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유로채권 무엇이 문제인가

bluefox61 2011. 9. 15. 14:15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유로채권 도입과 관련된 방안들을 곧 선보이겠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집행위원장이 14일 유럽의회 본회의 보고를 통해 유로채권 도입을 위한 절차 이행을 밝힘에 따라, 그동안 논의됐던 유럽공동 채권발행이 과연 현실화될 수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유럽은 물론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낸데에는 유로채권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에서도 유로채권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서, 실제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바호주 위원장이 "유로채권 도입 방안을 선보이겠다"고 언급한 것은, 조만간 관련 안건을 유럽의회에 제출해 정식절차를 밟겠다는 메시지이다. 그는 "몇가지 옵션을 제안할 계획"이라면서 "그 중에는 현행 조약(유럽성장안정협정) 하에서 이행할 수있는 것도 있고, 변경이 필요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조약이 변경되려면 유럽의회 통과는 물론, 각 회원국 의회에서도 인준을 받아야 한다. 바호주 위원장은 "유로채권 발행만으로 당면한 모든 위기가 즉각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면서 "경제적 정치적 통합확대를 위한 포괄적 접근방법 가운데 하나"란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로채권 도입을 강하게 찬성하는 쪽은 EU집행위를 비롯해 그리스, 이탈리아 등이다.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도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 부채위기에 있는 국가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있는 방안"으로 평가했다.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유로존 위기를 해결할 수있는  `매스터 솔루션'이라면 열렬한 환영의사를 나타냈다. 

채무위기와 재정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 스페인 등은 유로채권이 발행될 경우 현재보다 낮은금리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있게 된다. 지난 13일 채권시장에서 그리스 2년만기 국채금리는 53.02%를 기록했다. 그리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172%, 1년물도 117%까지 치솟았다. 

국채 발행 금리가 100%를 넘는다는 것은 돈을 갚을 때 원금상환 뿐만 아니라 원금만큼의 이자를 더 얹어서 상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셈이다. 유로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보증하는 채권이 발행되면 금리가 내려가 자금난을 해소할 수있게 된다.

유로채권에 가장 반대하는 국가는 독일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최근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 빚지기 쉽게 만드는 방법으로 빚과 싸울 수는 없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8월말 "(유로채권으로 인해) EU는 안정의 연합이 아니라 부채의 연합이 될 것"이라며 한마디로 일축했다. 

독일이 유로채권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구제금융으로 가뜩이나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금리마저 올라가면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독일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사상최저인 1.825%를 기록했다. 프랑스 정부도 유로채권에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강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재정위기 국가들이 유로채권을 통해 돈을 빌리기 쉬워지면 긴축재정 고삐를 늦출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모럴해저드'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있는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유로채권을 두가지로 분리해 발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의 권위있는 싱크탱크인 브뤼겔은 지난해 유로채권을 `적(red)채권`과 청(blue)채권'으로 나눠 발행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적채권은 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60%까지 공동으로 발행하며, 청채권은 그 이상 자금이 필요한 국가들이 별도로 발행한다는 것. 청채권은 적채권보다 위험해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방법으로 회원국들에게 책임성을 부여할 수있다는 것이 브뤼겔의 아이디어이다.

유로채권에 어떤 등급을 부여할 것인지도 문제이다. 유로채권 찬성파는 각 신용기관들이 매기는 최고등급 , 즉 AAA등급을 예상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다를 수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관계자는 14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유로채권에 그리스채권과 비슷한 등급을 부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14일 그리스 총리와의 긴급전화회담을 통해 "그리스를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두나라가 유로채권에 대한 부정적인 자세를 바꿀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독일은 그동안 주장해왔던 유로존 회원국의 예산 및 재정정책을 강력하게 감시통제하는 기구설립을 요구할 확률이 매우 높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최근 회담에서 양국간 예산정책의 통합을 합의한 바있다. 주권의 핵심인 예산권, 과세권 이양을 과연 다른 회원국들이 받아들일지 여부가 유로채권 도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