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미국 法정서가 바뀐다..대법원 잇단 파격 판결

bluefox61 2014. 4. 23. 10:37

(2013년 6월 27일자)

 

 

 

미국 대법원이 최근 며칠동안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잇달아 파격적인 판결을 내놓고 있기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사실 대법원이 내놓고 있는 새로운 판결들은 미국의 달라진 사회상과 법 정서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대법원의 판결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냐는 시각도 있을 수있지만, 사실 미 대법원의 중요한 판결은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미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모델 역할을 한 것이지요. 바로 그런 점이, 우리가 미 대법원의 움직임을 주목해 봐야하는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첫번째는 26일 동성결혼부부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동성결혼 커플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규정한 연방 결혼보호법(DOMA)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혼은 이성간 결합"이라고 규정한 연방 결혼법이 동성 결혼 커플에 대해 이성 결혼 부부와 달리 세금, 보건, 주택 관련 혜택을 주지 않는 데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본 것이지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다수 의견문에서 "연방 결혼보호법은 동성부부가 삶을 영위하는 데 부담을 안기고 있다"면서 "이는 수정헌법 5조에서 보호하고 있는 개인의 동등한 자유를 빼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 법은 동성 커플에게 `2류 결혼'(a second-tier marriage)이라는 불안정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지요.

 

<젊은 시절 이디스 윈저(오른쪽)와 평생의 연인 시어 스파이어>



같은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은  뉴욕 맨해튼에 사는 83세 할머니 이디스 윈저 덕분이었습니다. 윈저는 40여년동안 함께 지내온 시어 스파이어가 2009년 사망한 직후 물려받은 부동산에 대해 36만3000달러의 상속세가 부과되자 이듬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윈저는 자신이 2007년 캐나다에서 스파이어와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성 부부'라면 안내도 될 세금을 내야하는 것은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결혼보호법'3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요. 2012년 뉴욕 법원은 윈저의 손을 들어줬고, 항소심 역시 윈저의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다시 항소하면서 대법원까지 가게됐고, 결국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결이 내려지게 된 것입니다. 이번 판결로 윈저는 이자까지 붙여 상속세를 반환받을 수있게 됐습니다.


1929년생인 윈저(초혼 전 이름은 이디스 슐레인)는 20대초 사울 윈저와 결혼한지 1년도 채 안돼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남편에게 밝히고 이혼했다고 합니다. 이후 뉴욕대 수학과 석사학위를 받아 IBM에 취직한 그는 1960년대 초, 한 파티에서 의사인 시어 스파이어를 만났습니다. 

이후 오랜 세월 연인으로 지내오던 두사람은 스파이어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2007년 캐나다로 건너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윈저는 26일 기자회견에서 동성애자 인권의 아이콘이 된데 대해 "내가 지금 이자리에 있게 된 것은 우연일뿐"이라면서 "세상을 떠난 시어도 기뻐하며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지요

 

 

< "내 남자친구와 결혼 못하게 하면 네 딸하고 결혼해서 인생 망쳐놓겠다"라고 쓰여있군요 ..^^>


 

이날 대법원은 '결혼보호법'위헌판결에 이어, 동성 결혼 자체를 금지한 캘리포니아주의 법률 조항(프로포지션8)에 대한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의 동성결혼금지법은 폐기 처분되는 셈이지요.  반면 대법원은 동성 결혼 금지 자체에 대한 위헌성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결과적으로 미국 전역에서의 동성 결혼 합법화는 성사되지 않았으며 각 주 정부와 주민이 결정할 몫으로 남게됐습니다.

 

현재 미국내에서는 12개 주와 수도 워싱턴DC에서만 동성결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동성결혼 반대자들은 26일 대법원이 동성결혼 금지 자체를 위헌으로 판결하지 않은 것을 중요한 성과로 평가했습니다. 실질적으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아프리카 ,중동, 러시아 등은 제외)으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추세에서 , 그것만도 어디냐는 것이지요.

 

두번째는, 25일 대법원이 지난 1965년 제정된 '투표권리법(Voting Rights Act)'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점입니다. 이날 대법원은 찬성5 반대4로 투표권리법의 제4조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습니다.

투표권리법은 소수인종의 선거권 제한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제정된 것으로 제4조는 과거 인종차별이 심했던 일부 남부지역의 주정부가 선거법을 수정할 경우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해당 법조항이 50년전 상황을 근거해 제정됐다며 수정이 필요하다며 위헌판결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에 적용되는 주는 앨라배마를 비롯해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애리조나 등입니다.


'투표권리법'은 1965년 연방의회와 흑인과 소수계 유권자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린든 존슨 대통령과 의회가 제정했습니다. 수정 헌법 제5조의 문안과 거의 흡사한,  동 법 제 2항은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는 읽기 및 쓰기 시험에 의하여 투표권을 거절 또는 제한하는 것을 전국적으로 금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른 규정들 중에는, 동 법은 의회가 차별의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믿는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하는 특별한 이행 규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 법 제 5항에서는, 이 특별 규정의 대상이 되는 관할 구역은 미국법무장관 또는 콜럼비아 특별구 미연방 지방 법원이 변경은 차별 목적이 아니며 차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판정할 때까지는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변경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법무장관은, 유권자 등록을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자격을 심사하기 위하여 연방 검사관을 임명하도록 규정하도록 하는 특별 규정이 적용되는 카운티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더나아가, 연방 검사관이 근무하고 있는 카운티에서는, 법무장관이 연방 참관인등로 하여금  카운티 투표 장소 내에서의 활동을 감시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좀 복잡하지요 . 하지만 간단할 수도있습니다. 특정 인종, 국가출신들이 상황적, 언어적 환경때문에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원하겠다는 것이 이 법의 핵심인거죠. 

실제로, 이법에 따라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해당언어 지원을 함으로써 유권자의 투표권리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여기에는 한국어도 당연히 포함되지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경우, 투표권리법 제203항애 명시된 지침에 의거해 2000년 센서스 자료를 토대로하여 2002년 투표시 한국어지원조치가  이루어기도 했습니다.

 

세번째는,  24일 대법원이 미국 대학의 소수계 우대 입시정책인 ‘어퍼머티브 액트(사회적 약자보호법)’이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점입니다. 

대법원은 이날 텍사스대가 입시에서 소수계 우대 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뉴올리언스 제5항소법원의 판결을 재심리하라고 판결하고 이 사건을 항소법원으로 되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로 미국 대학들이 입시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소수계 우대 정책은 유지될 수 있지만, 백인들이 이로 인해 역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적용 기준을 엄격하게 할 것을 주문한 셈이됐습니다. 

 

이번 재판은 지난 2008년 백인여성 애비게일 노엘 피셔가 인종적 이유로 역차별을 받았다며 텍사스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지요. 텍사스대는 주 소재 고교 최상위 10% 성적 학생들에게 입학자격을 부여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피셔는 10%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보호법’에 따라 소수인종 학생들에게 순위가 밀려 입학자격을 얻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약자보호법'의 역차별 논란은 사실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던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정의란 무엇인가'에 한챕터로 다뤄진 바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나오기 이전부터,  경제난으로 미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는 데다가, 미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미국 신생아 인구에서 흑인, 라틴, 아시아계가 절반을 넘기는 상황이 되면서 ‘사회적 약자보호법’에 대한 회의론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바있었습니다.  

 

 

여기서 두번째와 세번째는 약 반세기전 흑인민권시대와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흑인 대통령이 탄생되고, 각종 디지털기기의 발전으로 소수인종들도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있는 환경이 조성돼있기때문에 기존 소수인종보호법이 새로운 불평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지요. 물론 최근 대법원이 보수화된데에도 이같은 판결이 나오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무엇보다 달라진 시대상이 낳은 결과라고 할 수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