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스코틀랜드는 제2위 노르웨이가 될 수있을까

bluefox61 2014. 9. 16. 11:00

 "내가 그토록 싫다면 다시 오지 않겠다. 보수당 정부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코틀랜드가 영국을 떠난다면, 다시는 되돌릴 수없는 영원한 이별이자 고통스런 이혼이 될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총리가 위기감을 조장하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 캐머런이 다음 번 스코틀랜드에 올 때에는 500만 명의 스코틀랜드 국민과 이혼합의서 세목에 합의해야 할 것이다."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18일 치러지는 역사적인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영국 정부와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부동표를 잡기 위해 막판 불꽃 경쟁을 벌였다.
 캐머런 총리는 15일 투표 전 마지막으로 스코틀랜드 석유산업의 중심지인 애버딘을 방문해 자신과 보수당 정권의 미래까지 거론하며 분리독립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호소했다. BBC, 로이터통신 등은 캐머런 총리가 연설 도중 감정이 격해졌는지 간간이 목이 메이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그는 " 분리독립은 시험적 별거가 아니라 고통스런 이혼"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영국)는 머리와 가슴을 다바쳐 당신(스코틀랜드)이 머물러주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캐머런 총리가 보수당 정권의 교체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스코틀랜드에서 보수당에 대한 거부감과 증오가 워낙 뿌리깊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장년층 중 상당수는 2등국민 취급을 당했던 1970∼80년대 마거릿 대처 정권 시절을 경제적 고통과 정치적 치욕으로 기억하고 있다. 영국 하원의 스코틀랜드 의석(59석) 중 보수당 소속 의원은 1명에 불과하다. 캐머런 총리의 15일 방문도 극단파의 공격 가능성때문에 유권자들과의 접촉이 최소화됐을 정도이다.

 투표는 18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약 430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다. 유권자들은 '스코틀랜드가 독립국가가 되어야 하나'란 단 한 개의 문항에 대해 찬반 표시를 하게 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2∼8% 포인트 차로 '독립 반대'가 우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14일 발표된 ICM의 인터넷 조사에서는'독립 찬성'이 54%, '독립 반대'가 46%였다. 영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투표인데다가 찬반 표차가 근소한 만큼, 19일 오전 7시쯤 개표가 마무리될 때까지 결과를 미리 점치기 힘들 전망이다.

 

 최대변수는 유권자 중 10%가 조금 넘는 약 50만 명의 부동층을 구성하고 있는 여성과 65세 이상 노년층 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립 찬성'진영은 특히 여성표를 잡기 위해, 독립 후 노르웨이, 핀란드 등과 같은 남녀평등 및 복지국가를 이룩할 수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른바 '노르딕 모델'이다.

실제로 새먼드 수반은 연설할 때마다 스코틀랜드가 제2의 노르웨이가 될 수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스웨덴으로부터 분리독립한 노르웨이가 북해유전으로 '강소국'의 꿈을 이뤘듯이 스코틀랜드도 그렇게 될 수있다는 것이다. 그는 노르웨이가 세계최대 국영펀드로 유가변동을 극복해냈듯이, 스코틀랜드도 분리독립 후 북해유전의 수입 중 일부분을 떼어내어 국가펀드를 조성해 유가변동의 위험을 극복하고 부강한 나라가 될 수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주민투표를 앞두고 국제사회도 둘로 나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독립 여부는) 스코틀랜드 주민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영국이 강하고 견고하며 연방인 국가, 그리고 실질적인 파트너 국가로 남아 있는 게 미국의 이해와 일치한다"며 분리독립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주민투표를 통해 스웨덴과 덴마크로부터 각각 분리독립했던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에서는 스코틀랜드 독립 지지여론이 압도적이다. 노르웨이는 지난 1905년 주민투표로 스웨덴으로부터 분리독립했고, 아이슬란드는 1944년 주민투표로 덴마크로부터 독립했다. 철학소설 '소피의 세계'저자로 유명한 노르웨이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는 스코틀랜드 지역신문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분리독립은 노르웨이와 스웨덴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왔으며 정치문화가 더 풍요로와지는 결과를 낳았다"며 찬성표를 독려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르웨이 경우 주민 99.95%가 분리독립을 찬성한 반면, 스코틀랜드 경우 찬반 여론이 백중세여서 투표 후 내부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도 분리독립후에도 덴마크와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맺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분리독립 후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