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지구촌 전망대

마이클 블룸버그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bluefox61 2008. 2. 22. 14:19

지난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제목은 ‘사격중지! 정치적 분열에 다리놓기’.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앤토니오 비어라고사 LA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재닛 나폴리타노 애리조나 주지사, 그레이 데이비스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 중 슈워제네거와 블룸버그는 공화당, 비어라고사·나폴리타노·데이비스는 민주당 소속이다. 게다가 슈워제네거와 데이비스는 정치적으로 철천지 원수사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데이비스가 공화당의 집중공격으로 중도 퇴진한 뒤, 그 자리를 이어받았던 사람이 바로 슈워제네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시작부터 의미심장했다.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드 전 주지사는 슈워제네거를 소개하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신이 (주지사) 바통을 이어받게 돼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의)리더가 돼줘서 감사하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주가 중대한 정책이슈들에서 선봉에 서게 해준 것 역시 감사하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이번엔 비어라고사 시장과 나폴리타노 주지사에 대한 칭찬을 이어나갔다. 두사람이 비록 자신과 당적이 다르긴 해도 환경, 교육, 의료 등 주요 사안에 있어 초당적 개혁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판에서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풍경이다. 


19일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블룸버그 뉴욕시장이었다. “공화당을 탈당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그는 “지금 워싱턴에 가보면 다른 쪽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 특정 이해집단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여론조사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매사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기존 정치계에 대해 신랄한 공격을 퍼부었다. 한마디로 공화, 민주당 양쪽 모두 파당정치에 몰두해 국민의 삶에 급박하고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과연 무엇인지, 국민들이 국가지도자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외면하고 있거나 , 알고도 행동하는데 무능력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시장의 탈당 선언에 대해 국내언론은 물론 미국언론들이 나타냈던 일차적인 관심은 역시 그의 2008년 대선출마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무엇때문에 그가 ‘행동하는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초당적 협력의 가치를 선언하고 나섰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미국 국민들은 수렁에 빠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뿐만 아니라 쿠바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의료보험제도, 지지부진한 교육개혁, 이민노동자 문제, 악화된 빈부격차 등 수많은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기성정치에 대해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상과 가치관은 급변하고 있는데 정치는 여전히 구시대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미국 언론들이 ‘캘리포니아 드리밍’이라고 이름 붙인 블룸버그와 슈워제네거의 새정치 선언은 과연 미국 정치행태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 정치에 대한 환멸에 빠져있는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밑에서부터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변해야 살아남는다’가 화두가 된 시대에 유독 변화하지 않고 구태의연함을 고수하는 것이 바로 정치권력인 것같다. 신문, 방송마다 대선주자들과 관련해 어지러운 뉴스들이 난무하는 요즘, 스스로 기득권을 버리고 발상의 전환을 실천에 옮긴 한 미국 정치인의 행보가 신선하고도 부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