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 189

인터뷰/ 김혜자

영화 ‘마더’ 속의 엄마는 달리고 또 달린다. 나가 노는 데만 정신이 팔린 아들 입에 밥 한숟가락이라도 더 넣어주기 위해, 억울한 ‘내 새끼’의 누명을 벗길 증거를 찾기 위해 엄마는 시장통으로, 어둡고 좁은 골목길로, 인적이 뜸한 들판으로 정신없이 달린다. 그 엄마를 연기한 배우 김혜자(사진)씨 역시 현실세계에서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끔찍한 빈곤과 질병 속에 놓여있는 아이들을 품에 안기 위해서, 그 비극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애당초 그 일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50여년 동안 연기자의 길을 열심히 걸어온 배우로서,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손자손녀까지 둔 할머니로서 안락한 삶을 누릴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여년 동안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 입에 ..

카리스마 넘치는 영조, 거침없는 '야동순재'... 이순재 인터뷰

드라마 ‘이산’의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 영조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속 ‘야동순재’를 한 인물로 상상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연기자 이순재(74·사진)씨라면 가능한 일이다. 데뷔한 지 올해로 53년. 텔레비전, 영화, 연극 무대를 가리지 않고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그다. 1990년대 초·중반 국회의원으로 잠시 ‘외도’ 한 적이 있지만, 그때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는 않았다. 최근 그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선정한 ‘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는 명예를 안기도 했다. “예술은 종착점도 없고 완성도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예술가에게는 매일 새롭게 창조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이 길에는 끝이 없구나’ 절감하곤 해요. 늘 열심히 노력해서 나 자신의 한계를 ..

인터뷰/구혜선

그의 행보는 확실히 특이하다. 드라마 한편으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의 스타로 떠오른 후, 모두들 그가 절정의 인기에 힘입어 TV 광고의 명실상부한 ‘퀸’으로 등극하거나 껑충 뛰어오른 개런티를 받으며 새로운 작품에 출연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그는 공식대로 가지 않았다. 대신 생애 첫 소설을 발표했고, 단편영화로 감독데뷔를 했으며,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직접 작곡한 뉴에지풍의 연주곡 8곡이 수록된 CD를 발매했으며, 일본의 세계적인 거장 이사오 사사키와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남들은 몇 년이 걸려도 해낼까말까한 이 모든 작업을 그는 불과 5개월 동안 차근차근 세상에 내놓았다. 본업인 연기는 현재 올스톱.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그의 얼굴을 드라마에서 볼 일이 없다. 대신 그의 스케줄표에는 제..

인터뷰/윤제균

지난 2001년 언론사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10대 뉴스’에는 이런 항목이 있었다. ‘한국 영화의 조폭신드롬’. 되돌아보니, 그해 유난히 조폭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들이 많긴 많았다. ‘친구’를 시작으로 ‘신라의 달밤’,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가 모두 한 해에 상영됐으니 말이다. 2001년 끝자락에 조폭 코미디 한 편이 더 선보였다.‘두사부일체’. 윤제균(40)이란 신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다른 조폭 코미디와는 조금 달랐다. 조직의 넘버2가 고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뒤늦게 학교로 돌아간다는 설정의 이 코미디는 사학비리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담고 있었던 것. ‘두사부일체’는 극장에 걸려 있는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한번도 차지하지 못하면서도 350만여명을 동원하는 흥행기록을 세웠다. 8년 전만 ..

인터뷰/작곡가 최영섭

마치 한편의 짧은 드라마를 본 듯했다. 오페라의 환희에 넘치는 장면이나 대규모 코러스 부분을 설명할 때 그는 두 손을 위로 치켜들거나 앞으로 쭉 내밀면서 직접 연기를 해보였다. 대사를 읊는 목소리도 한 옥타브쯤 높아져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위기에 직면하는 장면에서는 얼굴표정이 슬픔으로 가득찼고,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간절하게 기도를 올리는 장면에서는 절절한 몸짓을 해보였다. 20대 때 가졌던 꿈을 80세에 이룬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오롯이 기쁨일까, 시원섭섭함일까. 아니면 또다시 초조함을 느끼게 될까. 아마도 그 모든 것이 아닐까 싶다. 작곡가 최영섭(80)씨가 평생의 목표이자 꿈이었던 대작 오페라를 드디어 완성했다. 특히 올해는 첫 작곡회를 연 지 꼭 60년째 되는 해란 점에서..

인터뷰/사진작가 배병우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영국 팝가수 엘턴 존, 벨기에의 필립 왕세자를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바로 한국의 사진작가 배병우(59·사진)씨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정상회담차 워싱턴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배병우씨의 사진집 ‘청산에 살어리랏다’를 선물로 받았다. 엘턴 존은 2005년 그의 유명한 소나무 사진을 보더니 “바로 나를 위한 작품”이라고 격찬하며 1만5000파운드(현재 환율로 약 3136만원)를 내고 구매했다. 당시까지 한국 사진 작품 판매가로는 최고기록이었다. 필립 왕세자는 올해초 “당신의 소나무 사진을 보고 너무나 감동을 받았다”며 배병우씨를 수도 브뤼셀의 왕궁으로 직접 초대하기도 했다. 배병우씨의 사진작품에 반한 이들은 세 사람말고도 일일이 손꼽기에 벅찰 지..

인터뷰/가수 심수봉

첫인상은 ‘충격’이었다. 1978년 MBC 제2회 대학가요제 TV방송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났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평범한 외모와 자그마한 몸집의 여학생이 흰색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며 불렀던 ‘그때 그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금이야 ‘재즈피아노’가 대중화됐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가수가 재즈스타일로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부르는 트로트 가요란 듣도보도 못한 것이었다. 대학생들의 풋풋한 열기와 매력으로 넘쳐나는 대학가요제에서 심수봉이란 여학생의 존재는 매우 이질적이었다. 그렇게 첫만남을 가진 지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가수 심수봉은 이제 현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아티스트가 됐다. 20세기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에 비극적으로 휘말..

인터뷰/ 션, 정혜영

지난 7일 오후 3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단국대 내 학생극장. 학생 300여명의 눈과 귀는 한 남자에게 쏠려있었다. 연단에 선 사람은 힙합듀오 지누션의 션(36·한국명 노승현). 그의 강연은 엉뚱하게도 아내인 탤런트 정혜영과 션 자신의 2004년 결혼식 비디오 상영으로 시작됐다. “우리 두 사람뿐만 아니라 하객 모두 참 행복해보이죠? 큰 행복을 함께 느껴보고 나니깐 아내에게 뭔가를 제안하기가 참 편하더라구요. 손에 움켜쥐기보다는 좋은 일을 하며 살자고 했지요. 매일 1만원씩 모아서 매년 결혼기념일에 기부하자고 제안했는데, 큰 부담은 없는 액수이기 때문인지 아내가 선뜻 그러자고 하더라구요. 1년 동안 매일 1만원씩 모으니까 1500명에게 이틀 동안 식사를 제공하고도 남는 돈이 됐습니다. 여유있을 때..

인터뷰/배철수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은 틀림없는 사실인 모양이다. 1970년대말~80년대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라고 부르짖으며 ‘청년문화’의 코드가 됐던 한 남자가 있다. 마른 몸매는 20대때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머리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은 지 이미 오래다. 50줄의 나이에 들어선 지도 벌써 6년째. 그런 시간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청년정신’을 잃지 않은 채 음악과 함께, 마이크 앞에서, 20대 전후의 젊은 청취자들과 교감하며 19년의 세월을 보내왔다면 그는 진정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 배철수(56). 이제는 록가수라기보다는 디스크자키, 방송인으로 더 익숙해진 이름이다. 그가 1990년 3월19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MBC 라디오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오후 6~8시)..

인터뷰/신애라,차인표

탤런트 신애라(40)씨는 지난 3월 남편 차인표씨와 함께 다녀왔던 아이티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카리브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나라 아이티는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정치불안과 철마다 반복되는 허리케인, 폭우 등 자연재난으로 찢길 대로 찢긴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두 사람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국제 아동구호재단 컴패션을 통해 이곳을 찾았다. “필리핀과 에티오피아에서 상상하기도 어려운 끔찍한 가난에 처해 있는 어른, 아이들을 수없이 만났어요. 하지만 아이티는 그 나라들과 또 다르더군요. 필리핀과 에티오피아에서는 가난한 사람들만 가난했다면, 아이티는 말 그대로 전국민이 걸인인 듯 보였어요.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저희에게 뭔가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손목시계는 물론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