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폴 베타니-그의 또다른 변신이 궁금하다

bluefox61 2006. 6. 26. 23:59

소설 ‘다빈치코드’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뉴스가 처음 전해졌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점은 ‘사일러스 ’를 어떤 배우가 맡게될 것인지였습니다. 

멜라닌 색소 결핍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이른바 ‘알비노’ 증세를 타고난 독특한 외모는 물론이고, 삶의 밑바닥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신부를 위해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밤마다 가시박힌 채찍으로 내리치며 수행하는 사일러스야말로 원작자 마이클 브라운이 가장 공들여 창조한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저 역시 영화 ‘다빈치 코드’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던 35만명의 관객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사일러스’를 연기한 폴 베타니(35. 사진)였습니다. ‘뷰티풀 마인드기사 윌리엄 마스터 앤드 커맨더’등 그에게 명성을 안겨다 준 전작들에 비해서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지만, 오푸스 데이의 암살자 사일러스가 애정결핍으로 일그러진 불쌍한 존재로 되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베타니의 탄탄한 연기력과 개성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타니란 이름이 뇌리에 박히게 된 것은 2001년작 ‘기사 윌리엄’때부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히스 레저보다 눈길이 가는 배우는 이름도 낯선 한명의 조연배우였습니다. 영국 문학의 아버지 격인 제프리 초서를 더없이 불경하게 연기한 이 금발의 깡마른 배우는 도대체 누구지? 

이후 그는 ‘뷰티풀 마인드’에서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머리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구의 친구’였고, ‘마스터 앤드 커맨더’에서는 의사이자 첼리스트인 전쟁터의 로맨티스트였으며 , 라스 폰 트리에의 문제적 영화 ‘도그빌’에서는 휴머니스트인척하다가 결국엔 애인을 처절하게 배신하는 이중인격자였지요.


명배우의 산실인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 출신인 베타니의 가장 큰 장점은 지적이지만 젠체하지 않고, 차분한 듯하지만 어딘지 광기를 숨기고 있으며, 금발의 깔끔한 외모이지만 상냥함이나 느끼함과는 거리가 먼 이중적인 면모가 아닌가 싶습니다.


매번 출연하는 영화마다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배우의 다음 변신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