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위엄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허하라'..佛 80대 노부부 동반자살 파문

bluefox61 2013. 11. 26. 11:19

저명한 학자이자 작가인 86세 부부가 안락사를 금지하는 현행법을 강하게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호텔방에서 동반자살한 시신으로 발견돼 프랑스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80대 노인이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하는 과정을 그린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 '아무르' 를 연상케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사회에서 안락사 또는 조력자살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고 25일 르파리지엥은 보도했다. 두사람은 파리 검찰 앞으로 보낸 편지 형식의 유서에서 "평생토록 일하며 나라에 세금을 냈는데, 조용히 생을 떠나고자하는 지금 왜 보다 부드러운 방법이 아니라 잔인한 방식으로 자살할 수밖에 없는가"라며 격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사람이 유서를 통해 자식들에게 국가를 상대로 안락사 허용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권한을 부여했다고 르파리지엥은 전했다. 

 

 

 

<이토록 찬란했던 시절도 있었건만.... 26세 때의 베르나르와 조르제트. 르파리지엥 사진 >

 

86세 동갑인 베르나르 카제와 조르제트 카제 부부가 파리 중심가의 유서깊은 뤼테티아 호텔 방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 22일이다. 이날 오전 아침식사를 전하기 위해 룸에 들어간 호텔 직원은 노부부가 손을 잡고 침대위에 나란히 누워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사람 모두 플라스틱 봉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는 점에서 한 눈에 동반자살이 분명했다. 


침대 옆 테이블에는 편지 한장이 놓여 있었다. 봉투에는 파리 검찰청 주소가 적혀있었다. 편지에서 두사람은 " 보다 부드러운 죽음을 맞을 수있게 하는 약을 먹을 권리를 법이 막고 있다"며 "과연 누가 그런 권리를 막을 수있는가"라고 주장했다. 숨막히는 공포와 고통이 수반되는 플래스틱 봉지를 자살도구로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위엄있는 죽음'을 금지하는 프랑스의 현행법때문이란 것이다. 아들은 르 파리지엥과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죽음 보다는 사별과 말년에 (타인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더 두려하셨다"며 "이미 수십년 전부터 적당한 때가 오면 함께 죽음을 맞기로 결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 베르나르 카제는 선물경제학의 권위자이자 철학자이며,아내 조르제트는 작가이자 고전문학 교사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친지들은 " 결혼한지 60년이 넘었는데도 항상 팔짱을 끼고 다니셨을 만큼 서로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셨던 분들"로 두사람을 기억하면서 "아마도 상대방이 없는 삶은 의미가 없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셨던 것같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지난 2005년부터 말기 환자에 한해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의료행위를 중단시킬 수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의미에서 안락사 또는 조력자살은 여전히 불법이다. 하지만 노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안락사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92%가 말기 환자의 안락사를 지지하고 있는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