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67

인터뷰/가수 심수봉

첫인상은 ‘충격’이었다. 1978년 MBC 제2회 대학가요제 TV방송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났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평범한 외모와 자그마한 몸집의 여학생이 흰색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며 불렀던 ‘그때 그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금이야 ‘재즈피아노’가 대중화됐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가수가 재즈스타일로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부르는 트로트 가요란 듣도보도 못한 것이었다. 대학생들의 풋풋한 열기와 매력으로 넘쳐나는 대학가요제에서 심수봉이란 여학생의 존재는 매우 이질적이었다. 그렇게 첫만남을 가진 지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가수 심수봉은 이제 현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아티스트가 됐다. 20세기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에 비극적으로 휘말..

인터뷰/ 션, 정혜영

지난 7일 오후 3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단국대 내 학생극장. 학생 300여명의 눈과 귀는 한 남자에게 쏠려있었다. 연단에 선 사람은 힙합듀오 지누션의 션(36·한국명 노승현). 그의 강연은 엉뚱하게도 아내인 탤런트 정혜영과 션 자신의 2004년 결혼식 비디오 상영으로 시작됐다. “우리 두 사람뿐만 아니라 하객 모두 참 행복해보이죠? 큰 행복을 함께 느껴보고 나니깐 아내에게 뭔가를 제안하기가 참 편하더라구요. 손에 움켜쥐기보다는 좋은 일을 하며 살자고 했지요. 매일 1만원씩 모아서 매년 결혼기념일에 기부하자고 제안했는데, 큰 부담은 없는 액수이기 때문인지 아내가 선뜻 그러자고 하더라구요. 1년 동안 매일 1만원씩 모으니까 1500명에게 이틀 동안 식사를 제공하고도 남는 돈이 됐습니다. 여유있을 때..

인터뷰/배철수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은 틀림없는 사실인 모양이다. 1970년대말~80년대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라고 부르짖으며 ‘청년문화’의 코드가 됐던 한 남자가 있다. 마른 몸매는 20대때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머리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은 지 이미 오래다. 50줄의 나이에 들어선 지도 벌써 6년째. 그런 시간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청년정신’을 잃지 않은 채 음악과 함께, 마이크 앞에서, 20대 전후의 젊은 청취자들과 교감하며 19년의 세월을 보내왔다면 그는 진정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 배철수(56). 이제는 록가수라기보다는 디스크자키, 방송인으로 더 익숙해진 이름이다. 그가 1990년 3월19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MBC 라디오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오후 6~8시)..

인터뷰/신애라,차인표

탤런트 신애라(40)씨는 지난 3월 남편 차인표씨와 함께 다녀왔던 아이티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카리브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나라 아이티는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정치불안과 철마다 반복되는 허리케인, 폭우 등 자연재난으로 찢길 대로 찢긴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두 사람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국제 아동구호재단 컴패션을 통해 이곳을 찾았다. “필리핀과 에티오피아에서 상상하기도 어려운 끔찍한 가난에 처해 있는 어른, 아이들을 수없이 만났어요. 하지만 아이티는 그 나라들과 또 다르더군요. 필리핀과 에티오피아에서는 가난한 사람들만 가난했다면, 아이티는 말 그대로 전국민이 걸인인 듯 보였어요.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저희에게 뭔가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손목시계는 물론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모..

아카데미가 주목한 낯선 배우들

국내개봉 중인 는 뭐니뭐니해도 ‘배우의 영화’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야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무엇보다 뛰어난 작품이란 의미다. 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중심 캐릭터는 개방적인 플린 신부,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알로이셔스 수녀, 순진무구한 제임스 수녀 3사람이다. 각각의 캐릭터를 맡은 배우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메릴 스트립, 에이미 애덤스는 약10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심리를 쥐었다 폈다 하면서 “연기란 과연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하지만 에는 위의 3명 이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또한명의 캐릭터가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1960년대 초 , 미국 뉴욕 브롱크스지역 가톨릭고등학교의 유일한 흑인학생인 도널드의 엄마 ‘밀러부인’이다. 영화 속에서 밀러부인이..

마키 루크

“가슴을 찢는 듯(heartbreaking) 한 연기였다” “ 11일동안 요란스러웠던 축제는 결국 이 한 남자에게로 모아졌다” “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감이다.” 미국 할리우드를 비롯해 전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이 ‘무덤’으로부터 살아 돌아온 한 남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미키 루크(51) . 지난 6일 폐막한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에서 루크는 죽음을 앞둔 늙은 레슬러를 실감나게 연기해 극찬을 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루크 최고의 명연기란 점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타임지의 평론가 리처드 콜리스는 “ 과거의 배우였던 루크가 이제 미래를 손에 쥐게 됐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내년 초 아카데미 영..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할리우드 배우들 중 ‘수퍼 히어로’와 거리가 먼 이미지의 소유자 중 한 사람이 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43)이다. 1992년 에서 보여줬던 걸출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것이 바로 ‘마약’이기 때문이다. (1993) (1994) (1997) (2000) 등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내놓는 가운데에서도 그는 마약 복용으로 인한 체포와 재판 스캔들로 수없이 여러번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와 체포, 그리고 재판들 그 중간중간엔 마약중독재활센터를 제집 드나들듯이 했고, 별거와 이혼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TV 인기시리즈 로 재기하는가 했더니, 이내 마약복용으로 경찰에 체포돼 퇴출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동세대 최고의 연..

‘페드라’를 찾아 떠난 줄스 다신

미국 태생의 그리스 감독 줄스 다신의 1962년작 는 앤소니 퍼킨스가 ‘페드라! ‘라고 절규한 후 바흐의 명곡 ‘토카타와 푸카’를 목청껏 부르면서 스포츠카를 몰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마지막 장면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미국에선 흥행에 참패했지만, 유럽과 한국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KBS 등 TV를 통해 수차례 방송됐고, 90년대 중반 고전영화팬들을 위해 짧게나마 재개봉되기도 했었다. 를 비롯해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줄스 다신 감독이 지난 3월 31일 그리스 아테네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향년 96세이다보니, 아직도 생존해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애도성명을 내고 “ 그리스국민들은 진정한 창조자이며 친구였던 다신의 죽음에 ..

모니카 벨루치

영화기자로 얻는 보너스 중 하나는 세계적 스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칸, 베를린 등 유명영화제에서 미남 미녀 스타들을 적지 않게 만났지만 , 그중 딱 한명만 골라내라면 이탈리아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를 꼽겠습니다. 벨루치가 남편 벵상 카셀과 함께 출연한 가스파르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으로 2002년 칸 영화제를 찾았을 때였지요. 붉은색 화려한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벨루치를 보면서, ‘디바’란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숨을 막히게 만드는 농염한 아름다움이라고 할까요. 그 날 기자회견은 영화 속 성폭력 묘사를 둘러싼 카셀과 기자들 간의 논쟁으로 날카로운 분위기였지만, 남편 옆에서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벨루치의 아름다움을 거부할 수 있는 기..

콜린 퍼스

얼마전 케이블TV에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봤습니다. 개봉 첫날 극장으로 달려가 본 영화인데도, 요동치는 감정을 고요한 표정과 화면 속에 담아낸 연출과 연기가 좋아 차마 채널을 돌리지 못하겠더군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스칼렛 요한슨에 매료됐다면, 두번째는 베르메르 역을 맡은 콜린 퍼스(45)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의 대사는 거의 없더군요. 처음엔 그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죠. 꽉 다문 입과 무표정한 얼굴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눈빛으로만 하녀 그리트에게 전한 감정이 너무나 절절하고 격렬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셰익스피어의 고향답게 영국엔 좋은 배우가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꼽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콜린 퍼스는 휴 그랜트와 함께 요즘 영국 영화 속의 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