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로 본 세상

'화씨 9/11'의 마이클 무어를 말한다

bluefox61 2004. 7. 22. 15:34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화씨 9/11]을 드디어 보게됐습니다. 부시 정권과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을 낱낱이 까발긴 내용이야 
다들 많이 아실테지요. 개인적으로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소위 주류언론의 한계성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마도, 대다수 미국인 관객들 역시 이 영화에 등장한 갖가지 팩트들을 (예를 들어 부시 친구들이 어떻게 행정부의 요직을 잠식했는지, 빈라덴 가문과 부시 집안의 유대관계가 얼마나 밀접한지, 이라크 전쟁에 나간 미군 병사들이 진짜 이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등) 소위 3대 네트워크라고 하는 주류 언론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그런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받아서 재가공하는 한국의 외신 기사들은 어떻겠습니다. 
이른바 주류언론들이 '불편부당성'또는 '중립성'(모두 그럴듯한 수사에 불과하지만) 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겉햝기식 보도에 머무르고 있었는지를 '화씨 9/11'을 통해 정말 진지하게 반성하게 되더군요. 실제, 무어감독은 인터뷰에서 자신을 인터뷰하는 세계유수의 언론사 기자들을 향해 "정신들 차려라, 당신들이 안하니까 내가 이렇게 나서는게 아니냐"라고 일갈했다지요. 

이 영화를 보고 , 또한가지 드는 생각은 무어감독이 이런 영화까지 만들어줬는데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가 11월 대선에 진다면 정말 말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분명 대단히 선동적이더군요. 

리뷰는 여기저기서 많이 보셨을테니 생략하고, 참고로 예전에 제가 한 주간지에 썼던 마이클 무어 개인에 대한 글을 덧붙여봅니다.  지난해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았을때 쓴거라서 , 조금 시차가 있음을 참고하세요.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희안한 사이트 하나를 발견했다. 
제목은 '무어워치(www.moorewatch.com)'. 이 사이트의 목적은 단 하나. 도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49)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다. 사이트의 첫머리에는 운영자의 이런 글이 올라있다. ″ 이 나라(미국)에 위해를 가하고 있는 마이클 무어의 입(그리고 컴퓨터 키보드)에서 나오는 모든 말, 단어 하나까지도 철저히 감시해서 그의 이중적 발언 뒤에 숨은 진실을 폭로하자.″ 
'무어워치'의 단골방문자들은 요즘 엄청 바빠졌겠다. 마이클 무어란 이 인간의 행동반경이 최근들어 무지막지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2001년 9.11테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멍청한 백인들(Stupid White Men)'이란 오만방자한 책을 내놓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5월에는 칸국제영화제 사상 최초로 다큐멘터리 영화인 '보울링 포 콜롬바인'을 경쟁부문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 영화를 들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반미적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모자라 , 최근 프랑스에서는 최고로 권위있다는 세자르영화상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요즘 시국에서 프랑스가 사랑하는 미국인라면 반역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인간벌레' 시라크 대통령(영국의 대중지 선은 1면기사에서 시라크를 '벌레'로 불렀다)때문에 미국에서는 프랑스 제품이라면 와인.치즈, 생수, 심지어 프렌치 프라이까지 거부하고 있는 판이다. 어떤 공화당 정치인은 프렌치 프라이 대신 '프리덤 '프라이란 단어를 쓰자는 한심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나 뭐라나.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눈엣가시인 마이클 무어는 '멍청한 백인들'로 얼마전 영국 출판업계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 상까지 받았다. 미국의 푸들강아지 토니 블레어가 성조기를 휘날리며 전쟁을 부르짖는 와중에 영국 출판업계는 무어를 선택함으로써 반전의사를 세계에 천명한 셈이다. 

요즘 미국과 유럽에서 마이클 무어때문에 난리다. 
부시 행정부를 비롯한 미국 권력층의 오만함을 속시원하게 까발긴 '멍청한 백인들'이 연일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보울링 포 콜롬바인'은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상업영화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여름 '멍청한 백인들'이 번역 출간되면서 서서히 무어에 대한 관심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울링 포 콜롬바인'은 곧 개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세계의 진보적 영화관객,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끌어모으고 있는 마이클 무어는 과연 누구일까. 
할리우드닷컴의 유명인사 검색란에 마이클 무어란 이름을 입력했더니, 첫머리에 '게릴라 다큐멘터리 감독''반(反)대기업 운동가'라고 소개돼있다. 미시건주의 자그마한 공업도시 플린트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일찌기 미국 공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며 약관 18세에 시교육위원회 위원으로 당선된 타고난 운동가였다. '플린트보이스'(훗날 미시건 보이스로 제호를 바꿨다) 란 신문을 창간, 발행인이자 말단기자로서 혼자 북치고 장구쳤던 그는 내셔널 퍼브릭 라디오 해설가, 월간지 '마더존스' 기자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언론인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 입만 열었다하면, 기사를 썼다하면 반(反) 대기업, 친노조 성향으로 숱한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자의반 , 타의반 언론사 문을 나오게 된 것. 프리랜서로 근근히 살아가던 그는 80년대 말 ,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는 사건과 부딪히게 된다. 고향마을 플린트가 제네럴 모터스의 생산공장 이전 계획으로 인해 쑥대밭이 되는 꼴을 지켜보면서 ,마이클 무어는 도대체 무엇이 한 마을을 이처럼 몰락시켰는가를 필름에 담기로 결심한다. 카메라 작동법조차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배워서 하면 되니까. 다큐멘터리의 생명력은 번지르르한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3년에 걸친 취재끝에 나온 영화 '로저와 나'를 계기로 그는 일약 주목받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부상하게 됐다. 
그는 아내 캐슬린과 함께 영화,TV프로덕션 '독 이트 독 필름스(Dog Ear Dog Films =작은 개가 큰 개를 먹는다는 뜻)를 설립 , ' 애완동물 또는 고기(Pets or Meat ) ;플린트로의 귀환'(1992) '캐나디언 베이컨(Canadian Bacon)'(1995) '빅원(Big one)'(1998) '보울링 포 콜롬바인(Bowling for columbine)'(2002)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TV 작업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93년 에미상을 수상한 'TV 국가(TV Nation)'이 대표적인 작품. 참 , 한가지 빼먹을 뻔했다. 무어는 얼마전 미국 록그룹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의 '슬립 나우 인 파이어(Sleep nowinthe fire)' 뮤직비디오를 뉴욕 증권거래소 앞에서 찍다가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인 적도 있다. 

마이클 무어가 치떨리게 싫어하는 것은 대기업,보수 정치인,그리고 조지 부시이다. 그의 다큐멘터리와 책들은 대부분 '코퍼레이트 USA(대기업에 의해 움직이는 미국이란 의미)'의 탐욕과 비리가 어떻게 국민들을 착취했는가를 까발기는데 집중돼있다. 조지 부시에 대한 혐오감은 그의 책 '멍청한 백인들'에 잘 나와있다. 잠깐 몇구절 살펴볼까? 
″2001년 1월 20일, 조지 부시는 자기를 지지하는 혁명군에 둘러싸여 대법원장 렌퀴스트 앞에 서서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다. 그날은 하루종일 워싱턴에 찬비가 내렸다. 검은 구름은 해를 가렸고 취임식 축하 퍼레이드를 보러나온 인파로 들끊어야 할 거리의 분위기는 스산했다...부시를 추앙하는 애국 혁명군을 유엔군이 와서 체포하면 얼마나 좋을까. 공개재판을 열어 이들을 모두 바나나공화국으로 추방시키면 속이 얼마나 후련할까! 신이여, 제발 미국에 축복을 내리소서.″ 
마이클 무어가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그만하면 됐다(enough)″는 말이다. 그에겐 '적당히'라든가 '대충'이란 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같다. 시네마 베리떼주의자들이 금과옥조로 떠받들었던'객관성''불편부당성'등은 똥개에게나 줘버리란 식이다. '로저와 나''보울링 포 콜롬바인' 등의 작품에서 마이클 무어는 원하는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서라면 거머리처럼 달라 붙고 , 자신만의 시각에 따라 관객들에게 작품주제를 설명해나간다. 다큐멘터리의 객관성이란 어차피 신화가 아닌가. 마이클 무어의 작품들이 대단한 호소력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그의 독특한 다큐멘터리관과 취재스타일에서 기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 한가지. 인터넷의 바다에는 '무어워치'만 있는게 아니다. 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마이클 무어를 민중대표로 내보내자는 운동사이트(www.petitiononline/mmoore/petition.html)도 있다. 누군가 작성한 이 청원문은 ″ 백악관 오벌 오피스는 당신을 원한다″며 간곡한 어조로 마이클 무어의 출마를 호소하고 있다. 부시의 작태를 도저히 두고 볼 수없다고 생각한다면 청원사이트에 접속해 사인을 남겨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