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토비 매과이어에 대한 몇가지 생각들

bluefox61 2004. 7. 27. 15:24

곰곰히(?) 생각해보면,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기준은 
69년생이 마지노선인 것 같습니다. 
제 나이 많은 건 모르고, 69년 이하는 ″아직 인간될라면 멀었다..″라고 
맘대로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제 친구들이 저보고 30세 넘어서야 
그래도 쬐금 인간이 됐다고 그러더군요...)   

어쨋든 , 20대 배우 중에서는 자신있게 '좋다'고 할만한 얼굴이 거의 
떠오르지 않습니다. 멋진 외모와는 별도로 인간적인 끌림, 아우라를 느끼게하는 배우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편견'을 깨트린 한 남자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토비 매과이어입니다. 


이안 감독의 97년작 [아이스 스톰]에서 그를 맨 처음 봤을 때, 
″참 묘한 분위기의 젊은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제이크 길렌할과 비슷했다고 할까요. 

이 영화에서 그는 붕괴직전에 처해있는 콩가루 집안의 맏아들입니다. 
아버지는 옆집 아줌마와 바람이 나고 
어머니는 그런 남편을 지켜보면서 신경쇠약 직전에 놓여있으며, 
여동생은 옆집 소년을 꼬셔서 때이른 섹스 탐구에 몰두하는가 하면, 
책과 과학을 좋아하는 남동생은 온세상이 얼어붙은 새벽 길을 
헤매고 돌아다니다가 끊어진 전선에 감전돼 죽게되죠. 
토비 자신은 만화책에 빠져서 ,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소년입니다. 
한없이 순진하고 여려보이면서도, 생각이 많고 , 늘 촉촉하게 젖어있는 듯한 
그 큰 눈으로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후 그의 영화들도 [아이스 스톰]과 거의 같은 부류에 속하죠.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라이드 위드 데블]에서 
대의보다는 동고동락한 동료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남군 낙오병으로 
등장했고, [사이더 하우스 룰스]에서는 자신이 성장한 고아원을 사랑하지만 
홀로서기를 위해 노력하는 소년 호머, 
커티슨 핸슨 감독의 [원더 보이]에서는 한때는 문학계의 원더보이였던 스승을 
긴장시키는 제자이자 새로운 원더보이( 스승의 옛 모습) 역을 맡았지요. 
[플레젠트 빌]에서는 50년대 홈드라마를 보면서 단란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십대소년이었고, [시비스킷]에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결국엔 챔피언이 되는 승마기수이기도 했습니다. 
토비 매과이어의 이런 일련의 캐릭터는 
[스파이더맨]으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매과이어가 그동안 영화를 통해 보여준 캐릭터들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고독한 아웃사이더'라고 하겠습니다. 
과거의 '아웃사이더'가 사회일탈적이고 반항적이라면, 
매과이어의 '아웃사이더'는 매우 섬세하고, 사려깊고, 
행동보다는 생각이 깊고, 주변 환경과 사람들에 대해 매우 민감한 인물이죠. 
최근 뉴욕타임스는 이런 캐릭터의 배우들( 제이크 길렌할, 올랜도 블룸, 매과이어)을 '새로운 시대의 히어로'로 부르기도 했지요. 

매과이어의 이미지가 이렇게 굳어진 것은 , 
그의 개인사와도 어느정도 관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십대 티를 채 벗지도 못했던 20세 아버지와 18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세때 부모의 이혼으로 
사실상 아버지없이 자라났습니다. 
이혼가정에서 성장하는 것이 미국에선 흔하디 흔한게 사실이지만, 
매과이어의 큰 눈을 바라보면 웬지 그의 내면에는 상처가 
많을 것같다는 느낌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특히 [플레젠트빌]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 하나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매과이어의 (50년대) 엄마는 사랑이란 '감정'을 
알아버린 후 회색빛에서 발그레한 컬러 피부로 바뀌자 너무나 당황해하죠. 
사람들이 자신의 변화를 알아챌까봐 전전긍긍하는 
엄마를 위해 아들은 회색빛 파운데이션을 엄마 얼굴에 발라줍니다. 
이 장면에서 그의 표정과 동작은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남의 상처와 치부까지도 품에 안아들이는 배려를 담고 있죠. 

매과이어에 대한 좋은 느낌을 [스파이더 맨 2]에서도 확인할 수있어서 
흐믓했습니다. 흔하디 흔한 수퍼히어로 액션 블럭버스터임에도 
[스파이더맨]시리즈가 웬지 독특한 느낌이 드는 것은 
매과이어란 배우가 있기 때문이죠. 

좋은 배우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영화팬이 누릴 수있는 행운이자, 기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