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지구촌 전망대

'인빅터스'만델라...정복당하지 않는 영혼

bluefox61 2013. 7. 1. 09:18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생애 마지막 투쟁을 벌이고 있다. 흑백차별없는 세상, 폭력없는 세상, 누구나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평생 투쟁해온 그가 지금은 남아공 수도 프레토리아의 메디클리닉 심장병원 병상에 누워 꺼져가는 생명을 부여잡고, 아직은 사랑하는 국민 곁을 떠날 수없다는 듯 홀로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며칠전부터는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니 진정한 투사답다.


생명을 위한 그의 투쟁을 멀리서나마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시 한편이다. 반역죄로 27년간이나 수감생활을 했던 그가 로벤섬 교도소에서 즐겨 낭송하고, 동료 죄수들에게 들려주곤 했다는 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1849~1903)의 '인빅터스(Invictus)' 이다. 라틴어로 '정복되지 않는'이란 의미를 지닌 이 시를 왜 그토록 만델라가 사랑했는지는 몇구절만 읽어보면 금방 알 수있다.

 

인빅터스(Invictus)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나를 감싸고 있는 밤은
Black as the pit from pole to pole, 온통 칠흑 같은 암흑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나는 그 어떤 신이든, 신께 감사하노라
For my unconquerable soul. 내게 정복 당하지 않는 영혼을 주셨음을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잔인한 환경의 마수에서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난 움츠리거나 소리내어 울지 않았다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운명의 몽둥이에 두들겨 맞아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 내 머리는 피 흘리지만 굴하지 않노라
   
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분노와 눈물의 이 땅을 넘어
Looms but the Horror of the shade, 어둠의 공포만이 어렴풋하다.
And yet the menace of the years 그리고 오랜 재앙의 세월이 흘러도
Finds and shall find me unafraid. 나는 두려움에 떨지 않을 것이다.
   
It matters not how strait the gate 비록 문이 좁을지라도
How charged with punishments the scroll, 아무리 많은 형벌이 날 기다릴지라도 중요치 않다.
I am the master of my fate: 나는 내 운명의 주인
I am the captain of my soul. 나는 내 영혼의 선장

 

 

1995년 남아공에서 개최된 럭비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한 

자국 국가대표팀 주장 프랑수아 피나르를 격려하는 만델라 대통령

 

영화 '인빅터스'에서 우승컵을 치켜드는 국가대표럭비팀의 주장 피나르(맷 데이먼)에게 

박수를 치는 만델라(모건 프리먼)

 

실화를 소재로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우리가 꿈꾸는 기적:인빅터스(2009년작)'에서 만델라는 1995년 남아공 럭비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국가대표팀의 주장 프랑수아 피나르를 불러 자신이 즐겨 암송하며 용기를 얻었던 시라며 '인빅터스'를 적은 쪽지를 전달한다. 아파르트헤이트(흑백분리정책)를 종식하고 흑인정부가 들어선지 불과 1년. 남아공 흑인들에게 럭비는 백인특권층만의 스포츠였을 뿐이었다. 


백인 전유물인 럭비를 지지하는 흑인 대통령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아공 럭비 국가대표팀은 기적적으로 우승을 차지했을뿐만 아니라 흑인과 백인이 함께 환호하며 얼싸안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남아공 국민들은 18년이나 지난 지금도 이 순간을 잊지못할 감동으로 기억한다.


사실, 만델라가 피나르 주장에게 건넨 쪽지는 "진정한 승자는 위대한 열정과 위대한 헌신을 아는 사람"이란 구절이 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1910년 연설의 한 부분이었다. 이스트우드 감독이 영화 속에서 싯구를 바꾼 것은 아무리 혹독한 고난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았던 만델라를 통해 위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보다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경기장의 남자(Man in the Arean)' 연설중 - 1910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연설 일부

 

비판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자가 실수하는 것을 지적하거나 
어떤 행동을 실천한 사람에게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 자 말입니다.
공을 돌려야 할 주인공은 이런 사람입니다. 
실제로 경기장에 나선, 얼굴이 땀과 먼지와 피로 범벅된 사람입니다. 
실수를 하고 거듭 기대에 못 미친 사람입니다. 
착오와 부족함이 없는 시도란 없는 법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바로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 
위대한 열정과 위대한 헌신을 아는 사람,
값진 대의에 자신을 바치는 사람입니다. 
잘해 봤자 끝에 가서야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음을 아는 사람입니다. 
못해도 최소한 과감히 도전하다 실패를 한다면, 
승리나 패배도 모르는 냉정하고 소심한 영혼들과는 
결코 동등한 위치가 아님을 아는 사람인 것입니다." 

 

It is not the critic who counts; not the man who points out how the strong man stumbles,

or where the doer of deeds could have done them better.

The credit belongs to the man who is actually in the arena,

whose face is marred by dust and sweat and blood;

who strives valiantly; who errs,

who comes short again and again, because there is no effort without error and shortcoming; but who does actually strive to do the deeds;

who knows great enthusiasms, the great devotions;

who spends himself in a worthy cause;

who at the best knows in the end the triumph of high achievement,

and who at the worst, if he fails, at least fails while daring greatly,

so that his place shall never be with those cold and timid souls who neither know victory nor defeat.

 

만델라가 전세계인으로부터 전폭적인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대통령이서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어서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아무리 고통스런 시련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결코 잊지 않았던 그를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있기 때문이다. 증오를 사랑과 이해,신뢰로 극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아파르트헤이트를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신문 국제면 기사를 통해 남아공으로부터 전해온 온갖 끔찍한 사건들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이 순간이 결코 평범할 수가 없다. 30일 로벤섬 교도소를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겸허한 심정"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