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어떻게 창당 4년만에 의회 입성했나
2차세계대전 후 독일 정치 역사상 최대, 최악의 '지각 변동'을 일으키며 연방의회에 입성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은 도대체 어떤 정당일까.
'독일을 위한 대안' 당은 지난 2013년 총선을 앞두고 창당된 신생정당이다. 총선을 약 5개월 앞두고 '급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당이었다. 하지만 창당하자마자 이 당이 내는 '목소리'는 심상치 않았다. 함부르크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베른트 뤼케 공동당수는 창당대회에서 "독일 납세자들이 나치 취급을 당하면서까지 남유럽을 구제해주고 있다"면서 "어떤 화폐를 쓸지 국민 스스로 결정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 당의 뿌리는 지난 2012년 결성된 '2013 선거대안'이란 조직이었다. 뤼케를 비롯해 헤세 주 국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가울란트, 유력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편집자 출신인 콘라드 아담 등이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유로존 정책을 비판하면서, 이듬해인 2013년 총선 때 제안할 '대안'을 찾자는 의미에서 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단박에 '지식인 사회'의 동조를 이끌어내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2013 선거대안'이 내놓은 '선언(매니페스토)에 무려 68명의 경제학자, 언론인, 기업인들이 공감을 표시하면 연대 서명했다. 서명자의 절반 이상이 교수였고, 4분의 3이상이 박사학위 소유자였다.
'독일을 위한 대안'당의 뿌리를 더 깊이 찾아들어가면, 거기에는 2010년 독일 사회를 논란과 충격에 빠뜨린 한 권의 책이 있다. 바로 ‘유럽의 이슬람화’란 ‘위험천만한’ 이슈를 정면으로 제기한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멀어져가고 독일:우리는 어떻게 조국을 위험에 빠뜨렸나’란 책이다. 유대인 학살의 원죄 때문에 인종 문제를 입에 올리는 것이 금기시돼온 독일에서 이슬람 이주민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한 것도 놀라웠지만, 중도 좌파인 사회민주당 당원이자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이사인 틸로 자라친이란 저자라는 사실에 독일 사회가 발칵 뒤집히다시피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무슬림이 독일 사회를 훼손하고 있다” “내 손자와 증손자를 무슬림화된 땅, 터키와 아랍어가 일상화된 사회, 무에진(이슬람 사원에서 하루 5차례 예배시간을 알리는 사람)이 하루 스케줄을 지배하는 나라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등의 주장을 폈다. 좌우 양쪽 진영 모두 이 책과 저자에 맹비난을 퍼부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서점에 깔린 지 수일 만에 초판이 매진됐을 정도이다. 그만큼 일반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 이슬람 또는 이슬람권 이주민에 대한 반감이 퍼져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자라친은 2013년 ‘유럽은 유로가 필요 없다’는 책을 발표해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리스발 유로존 위기가 한창이던 당시, 반유로 주장을 들고 나온 이 책은 같은 해 반유로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창당하는데 사상적 뒷받침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독일을 위한 대안' 당은 유로존의 위기와 반 이슬람 정서를 양대 자양분으로 해서 탄생해 급성장한 셈이다. 여기에 한 때 독일 주요 도시에서 매주 열렸던 '서구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페기다)' 시위와 이에 대한 일부 지지 여론까지 가세하면서,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상당히 학구적인 냄새를 풍겼던 데에서 노골적인 극우 정당으로 발돋움하게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을 위한 대안' 당의 현재 공동당수는 프라우케 페트리와 외르크 모이텐이다. 페트리는 입만 열면 섬뜩한 극우 발언을 쏟아내 히틀러의 이름 아돌프를 여성형으로 바꾼 '아돌피나' '여자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공동부당수는 가울란트와 베아트릭스 폰 슈토르히, 알브레흐트 글라서이다.
'독일을 위한 대안' 당은 총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의 당수가 총리가 되는 관행을 깨고,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가울란트 부당수와 여성 경제학 박사이자 동성애자인 38세의 알리체 바이델 최고위원이 공동 총리후보로 뽑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