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쉬운 석유(Easy Oil)' 시대가 저문다

bluefox61 2011. 5. 25. 10:45

채굴하기 쉽고 정유비용도 비교적 적게드는 이른바 `이지 오일(Easy Oil)'시대가 끝나고 있다. 

석유소비량은 폭증하는데 원유생산량은 `피크(정점)'를 지나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이 채굴과 정유비용이 많이 들어가는`중유(Heavy Oil)'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유 개발의 성과와 국제석유가격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쿠웨이트와의 `중립지대'에 있는 와프라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최근 미국 셰브론사와 손을 잡았다. 셰브론은 캘리포니아와 태국 등에서 중유를 채굴해본 경험을 갖고 있다.셰브론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약 3억4000만 달러를 향후 4년간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와프라 유전에는 약 250억배럴의 중유가 매장돼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 전체 중유 매장량 중 현재 기술수준으로 발굴가능한 750억 배럴의 1/3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미 지질조사국은 전세계 중유 매장량을 약 3조 배럴로 추정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앞서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오만 등은 이미 중유 유전개발에 적극 뛰어든 상태이다. 지난 2007년 오만은 경유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자 미국 옥시덴탈사와 손잡고 무카이즈나 중유 유전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국영석유회사와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셸 사가 20억달러를 들여 마르물 유전 공동개발에 나섰다. 

바레인 역시 옥시덴탈과 함께 아왈리 유전에서 중유생산량을 기존의 2∼3배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고, UAE의 아부다비는 자쿰 유전과 무카이즈나 유전을 개발 중이다. 



중유는 경유보다 지층 깊숙히 묻혀있고, 마치 당밀처럼 끈적한 형태를 하고 있다. 채굴 방식도 다른 원유와 다르다. 300도가 넘는 뜨거운 증기를 파이프를 통해 땅 속에 주입해 중유를 데워 점성을 줄여 분출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따라서 파이프 등을 건설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채굴 후에도 워낙 불순물이 많이 섞여있어서 정유과정이 상대적으로 길고 비싸다. 따라서 중유 유전개발은 `도박'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WSJ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중동 산유국들이 중유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은 전세계 석유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세계 석유소비량은 일일 평균 230만배럴로 전년대비 2.8%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일일 8800만배럴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원유 평균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30% 오른 배럴당 103달러 선을유지할 전망인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스코틀랜드의 에너지컨설팅업체 우드 매킨지의 애널리스트 알렉스 먼톤은 "걸프지역 주요 유전들이 이미 절반이상 채굴한 상태"라면서 "이지 오일 시대가 끝을 향해 가고있다"고 전망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