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바루파키스, "드라크마화 결제시스템 도입 위해 국세청 해킹" 발언파문

bluefox61 2015. 7. 27. 11:54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가 지난 1월 총선 승리로 정권을 잡기 한달 전부터 유로화 결제시스템을 그리스의 옛 화폐인 드라크마화로 전환하는 ‘플랜B’를 비밀리에 진행해왔으며, 이를 위해 재무부 산하 국세청 컴퓨터프로그램을 해킹까지 했다고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이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절대 유로존 탈퇴는 없다"고 주장했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뒤로는 그렉시트(Grexit)를 준비했던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이 분명한 핵폭탄급 폭로다. 하지만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지원이 끊겨 그리스 금융계가 멈춰설 경우를 대비해 필요한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당초 계획을 지시했던 치프라스 총리가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포기했고,지난 5일 국민투표가 치러진 날 총리의 결심을 알게 된 것이 재무장관직을 내놓은 이유였다고 바루파키스는  밝혔다.

 

 


 그리스 정부가 드라크마화 도입을 위해 정부기관을 해킹했다는 엄청난 사실을 바루파키스가 공개한 것은 지난 1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금융 싱크탱크 공식금융통화기구포럼(OMFIF)주최 ‘그리스의 날’ 전화컨퍼런스에서였다.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는 26일 바루파키스의 발언녹음을 푼 원고를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했다. 
 바루파키스에 따르면,지난해 12월 치프라스 당시 시리자 당수는 그리스 금융이 올스톱될 경우를 대비해 드라크마화로 결제할 수있는 이른바 ‘병행지불시스템( parallel payment system)’을 만들자는 바루파키스의 계획을 승인했다. 바루파키스는 도움을 받기 위해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 중인 컴퓨터 전문가 친구에게 연락했고,소규모 팀을 꾸려 작업을 진행하던 중 시리자 정부가 총선에 승리하면서 재무장관이 됐다. 바루파키스는 장관에 취임한 날  컬럼비아대 교수 친구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 하드웨어(재무부)는 장악했지만 소프트웨어는 장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가 국세청 등 재무부의 핵심업무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을 가리킨 말이었다. 유사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유로화 결제시스템을 드라크마화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가입자들에 관한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국세청이 가지고 있는 모든 납세자들에 관한 정보가 필요했다. 따라서 해킹팀이 트로이카 몰래 국세청을 해킹했다는 것이다. 장관이 자기 부처 산하 기관의 해킹을 주도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바루파키스 는 " 총리의 허가만 떨어지면 (플랜B를) 작동시킬 준비가 다 돼있었다"면서  "치프라스에게 (만약 플랜B를 시행하면) 평탄한 항해는 못하겠지만 (그리스 경제의)자유를 위해선 지불해야할 댓가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그는 최종 승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언제 치프라스가 그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국민투표 당일 밤 그의 뜻을 분명히 알게돼 사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카티메리니 등 그리스 언론들의 첫 보도가 나간 이후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26일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기사에서 인용한 발언은 대체로 정확하다"면서도 "그리스 언론들이 마치 시리자 정부가 정권 초부터 드라크마화로 돌아갈 음모를 꾸민 듯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나는 항상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강하게 반대해왔다"며 ‘플랜B’는 유사시를 대비한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6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면에 기고한 글에서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은 그리스의 채무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증가시킬 것이며, 그리스가 결국 국제 채권단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