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바람잘 날없는 이탈리아 정치판.. 4년새 총리 4명

bluefox61 2014. 2. 14. 11:09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기로 악명높은 이탈리아 정치판이 또다시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 등 현지언론들은 13일 엔리코 레타(47) 총리가 소속 정당인 민주당으로부터 버림받으면서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총리 취임 10개월 만이다. 앞서 중도좌파 성향의 제1당 민주당 대표인 마테오 렌치(39)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당중앙지도위원회 회의에 총리 교체안을 상정, 찬성 136표 대 반대 16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 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렌치는 현 정부의 지지부진한 경제,정치개혁정책을 비판하기는 해도 레타 총리체제에 대한 지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지난해 11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당(현 '포르자 이탈리아') '의 불신임 투표 위기에서도 극적으로 살아 남았던 레타 총리가 결국 렌치에게 배신을 당한 셈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궁정 반란""경쟁자의 등이 아닌 가슴에 칼을 꽂은 행위""레타가 덴마크 코펜하겐동물원의 기린처럼 제거당했다" 는 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 마테오 렌치(왼쪽) 민주당 대표와 엔리코 레타 총리>


 

 

   <마테오 렌치>
 출생연월   1975년 1월 11일 이탈리아 피렌체 출생(39세)
 학력          피렌체 법대 졸업
 소속정당   국민당(1996∼2002년) , 자유민주당 (2002∼2007년), 민주당( 2007∼현재)
 경력          피렌체 시의회 의원, 시의회 의장, 피렌체 시장
 현직          민주당 대표(2013년 12월∼현재)
 가족          교사출신 부인 아그네세 란디니와 사이에 2남 1녀

 

렌치는 이르면 이번 주말 또는 내주 초쯤 총리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14일 레타 총리의 사퇴서를 받은 후 주요 정당 지도자들에게 새 정부 구성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다.그러나 렌치는 13일 "레타보다 더 결단력있는 리더십이 필요하고 , 이제는 이탈리아를 경제침체와 정치 불안의 진흙탕에서 끌어내야 할 때"라며 사실상 총리로서의 정국구상을 밝혔다. 


문제는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신중도우파'당이 과연 렌치 체제에도 참여할 것인가 여부이다.' 자유국민당'으로부터 분리된 '신중도우파'의 안젤리노 알파노 당수 겸 부총리는 "두고 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제 2당은 베를루스코니의 '포르자 이탈리아'이다. 만약 알파노 당수가 연정 불참을 선언할 경우, 베를루스코니가 '킹메이커'가 될 수도 있다.

 

렌치가 총리에 취임하면,  1922년 베니토 무솔리니(당시 39세) 이후 최연소 기록이다. 렌치는 피렌체에서 태어나 시의회 의원, 시의회 회장 , 시장을 역임하며 초고속 출세를 했지만  중앙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심지어 국회의원 경력도 없다. 하지만 중앙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은 부패정치에 넌덜머리가 난 국민들에겐 '신선하다'는 장점이기도 하다. 


롤 모델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젊고 곱상한 외모와 달리 이탈리아 언론들이 렌치에게 붙여준 별명은 '데몰리션맨'' 싸움꾼' 등으로 살벌하기까지 하다. 뜻이 맞지 않거나 거슬리는 적수, 경쟁자들을 무자비할 정도로 공격해 제거하고야 마는 스타일이다. 2009년 피렌체 시장선거 때에도 자신의 정치멘토였던 라포 피스텔리 후보를 인정사정없이 공격해 결국 낙선시켰다.  로마 루이스대 정치학과의 로베르토 달모테 교수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 엄청난 정치 본능의 소유자이며 자기 자신만을 믿는 스타일"로 렌치를 평가했다.
 

'총리' 렌치 앞에 놓이게 될 숙제는 산더미이다. 엄청난 재정적자와 경기침체, 높은 실업률 문제는 물론이고 선거구 개편 등 정치 개편도 시급한 과제이다. 오는 7월 1일부터는 유럽연합(EU) 순회의장직을 맡아 유럽 경제회복 및 재정, 정치통합 협상도 이끌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