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예루살렘은 어느 나라 땅인가

bluefox61 2017. 12. 7. 11: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이스라엘의 공식적인 수도는 텔아비브이지만, 이제부터 미국은 이스라엘이 주장하듯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 선언은 국제법 위반이다. 1947년 유엔이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에 ‘특별한 국제체제(Special International Regime)' 라는 그야말로 독특한 지위를 부여한 이후 이곳은 국제법상 그 어떤 나라에도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81년 유네스코가 예루살렘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요르단이 제안한 유적"이라고만 표현했을 정도이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고도(古都)이다.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란 뜻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예루살렘은 역사상 늘 바람 잘 날 없는 분쟁의 도시, 유혈의 도시였다. 

 


 예루살렘이 특별한 이유는 세계 3대 유일신 종교인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에게는 다윗왕이 통일왕국을 세워 수도로 삼은 곳이자 솔로몬 국왕이 최초의 유대교 성전을 세운 곳이며, 구약에서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신에게 바치려던 바위가 있는 곳이다. 이슬람 신도들에게는 선지자 마호메트가 천사 가브리엘의 인도로 찾아와 승천한 곳이 바로 예루살렘이다. 기독교 인들에게는 예수의 숨결과 발자취가 곳곳에 서린 곳이다

 그야말로 '지붕없는 박물관'인 예루살렘 내에서도 최고의 성지는 템플마운트(아랍어로 하람 알샤리프)이다. 이 곳에는  이슬람 3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알아크사 모스크('메카로부터 가장 먼 모스크'란 뜻)와 솔로몬왕의 유대교성전이 세워졌던 곳, 그리고 예수의 무덤 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성묘교회가 있다.

 이런 이유로 예루살렘은 늘 갈등과 충돌의 땅이었고, 수없이 파괴된 후 재건됐다. 200년동안이나 계속된 십자군 전쟁동안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이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피를 흘렸다. 예루살렘은 결국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됐고, 1차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이 붕괴하자 영국과 프랑스의 점령을 다시 받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후에도 예루살렘에서는 팔레스타인 인들의 '인티파다( 아랍어로 '봉기'란 뜻)' 와 이스라엘군의 탄압 등 갈등이 계속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1948년 1차 중동전쟁 때 예루살렘 서쪽 지역을 점령하고 이곳을 수도로 선포했다. 1967년에는 동쪽 지역까지 점령해 1980년 동·서 예루살렘 전체를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선포하는 법률을 발효시켰다. 이스라엘 정부 청사와 국회의사당, 대법원, 그리고 중앙은행 등은 모두 서예루살렘에 위치하고 있다. 경제부처와 군 관련 기관들, 그리고 각국 대사관들은 텔아비브에 있다.

 네덜란드와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등 일부 국가들이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둔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유엔이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점령과 수도 법을 선포한 것에 대해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모두 대사관을 철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은 지난 1995년 '예루살렘대사관법(israel Embassy Act)'을 제정했다.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대사관을 이전한다는 것은 곧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미국 의원들이 유대계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며 법을 통과시켰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이 이어졌다.

 다만 이 법에는 유예조항이 붙어있는데, 대통령이 외교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결정을 6개월간 보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을 근거로 빌 클린턴 ,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두 대사관 이전 결정을 유예했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결정을 유예했다.

 예루살렘의 현재 인구는 약 85만명이다. 37%는 아랍계 즉 팔레스타인 인이고, 61%는 유대계이다. 유대계 주민 중 약 20만명은 이른바 초강경 유대교 원리주의자로 분류된다. 아랍계 기독교 인구는 약 1%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