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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일본영화와 관련된 기사의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했다. 
“일본 영화계에는 두명의 구로사와가 있다. 한명은 구로사와 아키라고, 또 다른 한명은 구로사와 기요시다.” 
우리에게는 공포영화 감독정도로 알려져 있는 구로사와 기요시를 세계적인 거장감독인 구로사와 아키라와 같은 반열에서 거론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타임지의 지적은 기요시의 영화가 단순한 공포물의 차원을 넘어 오늘날 일본사회, 나아가 현대인의 일상을 짓누르는 강박관념의 심연을 건드리는 날카로움과 깊이를 확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기요시의 최근작 두편이 국내에서 개봉된다. 2000년작 ‘강령’과 2003년작 ‘밝은 미래’다. ‘강령’이 전형적인 공포물에 가깝다면, ‘밝은 미래’는 불안한 젊음의 내면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성장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강령’은 녹음기사 사토(야쿠쇼 코지)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내 준코(후부키 준)의 일상에 느닷없이 닥쳐온 살인사건과 그로 인한 파국을 그린 영화다. 어느날 한 어린소녀가 유괴범을 피해 도망치다 사토의 빈 트렁크안에 숨는다. 사토는 그 사실을 모르고 트렁크를 잠근 채 방치해둔다. 얼마 뒤 아내 준코는 경찰로부터 유괴된 소녀의 행방을 알아봐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준코는 남편의 차 트렁크를 열어본 순간, 거의 죽어가는 상태의 소녀를 발견하고 경악한다. 

경찰에 신고할 것인가, 아니면 이 기회를 이용해 초능력자로서 유명해질 것인가. 
부부의 마음에 탐욕이 스며드는 순간 파국은 시작된다. 

‘강령’은 공포영화의 장르틀을 따르면서도 그 규칙을 은근히 깨버리는 의외성을 가지고 있다. 
귀신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따위의 깜짝쇼 보다는 은근하게 조여들어오는 불길한 느낌을 강조한다고 할까. 

좋은 공포영화란 단순히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것이기 보다는 
사회와 인간본성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라고 생각한다. 
기요시는 최근 내한 강연에서 ″세계에는 절대로 이해할 수없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고 자신이 밎어왔던 세계와 전혀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다가오는 공포, 그 공포를 포착하고 그려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포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강령]을 비롯한 기요시의 일련의 공포영화들은 
지극히 규격화된 삶을 살아가는 일본인의 강박관념, 일상을 지탱해온 무엇인가가 
허물어져버렸을때의 황폐한 심리와 알수없는 공포감 등을 거울처럼 비춰내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기요시의 대표작 [큐어][카리스마]와 비교하면 다소 소품같은 느낌이지만, 
탄탄한 짜임새와 마지막의 은근한 반전 등이 인상적이다.

사토가 아이를 암매장한 후 아내에게 ″오늘도 내일도 달라질 건 없어.꿈을 실컷 꿨으니 
이젠 현실로 돌아와″라고 한 대사의 씁쓸한 느낌이 오랜 여운을 남기는 작품. 

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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