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브라질, 경찰관 폭력에 몸살

bluefox61 2013. 7. 22. 13:45

 2014년 월드컵,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브라질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범죄를 뿌리 뽑는다는 이유로 경찰관들이 과잉대응하는가하면,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행위로 법의 심판대에 서는 경찰관들이 극소수에 불과한데다가, 재판을 받는다하더라도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지난 6월 대규모 반정부시위에서 보듯, 지우마 호세프 정부는 사회 곳곳에 만연된 범죄를 일소하는 동시에 경찰비리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국민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범죄 오명국가=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브라질은 전세계에서 경찰에 의한 살인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국가이다. 지난해 경우, 체포된 용의자 229명 당 1명 꼴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3만 1575명 당 1명(2011년 기준)인 미국에 비해 무려 4배나 많은 숫자이다.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용의자에게 무조건 총부터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총에 맞아 죽어가는 용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살해해버린 경우도 현지언론들에 의해 보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상파울루 경찰관 9명이 '보복살인'혐의로 체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들은 나치멘토 사건이 발생한 인근 지역에서 라에르치오 그리마스란 인기 래퍼를 포함해 몇명의 청년을 표적살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리마스가 경찰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노래들을 불렀던 것에 대한 보복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관들이 나치멘토 사건 현장을 기록한 문제의 비디오 촬영자로 그리마스를 찍어 보복살인을 했다는 설을 제기하고 있다. 여론이 들끓자 상파울루 주정부는 사건발생 지역 관할경찰서의 전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총기조사를 단행, 이중 일부 경찰관의 총이 그리마스의 시신에서 찾아낸 총알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조직 내 '암살부대'= 경찰조직과 긴밀하게 연결된  '그루포스 데 엑스테미니오'란,일명 '암살부대'의 존재도 국민들을 경악시키고 있다.  전현직 경찰 및 헌병들로 이뤄진 비밀암살조직이란 것 이외에는 정체가 거의 드러나있지 않았다. 다만 지난 2010년 이 조직에 소속된 현직경찰관이 용의자를 살해한 다음 목을 자른 사실이 드러나 18년 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지난 13일 상파울루의 한 공연장에서 인기 펑크가수 MC 달레스테(본명 다니엘 페레그리네)가 관객 4000명 앞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도 '그루포스 데 엑스테미니오' 조직원이 저질렀다는 설이 유력하다. 지난 3년간 공연 도중 피살된 뮤지션만 무려 7명이나 된다. 그리마스처럼 대부분 공권력에 비판적인 노래를 불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달레스테의 아버지는 17일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돈을 잘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내 아들을 시기해 암살했다"고 주장했다. 

 


 ▶솜방망이 대책에 분노하는 국민들 = 상파울루주지사는 최근 경찰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강경파 경찰총장을 경질하는 한편 비리 경찰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약속했다. 페르난도 비에이라 신임 경찰총장은 현지언론들과 인터뷰에서 "경찰관들의 권력남용을 결코 관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권고를 받아들여, 경찰관들이 사건 현장에서 총에 맞았거나 다친 용의자들을 병원으로 직접 이송하는 것을 금지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 비리를 저지른 경찰관들이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브라질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2011년 3월 절도혐의로 체포된 용의자가 경찰서가 아니라 외딴 공동묘지로 끌려가 살해당했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경찰관 2명은 지난 5월 재판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무죄석방됐다. 마침 현장부근에 있었던 한 주민이 911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중계방송하듯 신고했던 녹음 자료가 있었지만, 재판부는 결국 공권력 집행과정에서 일어난 어쩔수없는 행위로 인정해 경찰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브라질에서 경찰범죄가 빈발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브라질 범죄실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에는 전국적 범죄조직인 제1도시군사령부(PCC)가 경찰서, 관공서 등을 동시다발로 습격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현실때문에 경찰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선 어쩔수없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지여론조사기관인 다타폴라 조사에 따르면, 상파울루 시민의 53%가 법집행과정에서 용의자를 살해한 경찰관에 대한 처벌에 반대의사를 나타냈다고 WSJ은 보도했다. 

 

 ■브라질 국민 관심 집중된 나치멘토 사건
 파올로 나치멘토(25)는 일명 '파벨라'로 불리는 상파울루 빈민가에서 태어나 성장한 청년들 중 상당수가 그렇듯, 소소한 범죄로 경찰서와 교도소를 여러차례 들락거려온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그는 친구 몇명과 자동차 한대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았다. 차에서 내려 피를 흘리며 도망치던 그는 한 건물 안으로 몸을 숨겼지만 핏자국을 따라 좇아온 경찰관 세 명에게 이내 발각돼 끌려나갔다. 경찰관 한명은 그의 뺨을 후려졌고 또 한명은 등 뒤에서 발길질을 해 그를 쓰러뜨렸다. 이때 세 번째 경찰이 총을 꺼내더니 나치멘토를 향해 발사했다. 이후 경찰관들은 그를 순찰차에 싣고 현장을 떠났다.
 상파울루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사건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한 주민이 촬영한 동영상으로 인해 전국적인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이미 총상을 입어 제대로 반항하지도 못하는 용의자를 경찰관이 총을 쏴죽이는 장면을 담은 이 동영상이 글로보TV 기자에게 전달돼 정규뉴스시간에 전국에 방송된 것이다. 온나라 발칵 뒤집히자 상파울루 정부와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결국 할톤스 첸, 마르첼로 실바, 하일손 피멘텔 등 경찰관 3명이 살인죄로 체포됐다. 

 

                                                     <동영상 한 장면>


 3명의 체포로 누그러드는 듯했던 여론이 다시 끓어오른 것은, 나치멘토가 현장에서 즉사하지 않고 살아있었으며 순찰차 안에서 살해됐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오면서이다. 체포된 3명 중 한명인 첸은 최근 나치멘토가 총을 2번이나 맞고도 살아있었으며, 순찰차에 실린 후 반항을 하는 바람에 피멘텔이 다시 총을 쏴 살해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피멘텔이 나치멘토가 살아날 경우 경찰의 범법행위를 고발할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피멘텔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관 3명에 대한 재판은 오는 8월 열린다. 검찰측은 비디오 증거자료까지 있는 만큼  경찰관 3명에 대한 유괴판결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에도 유사한 재판에서 경찰관들이 무죄판결을 받았던만큼, 과연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