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이완 맥그리거, 천개의 얼굴을 가진 아웃사이더

bluefox61 2006. 8. 11. 14:28

이완 맥그리거(35)를 보고 있으면, 이 남자가 가진 얼굴은 도대체 몇개일까란 감탄이 절로 듭니다. 

 

‘트레인스포팅’에서 더러운 변기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환각으로 관객들을 구역질나게 만들었던 비쩍마른 마약 중독자였다면, ‘엠마’에서는 사랑하는 여인을 은근한 눈길로 바라보는 18세기 영국 귀족청년이었고,‘벨벳 골드마인’에서 글램록스타였던 그는 ‘물랑루즈’에선 환락가 무희에게 홀딱 빠진 순진하기 짝이없는 작가 지망생으로 180도 변신을 거듭했지요. 

그런가하면 ‘스타워즈’에서 현명한 제다이의 현명한 스승 오비완이었던 맥그리거는 ‘영아담’에서는 섹스에 중독된 청년이었고, ‘다운 위드 러브’에서는 기름독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뺀질뺀질하기 짝이없고 오만한 저널리스트였습니다.



지난 94년 ‘쉘로그레이브’로 데뷔한 이래 사회 변두리의 아웃사이더에서 중심의 권력자로, 인디영화에서 블럭버스터 영화로 자유롭게 수없이 왕복하면서 톱스타로 성장해온 그의 지난 10여년간 활동이력은 정말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더구나 그는 가수 못지않은 노래실력으로 뮤지컬 장르까지 넘나들 정도로 다재다능한 욕심꾸러기 배우이기도 하지요. 

 

이완 맥그리거는 1971년 3월 31일 스코틀랜드의 크리프에서 태어났습니다. 청년 시절에는 문제아였다고 하는데, 어린시절 ‘스타워즈’에레아공주의 우주선 조종사로 출연한 배우 삼촌의 영향으로 연기 세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됐다고 합니다.

 

맥그리거의 긴 필로그래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필로북’‘트레인스포팅’‘벨벳 골드마인’등 역시 작가주의 감독들이 만든 작품들입니다. 이들의 영화 속에서야 파격을 두려워않는 맥그리거의 진면목이 제대로 드러나기 때문이죠. 

감독이 요구한다면 전신 노출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영아담’의 파격누드가 논란을 빚자 “수십명, 수백명을 총으로 갈겨대는 영화는 용인하면서 성기 한번 보여준게 그렇게 문제가 되느냐”고 말한 적이 있을만큼 할말은 하는, 하고싶은 일은 하는 배우이지요. 

지난 2003년에는 친구 찰리 부어만과 석달동안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3개대륙을 여행한 적도 있는 이 남자, 정말 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