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부호들 재산압수해 다빈치 그림 구매?
경매사상 최고가인 4억5030달러(약4929억원)를 주고 르네상스시대 거장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를 실제 구매한 사람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루 전 뉴욕타임스(NYT)는 '살바토르 문디'를 구매한 사람이 바데르 빈 압둘라 빈 모하메드 알 사우드 왕자라고 보도하면서도, 그 뒤에 왕세자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WSJ은 '살바토르 문디'에 관한 직접적인 정보를 알고 있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정보기관들이 이 그림의 실구매자를 사우디 왕세자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서류상 그림 구매자로 기록돼 있는 바데르 빈 압둘라 빈 모하메드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는 "MBS(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를 뜻하는 이니셜)의 대리인"이라면서 "이(그림) 거래가 대리인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은 팩트(사실)이다"라고 못박았다. 사우디 정치 전문가인 브루스 리델 전 중앙정보부(CIA)요원은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면서 그림 한 점을 사는데 엄청난 돈을 쓰는 왕세자의 이미지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지난11월 4일 사우디는 살만 국왕의 칙령으로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반(反)부패위원회를 출범하고 왕자 및 고위 관리 등을 대거 구금했다. 반부패위원회는 조사, 체포, 여행금지, 자산동결 등의 권한을 갖는다. 혐의가 밝혀지면 연관된 돈은 모두 사우디 재무부로 상환된다. 사우디 당국은 구금된 인사들을 향해 석방 조건으로 재산의 국가 환원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관계자들은 최대 1000억달러(약 109조1100억원) 환수를 내다보고 있다.
지난 12월 5일 사우드 알 모제브 사우디 검찰총장은 "지금까지 320명을 증인으로 소환해 조사했고 아직도 376개 은행 계좌가 동결 상태"라고 밝혔다. 당국 관계자들은 "아직 159명이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돼 있다"며 "대부분 부패 혐의에 연루된 자산의 국가 환원에 동의해 점차 석방되고 있다"고 전했다.즉, 재산을 포기한 사람들은 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NYT는 단독으로 관련 문건을 입수해 '살바토르 문디'의 구매자가 바데르 왕자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또 바데르 왕자가 국제사회의 널리 알려진 컬렉터가 아니며, 엄청난 재산 규모로 유명한 사람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티 경매소가 바데르 왕자가 과연 경매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으며, 왕자가 보증금으로 1억 달러를 냈는데도 "돈이 어디에서 났느냐" "사우디 국왕과는 어떤 사이냐"란 질문을 했을 정도라는 것이다.
바데르 왕자는 크리스티에 자신의 자금원에 대해 "지난 5년간 사우디, 두바이 등에서 부동산 프로젝트들을 활발히 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구매 비용도 부동산 매각 자금으로 내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바데르 왕자가 사우디의 실세 중 실세인 왕세자와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이다. 왕세자와 비슷한 연배로 알려진 바데르왕자는 왕세자와 같은 대학을 졸업했다. 사우디 왕실의 왕자 5000여명 중 1명으로,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은 파르한 혈통이다. 하지만 빈 살만 국왕의 신임이 두터운지, 국왕이 맡아왔던 회사인 사우디 리서치 마케팅 그룹의 회장으로 임명됐고, 알올라주 개발 책임자로 지용됐는가 하면,에너지회사 이사이기도 하다.
크리스티 경매소와 바데르 왕자 측은 모두 NYT의 확인요청을 거부했다.
NYT는 기사에서 사우디 왕세자가 자신과 가까운 바데르 왕자를 내세워 '살바토르 문디'를 구매한 것으로 콕 집어 지목하지는 않았다. 다만 바데르 왕자가 왕세자와 함께 일하며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고, 왕세자가 이전에도 무려 5억 달러를 내고 초호화 요트를 구매하는 등 호화로운 취향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으며, 공교롭게도 이번 경매가 왕세자 주도로 부패혐의자 대거체포 작전이 진행 중이던 때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수니 이슬람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의 왕자가 예수의 초상화를 구매했다는 점, 즉 이슬람 종교는 선지자의 얼굴을 묘사하는 것을 신성모독으로 여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데르 왕자가 '살바토르 문디'를 엄청난 돈을 내고 구매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즉, 사우디 실세인 왕세자가 뒤에 있지 않고서는 이 정도의 그림, 특히 예수 그림을 대담하게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또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있는 프랑스 루브르 분관 관계자는 트위터를 통해 NYT에 " '살바토르 문디'가 루브르 아부다비로 오고 있다"고 밝혔다. NYT는 사우디 왕세자가 아부다비 왕실과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심상치않게 언급하면서, '살바토르 문디'와 왕세자 간의 커넥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