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에르도안, 터키의 룰라냐, 터키의 푸틴이냐.

bluefox61 2011. 6. 10. 14:40

12일 치러지는 터키 총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57·사진) 총리가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의 압도적인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에르도안 3기 정부가 출범하게 되는셈이다. 

AKP가 50%이상의 득표율을 얻어 의회에서 과반수인 367석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국민투표없이 개헌이 가능하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1980년 군사쿠데다 후 제정된 현행 헌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통령 중심제로의 정부개혁을 개헌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터키 언론들은 에르도안이 오는 2014년쯤 대통령에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그가 대통령 당선에 성공한다면, 총리 기간을 포함해 최소 16년동안 국정책임자로서 재임기록을 세우게 된다. 

터키에서 에르도안의 대중적 인기는 거의 절대적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그를 오토만제국의 최고통치자를 뜻하는 `술탄'으로 부를 정도다. 9일 알자리라 통신은 터키 여론조사기관인 `보트 콤파스' 조사결과 에르도안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다른 야당 지도자들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조사에서 에르도안은 지도자로 진실성 부문(10점 만점)에 9점, 능력 부문에 9.29점을 받았다. 반면 최대야당 공화국민당(CHP)의 케말 킬리크다로글루는 진실성 8.23,능력 8점을 받는데 그쳤다. 지난 2002년 총선 때 34.3%, 2007년 총선 때 46.6%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AKP는 에르도안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올해 총선에서는 50% 안팎의 득표율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르도안의 높은 인기는 경제성장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과 비슷하다. 유럽국가들이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던 지난해 터키 경제성장률은 9%을 기록했다. 유럽 평균의 약 3배이다.  

실업률은 11%, 인플레이션율은 6%에 머물렀다. 2002년 에르도안 집권 당시 터키가 재정 파산 지경에 처해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차관 100억달러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터키를 `유럽의 중국'으로 불렀으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경제수도 이스탄불을 `세계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도시'로 선정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체제하에서 터키의 국제외교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핵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이란과 서방국 사이의 갈등을 적극 중재하는가하면 팔레스타인 문제,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중동 민주화 사태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이슬람,세속주의,자본주의가 공존하는 터키는 아랍국들의 바람직한 발전모델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에르도안 총리의 밀어부치기식 스타일과 친이슬람 성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는 강한 카리스마와 권력욕을 가졌다는 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똑같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히 터키 공화국 건설이후 강력하게 유지돼온 세속주의 전통이 그의 통치기간동안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이 많다. 지난 8년동안 터키에서는 언론인 60여명이 투옥됐는가 하면, 여성을 겨냥한 이른바 `명예살인'이 연간 1000건에 이르는 등 인권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