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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찾은 말레비치 묘소, 어쩌나..

bluefox61 2013. 9. 5. 12:00

 러시아의 대표적인 아방가르드 화가 카지미르 말레비치(1879∼1935)가 묻힌 정확한 장소가 향토사학자들의 노력 끝에 60여년만에 확인됐지만 또다시 소실될 위기에 처했다.

 


 AFP통신,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은 모스크바 지역 향토사학자이자 열렬한 말레비치 팬인 알렉산드르 마트베에프가 각고의 노력 끝에 찾아낸 넴치노브카 지역의 말레비치 묘소가 최고급 아파트 단지 개발계획 때문에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 깔리게 되자 분노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마트베에프와 동료들이 말레비치의 유골이 매장된 지점을 찾아낸 것은 올해초. 오랫동안 인근 지역에서 살아온 노인들의 증언과 군사용 탐지기까지 동원해 샅샅이 뒤진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말레비치는 1935년 레닌그라드(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눈을 감으면서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유골을 모스크바 외곽 넴치노브카에 있는 다차(별장) 옆 커다란 참나무 아래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족과 친지들은 그의 뜻을 받들어 참나무 아래에 유골단지를 묻었고, 그 위에 말레비치의 대표작 '검은 사각형'을 그대로 본뜬 구조물을 표석삼아 세워놓았다. 그러나 2차세계대전의 혼란을 거치면서 말레비치의 묘지에 대한 기억은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 점점 사라져갔다.1950년대에는 이 지역 전체가 집단농장으로 바뀌면서 참나무가 잘려나갔고 땅 속에 묻혔던 말레비치의 유골단지 역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소비에트혁명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말레비치가 스탈린 정권에 의해 퇴폐적인 서구주의자로 낙인찍혀 탄압 당했던 것도 그의 마지막 안식처가 철저히 파괴당하는데 한 몫했다.

                                  <훼손되기 이전의 말레비치 묘소 모습. 참나무와 말레비치 작품에서 따온 표지석이 놓여있다>

 

 말레비치가 복권된 것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정권의 개혁개방 정책이 취해진 1980년대말 쯤이다. 시대를 앞서갔던 말레비치의 예술세계가 재조명받게 됐고, 몇몇 애호가들이 넴치노브카 마을의 한 쪽에  말레비치를 추모하는 소박한 묘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2008년 말레비치의 회화작품은 크리스티경매시장에서 무려 6000만달러에 판매돼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번에 말레비치 유골의 정확한 매장지가 확인되자 러시아는 물론 세계 미술계가 크게 환영했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말레비치의 묘소가 아파트 단지 공사장의 한 복판에 있는데다가, 이미 건설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라는 점이다. 마트베에프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난 수개월동안 모스크바 문화부와 건설 당국에 말레비치 묘소 보존을 호소했지만 공사 강행을 허가했다"면서 분노를 나타냈다.  건설주 측은 단지 내에 말레비치가 묻혀있던 곳이란 표지판을 세워 기념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마트베에프 측은 묘소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5일부터 열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G20정상회의 로고를 말레비치와 칸딘스키 작품을 모방한 듯한 디자인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말레비치의 1916년도 작품 '절대주의 구성 >

 

 

<칸딘스키의 1923년작 '콤포지션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