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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주연의 [바람의 전설]을 보면서, 
새삼 영화 속에서 '바람'이 얼마나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한줄기 공기의 흐름에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감정을 실어보내왔던지요... 
자, 영화 속에 나타난 '바람'의 다양한 색깔과 느낌을 한번 살펴볼까요. 

영화에서 '바람'은 [트위스터]처럼 말그대로 자연현상으로서의 '바람'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고, 또 [바람난 가족]에서처럼 정분난 남녀의 '바람'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하죠. 
여기까지는 [바람]에 관한 전형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니죠. 

예를 들어 [바람의 전설]에서 바람은 진짜 바람과 함께 '춤바람''바람끼'란 의미까지 
복합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주인공 박풍식과 여형사 연화가 첫 댄스 스텝을 밟는 순간, 
전율이 짜릿하게 온몸을 흐르는 동시에 한줄기 바람이 살짝 스쳐지나가죠. 
그 바람은 아마도 , 무료하고 돌처럼 굳어져버린 두사람의 마음 속 심연을 
부드럽지만 강력하게 흔들어깨우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건 '바람피우다'의 
바람과는 좀 다른 뉘앙스죠. 일종의 견고한 껍질에 균열을 내는 그런 자극이었던 거죠. 

비슷한 맥락의 '바람'은 다이앤 레인 주연 영화 [언페이스풀]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바람의 전설]이 산뜻한 바람이라면, 
[언페이스풀]의 바람은 '위험한 바람'입니다. 
그것은 주인공이 바람을 만나는 장면을 감독 (에이드리언 라인)이 표현하는 방식에서 
잘 드러납니다. 
주인공 코니는 뉴욕시 외곽의 중산층 거주지에 사는 평범하면서도 아름다운 가정주부입니다. 
든든한 남편, 예쁜 아들을 둔 남부럽지 않은 여자지요. 
어느날 그녀는 뉴욕시내로 쇼핑을 갔다가 갑작스런 돌풍에 휘말려서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을 다치게 됩니다. 이때 매력적인 프랑스 인이 나타나,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피를 닦아주면서 상처를 치료해주죠. 
로맨틱한 만남일 수도 있는 이 장면에서 감독이 강한 바람을 모티프로 사용한 것은 
비극적 파국을 향해 겉잡을 수없이 휩쓸려들어가게될  코니 부부의 상황에 대한 
일종의 암시라고 할 수있습니다. (무릎상처의 )피로 시작한 관계가 (살인에 의한) 피로 끝나게 
되는 것도 의미심장하죠. 
여기서 바람은 일상을 뒤흔드는 자극인 동시에, 위험한 유혹 또는 통제할 수없는 운명의 힘을 
상징한다고 하겠습니다. 

줄리엣 비노슈 주연의 [초콜렛]에도 '바람'이 주요한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프랑스의 한 보수적인 도시에서 주민들이 주일예배를 드리는 동안, 
북풍이 몰아치는 거리에 붉은 색 망토를 둘러쓴 모녀가 등장하죠. 
이 영화의 '바람'은 곧 '자유' 라고 할 수있을 것같습니다. 
그것은 영화보다 책을 보면 조금 더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비엔느가 마을에 도착하기전의 인생이 많이 생략돼있는데, 
책에서는 비엔느가 왜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인생을 살게됐는지의 사연이 
어머니대에서부터 비교적 자세히 묘사돼있습니다. 
비엔느가 몰고 온 북쪽 바람은 경직된 마을사람들의 마음과 생활방식을 
자유롭게 만드는 '변화'와 '관용' ,그리고 '자유'의 바람이죠. 

한국영화에서 '바람'이 가장 인상적으로 사용된 작품은 
바로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입니다. 
이 영화는 남자주인공 상우의 첫사랑이 줄거리를 이루고 있는데, 
사실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은 '소리'라고 할 수있습니다. 
주인공의 직업이 음향기사인 탓에, 
이 영화에 담긴 갖가지 소리들은 캐릭터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전달해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우와 아나운서 겸 프로듀서인 은수가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녹음한  대나무 숲에 스치는 바람소리와 
상우가 은수와 헤어진 뒤 갈대밭에 홀로 서서 녹음한 
바람소리는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거죠. 
앞의 대나무숲의 바람소리가 두사람 사이에 흐르기 사작한  미묘한 감정의 소리라면, 
뒤의 갈대밭 바람소리는 인생의 씁쓸함을 알아버리는 이의 허허로운 가슴을 쓸고 지나가는 
서늘한 회한의 소리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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