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오다기리 조-나를 꽃미남이라 부르지말라

bluefox61 2006. 9. 7. 14:13

먼저 고백컨대 , 저는 오다기리 조(30.사진)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가 출연한 ‘가면 라이더 쿠우가’나 ‘사토라레’같은  TV드라마들은 한번도 본 적이 없고 , 이제까지 본 그의 영화도 한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불과 몇편에 지나지 않습니다. 얼굴만 예쁜 청춘 아이돌스타는 누가됐든 아예 관심이 없으며, 일본 대중문화에 썩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이십대 시절을 마감한 이 젊은 배우 오다기리 조는 제게 좀 유별나게 다가왔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자꾸 신경을 건드렸다고나 할까요.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의 ‘박치기(2004)’에서  영화 줄거리와 아무 상관없이 가끔가다 툭툭 튀어나오는 히피 청년 청년 사카자키로 그를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잘 생긴 배우가 제대로 망가질 줄도 아는구나” 정도였습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메종 드 히미코(2005)’에서 재회한 오다기리 조는 더 깊어지고, 더 복잡해지고,더 아름다워졌더군요. 

“이 배우가 도대체 누구이지”라는 궁금증은 이미 몇해전 인상깊게 봤던 ‘밝은 미래’‘소녀 검객 아즈미 대혈전’ (2003)과 ‘피와 뼈(2004)에도 등장했었다는 전력을 알게되면서 “범상치않은 배우”란 확신으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최근 개봉됐던 ’유레루‘를 본 어떤 관객들은 “저렇게 멋지고 능력있는 동생을 둔 형은 인생이 정말 힘들었겠다”라며 탄식을 했다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외모보다 자기만의 색깔로 연기승부를 거는 개성있는 배우를 발견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이제까지 흥행대작보다는 인디영화계열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오다기리 조의 연기행보를 좇다보면 자꾸만 조니 뎁이 겹쳐지게 됩니다. 마흔, 아니 쉰이 넘어도 영원히 꿈꿀 것같은  눈동자,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얼굴 표정, 세상에 부딛혀 피흘리기보다는 시니컬하게 외면해버릴듯한 초연한 태도 등이 그렇지요. 

어딘지모르게 미스터리하고, 고독하며, 엉뚱한 점도 닮았습니다. ’피와 뼈‘의 최양일 감독은  “ 오다기리 조의 아름다움은 연기가 끝난 직후 2∼3초에 있다. 이 세상이 아닌 곳에 있는 듯한 표정,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지요.   

 

좋은 배우 한명이 한 나라의 영화산업을 이끌어나가는 힘이 되며, 반대로 한 나라의 문화는 좋은 배우를 만들어내 법입니다. 오다기리 조를 통해 일본 영화의 만만치 않은 저력을 새삼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