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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새로운 '국민 문어'는 누구?

bluefox61 2011. 6. 24. 17:21

“제2의 쪽집게 문어 파울을 찾아라.”

오는 26일부터 독일에서 개최되는 여자축구월드컵을 앞두고 현지에서 ‘쪽집게 문어찾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때 놀라운 예지력으로 경기 결과를 예측했던 ‘문어 파울(사진)’의 후계자를 가리는 이벤트가 24일 수도 베를린 등 전국 8개 수족관에서 동시에 열린다고 23일 보도했다. 


지난 2008년 유럽축구챔피언십 대회때부터 독일 축구팀의 경기 승패를 예견했던 문어 파울은 남아공 월드컵 기간동안 독일 경기 7번과 결승전 결과를 모두 정확하게 예측해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당시 학계에서는 파울이 승리팀을 맞춘게 아니라 투명상자에 붙은 독일 국기 표시를 구별해냈을 뿐인데 우연히 정확하게 들어맞았을 뿐이란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파울이 경기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해낸 확률은 무려  1/256에 이른다. 특히 파울은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독일팀의 승리는 물론 패배까지도 가려내는 엄정한 중립성을 과시해 찬사와 질타를 동시에 받았다. 파울은 지난 10월 오버하우젠 수족관에서 자연사했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파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파울의 가장 큰 위기는 4강전때 독일이 스페인에 패배한다는 점괘를 내놓았을때였다. 파울이 스페인 국기가 붙은 상자를 열어 홍합을 먹자, 현장에 있는 독일언론들은 망연자실했다. 한마디로 ‘역적’이 된 것. 독일 축구팬들은 “저놈의 문어, 파에야(스페인식 볶은밥) 재료로 써버리자”는 막말이 나왔고, 스페인 식당주인들은 파울에 대한 존경심의 표시로 문어요리 퇴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간의 결승전 경기때에는 사파테로 당시 스페인 총리가 네덜란드 광팬들의 암살 위협으로부터 파울을 보호하기 위해 오버하우젠 수족관에 경호팀을 파견해야될 것같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국민 문어’자리를 놓고 경합하게 될 8마리의 문어가 첫번째 점괘를 내놓을 경기는 26일에 있을 독일 대 캐나다전. 월드컵 기간동안 경기결과를 가장 잘 맞춘 문어가 명실상부한 파울의 후계자가 된다. 맞추는 방식은 파울이 했던데로 투명한 2개의 홍합 박스에서 뚜껑을 열어 먹이를 먹어 결과를 점지하는 식이 될 예정이다. 슈피겔지는 베를린 수족관의 ‘오피라’문어를 비롯해 8마리가 현재 맹렬히 점괘 연습 중이며, 24일 각 수족관에 취재진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문어는 관찰을 통한 학습이 가능할 정도로 무척추동물 중 가장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 장단기 기억력이 있고, 위치 및 공간파악 능력도 탁월하다. 문어가 통증을 예민하게 느낀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지난 1992년 영국정부는 수족관 등 인공적 환경에서 길러지는 문어를 외과적으로 수술을 할 때 반드시 마취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문어의 능력들>


문어는 도대체 얼마나 똑똑한 걸까. 한마디로 문어는 강아지만큼 똑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물학자들은 척추동물의 ‘지휘자’가 인간이라면, 온몸이 흐물흐물한 무척추동물의 지휘자는 문어일 것이라고 말한다. 글을 아는 물고기라는 뜻의 문어(文漁)의 한자에서 알 수 있듯 문어의 지능은 상당히 높다. 문어 뇌의 크기는 인간의 6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지능은 강아지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문어의 지능은 적에겐 강하게 먹물을 뿜지만 서로 장난칠 때는 먹물을 약하게 내뿜을 정도의 판단력이 있다. 실제로 미로학습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로 속에 가둬두면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문제해결법을 익혀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고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이를 기억한다. 또 훈련받은 녀석은 잼이 든 유리병을 주면 발로 병뚜껑을 돌려 딸 줄 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포유동물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놀이행동(장난)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사육 중인 문어의 행동연구에 따르면 문어가 물결이 찰랑이는 수조에서 빈병을 물의 흐름에 거스르게 던져놓고 그 떠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는 행동을 반복했다고 한다. 이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얘기다. 


실제로 문어는 코코넛 껍데기를 들고 다니며 도구로 쓴다.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호주의 줄리안 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핏줄 문어는 적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코코넛 껍데기를 다리 안쪽에 끼워 위장한 채 한 번에 20m 이상 헤엄치고 이 껍데기를 잠자리로 사용하기도 한다. 껍데기가 하나일 때는 뒤집어쓰고 두 개일 때는 몸 전체를 감싸 숨기고 껍데기를 대문처럼 사용한다. 문어를 잡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문어에게 고도의 지능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까지는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와 까마귀 같은 일부 조류만이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생물로 알려져 왔다. 무척추동물 가운데는 문어가 처음이다. 


8개의 다리도 사고 능력 갖춰 


문어는 또 다리에도 자체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있어 뇌를 없애도 다리의 동작이 가능하다. 흔히 문어대가리라고 부르는 민둥민둥하고 둥그스름한 부위는 머리가 아닌 몸통이다. 머리는 이 둥그스름한 몸통과 다리의 연결부에 있고 그 속에 뇌가 들어앉아 있다. 


문어 뇌의 중추신경계는 각 다리에 “저 물체를 잡아서 가까이 가져오라”는 등의 매우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임무 수행은 각 다리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말초신경계들에 완전히 맡긴다. 예를 들어 문어는 8개의 다리를 다양한 각도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다가 잡아먹힐 상황에서는 다리 하나쯤은 적에게 잘라주는 기지도 발휘한다. 


이때 다리가 뇌에 연결돼 있지 않더라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는 다리가 뇌로부터 명령을 받기는 하지만 뻗고 구부리는 등의 구체적 움직임은 다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어 다리에는 5000만개 뉴런으로 구성된 정교한 신경계가 빨판이 있는 면의 반대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신경계가 문어 다리를 움직이는 ‘지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