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그리스는 지금 '알렉산더 대왕 열풍' 중

bluefox61 2014. 10. 16. 11:30

 

<이탈리아 폼페이에서 발굴된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왕과 싸우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모자이크화>

 

 그리스가 알렉산드로스 대왕(알렉산더 대왕, BC 356~BC323년) 열풍에 휩싸여 있다.그리스 북동쪽의 베르기나와 암피폴리스에서 각각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아버지 필리포스 2세의 유골과 어머니 올림피아스의 묘지로 추정되는 대규모 유적이 발굴됐기 때문이다. 그리스 현지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베르기나와 암피폴리스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취재진과 정치인,구경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정부는 언론에 근거없는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TV방송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있어 대중의 관심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고 CNN,BBC 등이 최근 전했다.


 베르기나와 암피폴리스 고분은 그리스는 물론 유럽 고대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 데다가 출토된 유적의 규모도 방대해 1922년 이집트 투탕카멘 묘지발굴과 종종 비교되고 있다.특히 베르기나와 암피폴리스 유적이 고대 그리스의 영광을 상징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재정위기와 구제금융사태로 인해 위축된 그리스 국민들은 이번 발굴을 국가적 자존심 회복의 기회로 삼고 있다.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최근 암피폴리스를 방문해 발굴팀을 독려하면서 "모든 그리스인의 자랑"이라고 극찬했다.

 지난 10일, 베르기나 고분발굴팀을 이끌고 있는 테오도레 안티카스 박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고분 내에서 발견된 유골들을 분석한 결과 필리포스 2세의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필리포스 2세는 고대그리스시대에 마케도니아 왕국을 통치했던 국왕으로, BC 336년 암살 당했다. 이후 그의 아들 알렉산드로스가 왕위에 올랐다. 연구팀은 지난 1977년 첫 발굴됐던 베르기나 고분군의 제2고분(주 묘실)에 있던 관 2개에 담긴 남 녀 유골을 최첨단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남성유골은 필리포스 2세가 확실하며 여성 유골은 필리포스 2세가 점령한 스키티아 왕국의 통치자 아테아스 국왕의 '여전사'공주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필리포스 2세 두상>

 

 


 연구팀이 남성 유골을 필리포스 2세로 확신한 이유는 연령대가 같은데다가 두개골 뼈의 오른쪽 눈부분, 갈비뼈, 왼쪽 손 등 곳곳에 남아있는 상흔들이 필리포스 2세가 생존시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입었다는 상처에 관한 기록들과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여성 유골은 당초 필리포스 2세의 부인들 중 한 명의 것으로 추정됐으나, 유골에 남은 상흔들과 말을 탔던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와 골반뼈의 모양 등으로 볼 때'여전사'로 유명했던 아테아스 국왕의 딸 유골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베르기나 고분군은 1977년 첫 발굴됐을 당시 이미 약탈돼 값진 부장품들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지만,학술적으로 규명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아직도 추가발굴과 연구가 활발하게진행되고 있다.


 

<암피폴리스 고분 입구를 지키는 두마리의 스핑크스상>

 

 

<스핑크스 상을 살펴보는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

 


 베르기나에서 동쪽으로 약 161km 떨어진 암피폴리스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 시대의 묘지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굴된 것은 지난 8월.입구를 지키는 2개의 스핑크스 석상을 비롯해 거대한 여성조각상들과 모자이크화 등이 쏟아지면서 이 곳은 일찌감치 왕족 또는 귀족의 묘소로 추정됐다.규모로는 그리스 내에서 발굴된 고대 묘지 중 가장 크다. 관이나 유골이 없어서 누구의 묘인지는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어머니 올림피아스 또는 왕비 록사나의 '가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암피폴리스는 BC437년 아테네 인들이 금과 은을 채굴하기 위해 세운 도시로, 필리포스 2세에 의해 점령당한 후 알렉산드로스 대왕 때 마케도니아 왕국의 주요 도시로 성장했다.   

 

 


 이 묘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묘실 바닥 전체에 그려져 있는 거대한 모자이크화이다. 지난 12일 그리스 문화부는 암피폴리스 묘소에서 가로 4.5m,세로 약 3m의 정교한 모자이크화가 발굴됐다고 공식발표했다.월계관을 쓴 남자가 백마 2 마리가 끄는 이륜마차를 몰고, 앞에서는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가 마차를 인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현지언론 카티메리니는 모자이크화의 중앙 부분이 떨어져나가기는 했지만,색색의 돌을 이용해 그려낸 정교한 그림이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고 보도했다. 또 이 곳에서 모자이크화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14일 전했다.

 

 

<암피폴리스 고분의 바닥 장식 모자이크화. 헤르메스가 월계관을 쓴 남자가 탄 이륜마차를 끌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모자이크화의 세부>


 한편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묘지는 고고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BC 323년오늘날의 이라크인 바빌론에서 숨진 뒤 이집트에 묻힌 것으로 전해지지만 아직까지 무덤은 발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