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칼럼/디트로이트의 경고

bluefox61 2013. 7. 22. 13:33

"위험하니까 얼른 창문 올리세요."
 십여년전, 자동차를 타고 디트로이트 시내를 통과하던 중 잠깐 창문을 내렸더니 옆좌석의 운전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치안 불안이 워낙 심한 탓에 디트로이트를 지날 때면 차 창문을 반드시 올리고 쏜살같이 통과하는게 거의 모든 운전자들의 불문율이라는 것이었다. 운전자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니 꽤 긴장한 듯한 표정이어서, "노이로제 아니냐"고 놀리려했던 말이 쑥 들어갔다.
 '자동차의 성지' 디트로이트의 모뉴멘트는 제네럴 모터스의 본부 건물인 르네상스센터이다. 세련된 외관에다가 우뚝 솟은 위용이 제네럴 모터스는 물론 미국 자동차 산업의 자긍심을 자랑하는 듯하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는 미국에서 가장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위험 도시 1위' 자리를 지켜온지 오래이다. 변두리 지역에서는 "여기가 세계 최강국 미국이 맞나"싶게 다 쓰러질듯한 집들이 심심치않게 눈에 띈다. 지난 18일 시정부가 빚더미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선고를 했다니, 시 경제상황이 십여년전보다 더 악화된 모양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시절 노동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지난 20일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디트로이트를 백인 중산층이 거주하는 교외지역에 둘러싸인 '가난한 흑인들의 섬'에 비유하면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가 디트로이트뿐만 아니라 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때 미국의 제조업 파워를 상징하던 디트로이트가 이 지경이 된 원인은 여러가지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승승장구했던 자동차산업이 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 일본의 약진으로 타격을 입었는가 하면, 1967년 대대적인 흑인폭동의영향으로 이미지가 악화됐고, 강성 자동차 노조로 인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획기적인 기회를 잃었다. 디트로이트와 지척거리인 플린트 출신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같은 이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0년대에 자동차 메이저사의 경영진들이 이윤을 위해 생산기반을 멕시코 등 해외로 이전하는데 급급해 지역경제가 무너졌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1950년대만해도 180만명이 넘었던 디트로이트의 주민수가 지금은 약70만명으로 줄었고, 세원이 대폭 감소하면서 결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약180억∼200억달러)을 더이상 감당할 수없는 상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디트로이트의 파산은 중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미국의 위기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난 2008년,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당내 대선 후보 경선 중 디트로이트를 포함한 미시간주 주요 지역을 돌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미 잃어버린 일자리를 돌아오지 않는다. 새로운 산업 ,새로운 직업교육이 필요하다." 자동차산업 종사자들의 감정을 거스른 이 발언으로 그는 미시간주 경선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시기까지 했다.
 하지만 , 돌이켜보면 매케인의 당시 발언은 미시간주뿐만 아니라 미국과 세계를 향해 던지는 경고였다. 한때 막강한 힘을 자랑하던 제국이 몰락해버린 사례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 디트로이트는 지자체 뿐만 아니라  국가 역시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몰락할 수있다는 엄중한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