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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당이 절멸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눈을 감은채 팔을 내밀어 앞을 더듬으면서 절벽 끝으로 걸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가 노동당의 새 당수를 뽑는 선거를 이틀 앞둔 12일, 가디언지에 기고한 공개서한에서 강경 좌파인 제러미 코빈(66)후보를 찍어서는 안된다고 당원들에게 호소했다. 블레어는 지난 7월 22일 노동당 싱크탱크 행사에 참석해  " 노동당은 중도로 변해야 승리할 수 있다"며 "광범위한 중도층에 호소하고, 노조는 물론 기업을 지지할 때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있다. (문화일보 8월 7일자 33면 참조)
 블레어는 이번 서한에서  "지금 (노동당이 처한)상황은 1980년대보다 훨씬 더 나쁘다"며 " 만약 코빈이 새로운 노동당 당수로 당선된다면, 다음 총선(2020년)은 1983년과 2015년에 노동당이 겪었던 참패 정도가 아니라 절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 코빈 후보가 뭔가 새로운 것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웃기는 일"이라면서  " 당신(노동당 당원)이 좌파든 우파든 중도든, 나를 지지하든 증오하든 상관없이 우리가 지금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8선 하원의원이면서도 당내 아웃사이더로 분류되는 코빈은 긴축정책 대신 경기부양정책,기간산업의 재국유화를 주장하는 등 선명한 좌파 공약으로 ‘보수당 따라하기’에 지친 골수 노동당원과 청년 당원들을 사로잡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1일 여론조사기관 유거브의 발표에 따르면, 코빈은 지지율 53%로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다. 2위인 앤디 버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무려 32%포인트나 된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코빈은 1차투표에서 나머지 3명의 후보를 가볍게 물리치고 노동당 당수직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BBC 등에 따르면, 12일에 끝난 유권자(당원,등록지지자,제휴노조원) 등록 결과 총 61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총선 전 약 20만 명이었던 숫자가 3배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지난 24시간동안에만 무려 16만명이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 지도부는 신규 등록자 대부분을 코빈지지자로 보고 있으며, 보수당 등 다른 정당들의 사주를 받은 사람들이 노동당을 분열 또는 망하게 만들기 위해 노동당 지지자를 가장하고 들어왔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투표일정은 오는 9월 10일 끝나며,당선자는 이틀 뒤 노동당 특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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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자>

 

 제러미 코빈(66).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대다수 영국 국민들에게조차 낯선 이 이름이 지금 영국 정계에서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노동당 차기 당수 선거에 후보로 출마한 코빈이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나머지 후보 3명을 멀리 따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 급진좌파 시리자 정부가 등장했듯이, 과연 영국에서도 골수 좌파 야당 당수와 총리가  탄생하게 될까.

  

 

 

 


 ▶‘반골 중의 반골’의 돌풍 = 영국 정계 안팎은 지금 ‘코빈 돌풍’에 깜짝 놀라고 있다.  지난 6월초 코빈이 경선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만해도, 그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면서 노동당 당수 직에 근접할 수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 그 누구보다도 코빈 자신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코빈은 8선 하원의원이기는 해도, 노동당 내의 비주류인 강경좌파를 대표하는 반골 중의 반골이다.4명의 후보 중 가장 연장자인데다가 의원경력 30년이 넘지만 역대 노동당 정권이나 그림자 내각에서 각료직을 맡은 적이 한 번도 없고, 대중적 인지도도  최하위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2개월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보수당 따라하기’에 지친 노동당의 골수 좌파와 젊은 당원들이 3명의 주류후보들을 외면하고 코빈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29일 데일리메일은 노동당내 비밀여론조사 결과를 단독입수했다면서, 코빈의 지지율이 42%을 기록했고  토니 블레어 전 총리를 추종하는 이른바 ‘블레어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베트 쿠퍼 의원이 22.6%, 앤디 버넘의원은 20%,리즈 켄들 의원이 14%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1차 투표에서 하위 득표자인 번햄과 켄달이 떨어져나가고, 2차 투표에서 코빈이 51%를 득표해 49%를 득표한 쿠퍼를 제치고 노동당의 새로운 당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왜 코빈인가 = 코빈 돌풍은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73)돌풍과 공통점이 많다. 둘다 후보들 중 최고령이고, 비주류 골수 사회주의자이며, 최저 인지도 후보에서 최고 인기 후보로 급부상했고, 소규모 토론회 중심의 풀뿌리 선거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물론 코빈은 지지율 1위이고, 샌더스의 지지율은 민주당의 막강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한 참 못미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정책과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지형을 들여다보면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일명 ‘코비노믹스(Corbynomics)’로 불리는 코빈의 경제정책은 긴축정책 중단, 철도의 재국유화, 부유세의 대폭 인상, 최저임금 인상, 대학 등 고등교육의 무상화 ,대규모 공공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이 핵심이다. 코빈은 " 유권자들에게 분명한 반긴축 노선을 제시하기 위해 경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소속 상원의원으로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샌더스 역시 "대형 은행 해체와 조세제도 개혁 등을 통해 극소수 재벌에 편중돼있는 부를 중산층과 빈곤층에 재분배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공립대학의 등록금 폐지, 학생 부채 삭감, 일자리 창출을 위한 1조 달러 규모의 공공투자사업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노동당과 민주당이 보수 우파 정당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답습해 전통적인 지지세력으로부터 외면받았다고 비판하면서, "전통적인 진보 좌파의 정신을 되찾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 5일자 기사에서 코빈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 "주류 정치인, 직업정치인의 식상한 틀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또 "코빈이 전형적인 늙은 좌파,늙은 막시스트이지만 경제난과 정치,사회의 보수화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그는 매우 신선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초비상’노동당, ‘표정관리’보수당 = 코빈이 당수로 선출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노동당 주류와 지도부는 패닉상태에 빠져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코빈에 흔들리는 심장을 가진 당원은 이식수술을 받아라"라며 반코빈 노선을 분명히했다. ‘제3의 길’을 제시하면서 노동당 13년 정권을 창출했던 블레어는 그는 최근 "전통적인 좌파 공약으로는 승리할 수 없고 낡은 좌파 공약이 승리로 이끌더라도 그런 노선을 택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국민은 낡은 좌파 공약을 더 이상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노동당)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당의 ‘로열 페밀리’로 꼽히는 키녹 집안 출신의 닐 키녹 하원의원 역시  최근 옵저버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지금 토론을 이끌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2020년 총선에서 노동당의 승리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당원들이 비현실적인 환상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아니라고 호소했다. 앨런 존슨 전 내무장관은 "당장 (코빈 지지의)미친 짓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시리자 당이 3차 구제금융을 둘러싼 노선갈등으로 붕괴할 지경인 것처럼, 노동당 역시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놓고 두쪽날 지경이다.
 ‘코빈 돌풍’을 가장 반기는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수당이다. 코빈이 노동당 당수로 선출되면, 평범한 영국 유권자들이 2020년 총선에서 노동당을 외면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치솟는 인기에 미국 공화당은 곤혹스러워하고, 민주당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보수성향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공공연히 독자들에게 " 지금 당장 노동당 당원으로 등록해 코빈에 표를 던져 노동당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자"는 캠페인을 공공연하게 벌이고 있다. 노동당 지도부는 코빈을 당수로 뽑기위해 최근 강성노조 및 녹색당원들이 대거 노동당에 유입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수 선거일정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영국 노동당 당수 선거는 오는 12일까지 당원유권자 등록을 마감한 후 14일 전국 각지에 투표용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당원투표는 9월 10일까지 이어지며, 당선자는 9월 14일 특별 당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제레미 코빈은 1949년 전기기사 아버지와 수학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1930년대 중반  스페인에서 좌파 인민전선 정부와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이끄는 극우 군부세력 간의 내전이 벌어졌을 당시 평화운동에 참여해 활동하다가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코빈은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로부터 반전, 평화주의에 대한 열정을 물려받은 셈이다. 
 66세 나이가 말해주듯 코빈은 그리스 시리자당의 당수이자 총리인 알렉시스 치프라스(41)나 스페인 신생정당 포데모스의 당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37)처럼  매력적인 외모와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젊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렇다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려한 말솜씨를 가졌다거나,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처럼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쏟아내며 골수 지지자들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유형도 아니다. 카리스마와도 거리가 멀다. 턱수염을 기른 평범한 초로의 신사같은 이미지를 가진 그는 시장에서 옷을 사입고, 자동차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정책토론을 더 즐기는 스타일로 알려져있다.
 이처럼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와 달리 코빈은 반골, 강성 좌파, 평화운동가, 반인종차별주의 운동가로 정평나 있다. 1983년 런던 아이슬링톤 노스 지역구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지난 5월 총선까지 7차례나 재선됐을 정도로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탄탄한 신임과 지지를 받고 있다. 5월 총선에서는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게리 애덤스(오른쪽)와...

 

코빈이 영국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84년 런던 주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앞에서 반아파르트헤이트(반흑백차별주의)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체포되면서부터이다. 이후 그는 의회 내에서 반인종주의를 부르짖으면서 남아공 백인정부에 대한 제재 촉구운동을 벌였고,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통일을 주장하며 1984년 북아일랜드 신페인당의 게리 애덤스 당수를  의회에 초청해 마거릿 대처 당시 총리 정부뿐만 아니라 노동당 지도부와 정면 출동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중반 토니 블레어 정권 때에는 이라크전 반대시위에 앞장섰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정책에 매우 비판적이고, 영국의 국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공화주의자이며, 서민들의 고통을 요구하는 긴축정책에 반대한다.하원 통계에 따르면, 코빈은 2005~2010년간 의회에서 치러진 다양한 표결에서 무려 238회나 반대표를 던졌다. 그만큼 반골정신으로 똘똘 뭉쳐져있다는 이야기이다. 2013년에는 평화운동에 헌신해온 공적을 인정받아 간디국제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생활 면에는 3번 결혼해 3자녀를 두고 있다. 특히 두번째 부인과는 자녀 교육방식을 놓고 서로 다른 교육철학으로 충돌하다가 이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어했지만,코빈은 공립학교를 주장하다가 서로 사이가 벌어진 것. 코빈은 독일처럼 영국도 대학 등 고등교육을 무상으로 국민에게 제공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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