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레이첼 와이즈- 영국 영화의 새로운 히로인

bluefox61 2006. 6. 26. 23:52

지금 우리 극장가에서 의미심장한 사건 하나가 조용히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18세기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대표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오만과 편견’이 개봉 3주차에 벌써 전국 약 70만명의 관객을 모으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숱하게 영화와 TV드라마로 리메이크됐던 이 작품이, 더구나 남녀가 만나서 지지고볶으며 싸우고 연애하다가 결국엔 결혼에 이르는 ‘구태의연’한 스토리의 이 영화가 , 가벼운 멜로와 코미디물이 판치는 우리 극장 문화 속에서 70만명 관객동원이란 기록을 세운 것은 정말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려는 배우는 ‘오만과 편견’의 여주인공 키라 나이틀리나 , 이 영화에서 셔츠 앞자락을 풀어헤친채 새벽 안개를 헤치고 걸어나오는 장면 하나로 역대 다아시 중 가장 남성적인 매력을 과시한 남자주인공 매튜 맥퍼든이 아닙니다. 



바로 ‘콘스탄트 가드너’의 레이첼 와이즈(35.사진) 입니다. 지금 극장가에 걸려 있는 또 한 편의 영국영화인 ‘콘스탄트 가드너’가 ‘오만과 편견’과 함께 국내 관객들로부터 관심과 주목을 받았으면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아프리카 빈민들을 대상으로 서구 제약회사들이 저지르는비인간적인 행태를 고발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돋보이는데다가, 여주인공 테사를 연기한 레이첼 와이즈가 그동안 다른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신선한 매력과 자연스런 연기력을 이 작품에서 만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훗날 남편이 될 고지식한 외교관(랠프 파인스)를 향해 미국과 손잡고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영국 정부를 비난하는가 하면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유럽기업들의 음모를 캐나가는 강인한 인권운동가이지만, 침대에서 사랑하는 남편을 바라볼 때는 너무나 부드럽고 사랑스러웠던 와이즈의 미소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향기처럼 남아있었습니다. 


와이즈는 1971년 런던에서 헝가리계 아버지와 오스트리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시절 ‘토킹 텅스’란 극단을 만들어 활동했고 ,일찌감치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지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스틸링 뷰티’, 장 자크 아노의 ‘애너지 엣 더 게이트’, 이스트반 자보의 ‘선샤인’ , 크리스 웨이츠의 ‘어바웃 어 보이’ 등을 거쳐 할리우드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얼마전 올해 아카데미상 수상 배우들에 관한 기사에서 ″오락영화 전문배우였던 레이철 와이즈와 리즈 위더스푼이 신작에서 연기파로 거듭났다″는 지적을 보고 분개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작 몇편만으로 한 배우의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뒤집어보면 와이즈가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후 ‘미이라’체인리액션‘콘스탄트’등으로 재능을 허비했음을 나타내는 아픈 지적이기도 합니다. ‘콘스탄트 가드너’를 보며, 모처럼 마이클 윈터바텀의 ‘광끼’시절로 돌아간 와이즈를 다시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이제는 중년에 접어든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와 액션스타로 변신한 케이티 베킨세일의 빈자리를 채워줄 기대주로 레이첼 와이즈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와이즈는 현재 남자친구인 미국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레퀴엠)의 아이를 임신중입니다.

미국 감독과의 합작(?)은 좋지만, 제발 베킨세일처럼 가죽 옷입은 뱀파이어 연기만큼은 부디 와이즈가 피해주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