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이미지의 육화(肉化)란 바로 이 영화를 두고 한 말이다. 
4월 2일 국내개봉하는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성서에 기록된 2천여년의 사건을 '지금 바로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생생하게 펼쳐놓았다. ″예수의 고난을 가능한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싶다″는 멜 깁슨 감독의 야심은 100% , 아니 그 이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가시 면류관이 예수의 이마를 찌를 때 관객들은 마치 자신의 살갗 속으로 가시바늘이 파고드는 고통을 느끼게 되며, 철못 박힌 채찍이 예수의 육신을 갈갈이 찢어 발길 때 관객은 자신이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아픔과 신음을 참기 어려워진다. 예수의 두 손과 발에 대못이 박히는 장면에서 차라리 눈을 감고 싶어진다. 슬로모션으로 그 순간의 참혹함을 가능한 오래 연장한 연출방식에선 감독의 사도 -마조히즘적 취향이 의심스러워질 지경이다. 

사랑과 용서를 추구하는 기독교 정신이 유혈낭자한 고어 영화,슬래셔(난도질)영화와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던 그 일을 이뤄냈다. 그 것이 할리우드의 최첨단 특수효과와 분장기술의 승리이건, 또는 자극적인 영상세대적 감수성의 반영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그동안 할리우드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숱하게 만들어져왔던 기독교 영화의 전통과 과감하게, 그것도 매우 폭력적인 방식으로 결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기독교 영화들이 예수의 행적과 고난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보다는 가르침과 정신을강조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멜 깁슨 감독은 예수의 죽음 그 자체가 가장 강렬한 스펙터클이란 당연한 사실에 충실하고 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예수가 게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빌라도의 재판을 받은 후 십자가에 못박히기까지의 12시간만을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단순할 수도 있는 이 이야기 속에 감독은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그리고 요한복음에 나타난 예수와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플래시백(과거회상) 수법으로 군데군데 삽입해 다채로움을 살렸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는 순간 한방울의 빗방울이 메마른 땅위에 떨어지면서 대지가 요동치는 장면, 지나치게 말끔하다못해 섬뜩하고 사악한 사탄의 이미지 등도 매우 인상적이다. 신학적 논쟁과는 별개로 영화적으로만 놓고 보자면,이 작품은 관객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휘몰아쳐대는 멜 깁슨의 연출솜씨가 이제 가히 어떤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연배우 짐 카비젤은 매일 7시간씩 특수분장을 받은 것을 비롯해 십자가 처형 장면 촬영도중 실제 번개에 맞아 정신을 잃는 등 엄청난 고생을 겪어야 했다는 후문. 예수를 비롯한 유대인들의 대사는 중동지역의 사어(死語)인 아람어, 빌라도 등 로마인들은 라틴어를 사용한 점도 특이하다. 미국서 이 영화를 둘러싸고 들끊었던 반유대주의 논쟁은 막상 지난 2월 25일 개봉후 자취를 감췄으며, 3주간 흥행 1위를 차지하며 미국내에서만 약 2억 6400억달러(약 3000억원)의 입장수입을 올리는 엄청난 흥행력을 입증했다. 



<영화와 역사의 차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둘러싼 반유대주의 논쟁의 핵심은 ″과연 누가 예수를 죽였는가″이다. 영화는 명백하게 대사장 카이아파스 등 유대교 종교지도자들과 유대인 대중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이들은 예수를 태형 정도로만 처벌하고 싶었던 빌라도에게 끈질기게 십자가 처형을 요구한다. 반면,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이 영화에서 예수의 죽음을 어떻게든 피해보고자 했던 매우 사려깊고 인간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러나 역사학자들과 종교학자들은 실제 빌라도가 매우 잔혹한 폭군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성서에서 예수에 대한 사형선고를 회피하려 했던 것은 정치적으로 골치아파질 수있는 상황을 회피해보려던 것이었을 뿐, 영화에서처럼 피에 굶주린 듯한 유대인들을 향한 혐오감이나 예수를 동정했기 때문이 아니란 지적이다. 

학자들은 성서가 수세기에 걸쳐 완성된 것임을 강조한다. 역사적 텍스트로서의 성서에는 집필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집필자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로마인을 대상으로한 초기 선교과정에서 기독교와 유대교를 차별화하기 위해, 성서는 예수의 죽음을 초래한 유대인들을 로마총독 빌라도보다 더 악의적으로 묘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학자들은 예수의 죽음은 유대, 로마의 책임이라기 보다 인류모두의 죄에서 비롯된 것을 강조하고 있다. 

멜 깁슨은 지난 62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라틴어 미사를 폐지하는 등 가톨릭을 보다 현대적으로 쇄신한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성서 내용 그대로를 가르침으로 고수하는 가톨릭 극보수 교단의 신자로 알려져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성서에 문자그대로 충실한 반면 일부 가톨릭 교단과 충돌을 일으킨 것은 바로이 부분 때문이다. 그러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영화를 보고난후 ″대체로 있는 그대로를 그렸다″고 밝혔고, 주연배우 짐 카비젤을 바티칸에서 특별 회견해 축복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Posted by bluefox61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