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지구촌 전망대

기후변화, 강건너 불 아니다

bluefox61 2007. 9. 8. 14:27

호주 시드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고 있다. 안보부터 통상문제까지 여러현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바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중국 국가주석의 6일 정상회담에서도 지구온난화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다뤄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 90분간의 만남동안 두 정상은 상당한 시간을 기후변화 심각성과 대책을 논의하는데 할애했다고 한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미국과 중국은 지구상에서 최대 환경오염국이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는 전세계 인류의 복지 및 지속가능한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보다 강력한 국제협력에 의해 적절하게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악명높은 대기오염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후 주석은 부시 대통령과의 이번 만남에서 기후변화 대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후변화, 환경재난 등과 관련해 늘 첫번째로 언급되는 곳이 바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다. 전세계 최초의 ‘기후난민국가’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역사상 ‘난민’은 언제나 ‘전쟁’‘내란‘등과 연관돼왔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기후변화도 난민발생의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투발루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매년 국토가 조금씩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전체가 가까운 뉴질랜드로 매년 일정 규모로 이주하고 있다. 더 잘 살고 더 안정된 나라로 이주하면 주민 입장에서는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국을 잃은 설움이 어떤지는 불과 60여년전까지만 해도 일제 치하에서 살아야 했던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50년 내에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투발루의 타바우 테이 부총리 겸 환경부 장관이 다음주 한국을 찾는다.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가 12일부터 닷새동안 서울과 여수에서 개최하는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내세운 이번 행사에는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세계적인 생태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피터 브리지워터 등 쟁쟁한 인물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진짜’ 귀기울여야 할 대상은 힘없고 가난한 국가 투발루의 테이 부총리일지도 모른다. 책상머리에 앉아 기후변화를 논하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발밑의 땅이 사라지는 아픔을 겪고 있는 투발루의 환경행정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문화일보는 오늘부터 특별기획 ‘기후변화 최전선을 가다’를 게재한다. 투발루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의 사라져가는 아랄해 지역, 기후변화로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극심한 생태계 변화를 겪고 있는 방글라데시 볼라 섬, 매년 봄마다 우리에게 황사 고통을 안겨주는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의 사막화 현장, 밀림이 사라져버린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칼리만탄)섬 등 현장을 기자들이 직접 찾아가 구석구석을 누볐다. 모두 기후변화로 재난을 겪고 있지만 결코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아시아 이웃지역들이다. 문화일보가 이번 기획을 마련한 이유는 기후변화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며, 이 다섯 국가의 현재 모습이 언젠가 우리의 미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먹고사는 경제문제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미 환경, 기후변화를 ‘생존과 직결된 나의 일’로 인식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발 빠르게 ‘환경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후가 곧 먹고사는 문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