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블랙리스트 이겨낸 '기생충'...韓민주주의 승리"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을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로 평가했다.
10일 (현지시간) WP은 오피니언 면에 게재한 네이선 박의 칼럼을 통해, 봉준호 감독은 물론 송강호가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면서, 블랙리스트가 계속됐더라면 '기생충'은 오늘날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것이다. 네이선 박은 워싱턴DC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이다.
지난해 2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발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백서)'에는 과거 국정원 개혁위원회(개혁위) 자료를 토대로 국정원이 2009년 문화·예술인, 연예인 등에 대한 압박 활동을 펼쳤다는 내용을 담겨 있다.
지난 2017년 9월11일 개혁위가 발표한 'MB(이명박)정부 시기의 문화·예술계 내 정부비판 세력 퇴출 건'에는 봉 감독을 비롯한 영화감독 52명이 포함됐다. 같은 해 10월30일 발표된 2014년 3월19일 '문예계 내 左(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 청와대 보고서의 '문제 인물' 249명 리스트에도 봉 감독을 포함한 104명의 영화인들이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직후 2013년 3월에도 국정원은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로 보고했다. 송강호, 김혜수, 박해일 등 594명은 2015년 5월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성명'을 발표해 이 리스트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필자는 봉준호와 송강호 이외에 이미경(미국명 미키 리)CJ그룹 부회장까지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면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그린 영화 '기생충'은 자유로운 사회가 예술에 얼마나 중요한가란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한 한국 영화의 역사는 군사독재체제로부터 자유민주주의로의 발전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두환 독재 하에서 억압됐던 한국 사회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찾으면서, 한국의 대중문화, 즉 오늘날 전 세계가 잘 알고 있는 K팝과 TV쇼, 영화가 융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예산의 최소 1%를 문화에 투입하는 정책을 취했고, 봉준호 감독은 박찬욱, 이창동 등 걸출한 감독들을 낳은 시대의 '키드(아이)'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이 연세대 학보에서 만평을 그리며 사회적 불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감각을 발휘했던 것도 소개했다.
필자는 박근혜 정부가 약 1만명에 달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며, 당시 정부 내부 문건을 보면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경찰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영화로 평가됐고, '괴물'은 반미주의 영화, '설국열차'는 시장경제를 부인하고 사회적 저항을 부추기는 영화로 평가돼있었다고 전했다.
송강호 역시 201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변호인'에 출연한 후 압력을 받았고, 이 작품을 제작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블랙리스트가 지금도 계속됐더라면 '기생충'은 결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는 '기생충'을 '빨갱이(commie) 영화'로 질타했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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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기생충'의 반지하에 관심..."가난과 빈부격차의 상징"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외신들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반지하'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BBC는 10일(현지시간) '반지하'를 '세미-베이스먼트(semi-basement)' 또는 우리말을 그대로 옮긴 'banjiha'로 표기하면서, 실제 반지하에서 사는 서울 시민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BBC는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아 식물도 살기 힘든 서울의 반지하 집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높은 주택 가격 때문에, 반지하 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반지하 집에 살고 있는 젊은이인 오 모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절약하기 위해 이 곳을 택했고 실제로 많이 절약했는데 사람들은 나를 동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사람들은 좋은 차와 집을 중시한다. 반지하는 가난의 상징이다"라고 말했다.
20대 사진작가인 박 모씨도 반지하에서 사는데, 이 곳을 여자친구인 심 모씨와 예쁘게 개조한 다음 인터넷에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아사히 신문도 10일 서울의 반지하 집을 르포기사로 다뤘다. 신문은 영화 '기생충'이 서울의 반지하 삶을 반영함으로써, 빈부격차 문제를 다뤘다고 지적했다. 반지하에서 사는 80대 노인 등은 가난 때문에 작은 반지하 집에 산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한 젊은이들이 가격이 싼 반지하에서 많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970년대 한국 정부가 북한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건물을 지을 때 지하실을 만들게 했다면서, 이후 주택난이 심화되자 이 곳이 거주지로 바뀌어 사용됐고, 여기서 '반지하'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