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나치 약탈미술품 1500점, 80여년만에 발견...월세 100만원짜리 뮌헨아파트에서 쏟아져

bluefox61 2013. 11. 4. 12:00

독일 나치정권이 약탈해간 미술품 약 1500점이 80여년만에 뮌헨의 80세 노인 아파트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발견된 작품들 중에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파울 클레, 마르크 샤갈 등 거장들의 회화가 다수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림잡아 최소 10억 유로(1조4319억원)를 호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차세계대전 후 실종 또는 도난됐던 예술품 회수로는 세계 최대규모이다. 유럽은 물론 전세계 예술계가 이번 발견을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이면서 흥분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작품의 소유권을 가리기 위한 치열한 소송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시사주간지 포쿠스는 최신호(4일자)에서 뮌헨에서 발견된 나치 약탈미술품 발견 사건을 커버스토리(사진)로 다뤘다. 지난 2012년 2월 세무당국과 경찰이 뮌헨에 거주하는 코르넬리우스 구를리트의 아파트를 수색해 1500점의 미술품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구를리트가 거주해온 아파트는 약 600파운드짜리로 , 평범한 외관이라고 영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당초 당국은 평생 변변한 직업을 가진 적이 없었던 구를리트가 많은 현금을 가지고 스위스를 오가며 여행해온 점을 주목, 탈세 또는 돈세탁 혐의를 두고 그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를리트의 뮌헨 아파트 모습>

 

 

한 세무 당국자는 포쿠스와 인터뷰에서 "그의 아파트에 대한 수색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현금다발 정도를 발견할 것으로 생각했었다"면서 "문을 따고 들어가는 순간 기절할만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거실,방, 창고할 것없이 아파트 전체에 마룻바닥부터 천정까지 용도를 알 수없는 낡은 식품깡통들이 빽빽히 들어차있었고, 깡통더미 뒤를 들여다본 순간 수많은 회화작품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술품들은 즉시 압수돼 뮌헨 모처로 옮겨져 조사를 받았고, 전문가들은 이 작품들이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나치가 유대인 화상과 수집가들로부터 약탈한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포쿠스는 전했다. 특히 1500점 중 약 300점은 나치가 이른바 '퇴폐미술'로 낙인찍어 압수한 작품들이라고 포쿠스는 덧붙였다. 


이중 마티스의 '여인의 초상'은 프랑스의 저명한 화상인 폴 로젠버그의 소유였던 것으로, 로젠버그의 손녀인 유명 언론인 안 싱클레어(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 총재 전 부인) 는 나치 약탈 미술품반환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

 

<구를리트가 내다 판 것으로 추정되는 막스 베크만의 '사자조련사'>

 

구를리트는 나치체제 때 미술관 관장으로 활동했던 힐데브란트 구를리트의 아들로, 아버지가 남긴 미술품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그대로 은닉해왔고 돈이 필요할 때마다 몇몇 작품은 은밀하게 내다 팔았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1년 12월 쾰른 경매소에서 86만 4000달러에 팔린 막스 베크만의 '사자 조련사'의 원 소유주가 바로 코르넬리우스 구를리트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나치정권과 손잡고 약탈미술품들을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힐데브란트 구를리트>

 

힐데브란트 구를리트는 나치체제 때 유대인 피가 절반 흐른다는 이유로 박물관장에서 쫓겨났지만, 곧 나치와 손잡고 유대인들의 미술품을 약탈하는데 협력한 것으로 보인다. 포쿠스에 따르면, 그는 나치 선전상인 요제프 괴벨스가 오스트리아 린츠에 세우려고 했던 이른바 '수퍼 미술관'의 관장으로 임명되기도 했었다. 그는  독일 패전 후 연합군에 조사를 받았으나, 나치체제하에서 자신이 은밀하게 유대인들의 도피를 도왔고 드레스덴 폭격으로 인해 소장품 전체가 불타버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당시 연합군은 힐데브란트 구를리트를 나치 정권 피해자로 규정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포쿠스는 힐데브란트 구를리트가 나치가 약탈한 작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차지했거나, 급히 피난길에 오른유대인 수집가와 화상들이 남기고 간 작품들을 직접 수집 또는 헐값에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