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지구촌 전망대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퇴임... 글로벌 리더들의 신진대사

bluefox61 2007. 5. 11. 14:17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퇴임을 발표했다. 그는 10일 자신의 지역구인 세지필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다음달 27일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역사상 200여년 만에 최연소 총리로 화려하게 취임한 지 10년 만에 정치 일선에서 퇴진하는 셈이다.


1997년 취임 당시 44세였던 그가 영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던진 이미지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전임자였던 마거릿 대처와 존 메이저 총리의 신중하지만 무겁고 무개성적이었던 느낌과 달리, 동안(童顔)의 블레어는 소년 같은 열정과 순수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지닌 지도자로 비쳤다.


특히 블레어가 빌 클린턴 당시 미국대통령과 ‘제3의 길’을 주창하면서 공개토론을 벌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소매를 걷어붙인 편안한 셔츠 차림으로 연단에 앉아, 좌우이념의 강박으로부터 벗어나 평등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정치모델을 역설하던 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가오는 21세기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었던 게 사실이다.


블레어의 퇴임을 통해 새삼 실감할 수있는 점은 지구촌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얼굴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6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니콜라 사르코지가 당선됐고, 영국에선 블레어의 후임으로 고든 브라운 현 재무장관이 이끌 새정부체제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앞서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출범했다. 내년에는 미국에서도 새 정부체제가 들어서게 된다.


프랑스의 시라크 전 대통령은 12년, 영국의 블레어는 10년, 독일의 슈뢰더는 7년간 집권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내후년초 8년 임기를 채우고 공직을 떠나게 된다. 10년 동안 유엔을 이끌어왔던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물러나고 반기문 사무총장이 취임한 것도 국제사회에서는 큰 변화다. 이렇게 보면, 지구촌 정치의 주인공들이 10여년만에 처음으로 대대적으로 교체되고 있는 셈이다. 국제무대에 속속 새로 등장하는 각국 지도자들에게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이런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도자들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무엇보다 새로운 비전이다. 미국의 타임지는 사르코지의 당선배경을 분석한 최근 기사에서 “진보 성향이 강한 젊은 유권자들 중 상당수가 우파 후보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진 데에는 땀흘린 만큼 노동의 대가를 보상받는 건강한 사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실업이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과감한 변화에 대한 프랑스 유권자들의 욕구가 사르코지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요즘 신문의 국내정치면을 들여다보면 어지럽기만 하다. 살벌한 말싸움으로 도배질돼 있는 듯한 기사들을 통해 비쳐지는 총체적인 인상은 솔직히 ‘진흙탕’ 그 자체다. 각당과 이른바 대권주자들은 저마다 ‘새로움’을 강조하고 있지만, 행태는 지난날 정치판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감과 냉소주의만 더해질 게 뻔해 보인다.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는 투표율이 80%를 넘어설 정도로 국민들의 정치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우리나라 대선 투표율은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진정한 비전을 가진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정치는 불가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