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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의 여인들'을 통해 본 미술품 경매의 이모저모

bluefox61 2015. 6. 10. 14:26

지난 5월 11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현대 미술품 경매의 새로운 역사가 작성됐다. 파블로 피카소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 1954~55년작)’이 1억7936만5000달러(약 2010억원)에 낙찰돼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날 경매에서는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1947년작)’도 1억4128만5000달러에 낙찰돼 조각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역대 최고가 경매 미술품은 ‘알제의 여인들’이 아니라 폴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1892년작)’이다. 지난 2월 뉴욕타임스(NYT)등 외신들은 스위스 바젤에서 진행됐던 비공개 경매에서 이 작품이 무려 3억달러(약 3361억원)에 팔렸다고 보도했다.시장에서는 경매가가 3억 달러를 넘는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 이전의 비공개 경매 최고가 기록은 지난 2011년 2월 2억5000만~3억 달러에 팔린 것으로 알려진  폴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8월,역시 비공개로 경매된  마크 로스코의 ‘넘버 6 : 보라 , 초록 , 빨강(1951년작)’은 1억8600만 달러에 팔렸다. 극소수의 초부호 수집가들만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경매에서 오가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뭉치는  크리스티, 소더비 등과 같은 유명 경매소에서 작성되는 공개 경매가와 큰 차이가 있다.


경매시장의 큰 손들은 누구일까.1980년대에는 ‘거품경제’를 구가하던 일본 부호들이 경매시장을 쥐고 흔들었고, 1990년대부터는 오일머니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러시아와 중동 갑부들이 큰 손으로 등장했다. 2010년대에 들어 중국 부호들이 새로운 고객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현대 미술품 보다 자국 골동품을 더 많이 사들이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 미술품 경매의 역사는 일본 수집가들이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87년 3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일본 야스다(安田)해상화재보험(현재 손보재팬)이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15송이(1888년작)’를 2457만 파운드에 구매한 것. 현 시세로 약 8200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경매가에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그 이전까지 경매 최고가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화가 안드레아 만테냐의 ‘목자들의 경배(1495~1505년 작 추정)’가 1985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작성한 810만 달러였다. ‘해바라기 15송이’ 이전까지만 해도 수집가들의 관심은 주로 르네상스 시대 회화에 집중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목자들의 경배’이전의 최고 경매가는 1967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지네브라 데 빈치의 초상(1474~78년작 추정)’의 500만 파운드였다. 


따라서 ‘해바라기 15송이’를 계기로, 미술품 경매의 중심축이 현대회화로 이동하게 됐고, 특히 19세기 인상파 회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8년에는 미쓰코시(三越) 사가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피카소의 ‘곡예사와 젊은 광대(1905년 작)’를  2090만 파운드에 사들였고, 1990년에는 다이쇼와 (大昭和)제지회사의 사이토 료에이(齊藤了英) 명예회장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반고흐의 ‘가셰박사의 초상(1890년작)’를 8250만 달러에 사들여 당시 최고 경매기록을 작성했다.


공개 경매 미술품 톱 10

  1. 파블로 피카소 ‘알제의 여인들’ (2015년 5월11일, 뉴욕 크리스티) = 1억7936만5000달러
  2. 알베르토 자코메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 2015년 5월11일, 뉴욕 크리스티) = 1억4128만5000달러
  3. 프랜시스 베이컨 ‘루시안 프로이트의 세가지 연구’(2013년 11월12일, 뉴욕 크리스티) = 1억4240만달러
  4. 에드바르 뭉크 ‘절규’ (2012년 5월2일, 뉴욕 소더비) = 1억1992만달러
  5. 파블로 피카소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2010년 5월4일, 뉴욕 크리스티) = 1억648만달러
  6. 앤디 워홀 ‘실버 카 크래시’(2013년 11월13일, 뉴욕 소더비) = 1억544만달러
  7. 파블로 피카소 ‘파이프를 든 소년’(2004년 5월5일, 뉴욕 소더비) = 1억416만달러
  8. 알베르토 자코메티 ‘걷는 남자’(2010년 2월3일, 런던 소더비) = 1억393만달러
  9.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차’(2014년 11월4일, 뉴욕 소더비) = 1억96만달러
  10. 파블로 피카소 ‘고양이를 안고 있는 도라 마르’(2006년 5월3일, 뉴욕 소더비) = 9천521만달러


비공개 경매 미술품 톱 3

  1. 폴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 (2015년 2월 ) = 3억 달러 이상 (추정)
  2. 폴 세잔의 ‘카드하는 사람들’(2011년 4월)= 2억5000만~3억 달러(추정)
  3. 마크 로스코의 ‘넘버 6 : 보라 , 초록 , 빨강’(2014년 8월) =1억8600만 달러(추정)

자료 AFP 


1990년대부터는 거품경제가 꺼진 일본 대신 러시아와 중동의 부호들이 경매시장을 움직이는 최대 고객이 됐다. 이들은 19세기 인상파 회화 뿐만 아니라 20세기 추상화 , 팝아트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그 덕분에 로스코,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등의 작품 경매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됐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큰 손 수집가로는 세계최대 비료생산업체 우랄칼리의 설립자 겸 회장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 오일 부호이자 영국 첼시축구단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등이 꼽힌다. 리볼로프레프는 특히 로스코의 광팬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8월 비공개 경매에서 로스코의 ‘넘버 6: 보라,초록,빨강’을 1역 8600만 달러에 산 수집가 역시  리볼로프레프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카타르 왕실이 경매시장의 큰 손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포스트와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을 산 사람이 하마드 빈 자심 빈 자베르 알타니 전 카타르 총리라고 전했다.왕족 인 그는 18년간 외교 장관 등을 거쳐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총리를 지내며 카타르를 중동 맹주 반열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카타르 왕실은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를 비롯해 데미안 허스트의 ‘봄의 자장가’,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등의 구입자로도 지목되고 있다. 2013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카타르 왕실의 미술품 컬렉션을 주도하는 인물로 셰이카 알 마야싸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공주를 지목하면서 ‘세계미술 시장의 파워 넘버 1’으로 평가했다. 올해 32세인 알 마야싸 공주는 카타르를 현대 미술의 새로운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인물로, 그가 이끄는 카타르뮤지엄국의 미술품 구매 예산은 연간 10억 달러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