 글로벌 지하디즘(성전주의)보다는 지역적 갈등성향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프리카 무장조직의 행태가 중동 기반의 테러조직들과 상당히 다른 점도 눈여겨봐야할 부분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니스탄이란 식으로 아프리카 갈등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응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아프리카 대륙에 번지는 테러의 불길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 뾰족한 묘안이 없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아프리카 이슬람 인구 중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원하는 온건파가 여전히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어쩌면 거기에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여전히 먼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도 이제는 아프리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관심, 그리고 정치적 경제적 발전을 위한 공동책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이다. 지구 한 쪽의 불안과 혼란은 언젠가 우리를 겨냥한 화살로 되돌아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