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헬렌 미렌 - 세월도 비켜간 도발적 눈빛 연기

bluefox61 2006. 8. 3. 17:27

오는 30일부터 열리는 제6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 출품작들이 최근 발표됐습니다. 한국영화가 한 편도 선정되지 못해 아쉽기는해도, 출품작들 중 관심을 확 끌어당기는 영화 한 편이 있더군요. 

바로 영국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의 ‘여왕’(The Queen)입니다. 다이애너 왕세자비의 갑작스런 죽음을 둘러싼 영국 왕실 안팎의 갈등과 움직임을 다룬 소재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역으로 헬렌 미렌(사진)이 출연한다는 사실에  부쩍 호기심이 커집니다.

 

1946년생이니깐 올해나이로 꼭 60세. 한 때 영국영화계에서 가장 옷 잘 벗는 대담한 배우로 유명했던 그도 이제 영락없는 할머니가 됐습니다. 하지만 미렌은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섹시함과 예리한 지성미를 뿜어내는 소수의 여배우들 중 한명으로 꼽힙니다.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그의 이름이 선명하게 각인된 것은 피터 그리너웨이의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덕분이었습니다. 우연히 눈맞은 남자와 레스토랑 화장실에서 화끈하게 섹스행각을 벌이던 미렌의 벌거벗은 육체보다도 더욱 도발적이었던 것은 두려움이라곤 모르는 것처럼 보이던 그녀의 대담하고 시니컬한 눈빛이었지요. 

짐승처럼 탐욕스러운 남편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한 애인의 육체를 단골 레스토랑 요리사와 함께 통구이 바베큐요리로 만든 다음  남편에게 ‘식인행위’강요하던 미렌의 싸늘하던 얼굴표정!  

 

그녀가 이 영화에 출연하던 당시 나이가 마흔고개를 넘긴 43세였다니 새삼 놀랍습니다. 미렌의 손금을 보고 “마흔이 돼야 인생이 풀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는 한 인디언의 예언이 딱 들어맞았던 셈입니다. 

이후에도 미렌은 ‘조지왕의 광기’‘ 고스포드 파크’‘클리어링’ 등의 작품을 통해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 연기로 팬들 곁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적당히 편해지고 순화되기를 거부하는 미렌이 그려낼 ‘여왕’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