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지구촌 전망대

기후변화와 메가파이어

bluefox61 2007. 10. 26. 14:30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가 지금 불타고 있다. 6일째 이어지는 초대형 산불로 서울의 약 5배에 이르는 면적이 잿더미로 사라졌고, 샌디에이고에서만 최소 10억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강력한 계절풍 ‘산타 아나’가 한풀 꺾였다지만, 인명피해는 2명 더 늘어 총 8명으로 집계됐다. 한인교민 피해는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교민 수백명은 며칠동안이나마 삶의 터전인 집을 버리고 이재민 센터에서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산불 추이를 시시각각 전하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우선 산불을 묘사하기 위해 동원한 다양한 표현들이었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광활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다수 언론들이 ‘메가 파이어(mega fire)’란 표현을 쓰고 있다. ‘초강력 폭풍’을 의미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과 거대한 탑처럼 치솟는 지옥불길에 빚댄 ‘타워링 인페르노(towering inferno)’같은 말도 있었다. 



표현은 달라도 이들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캘리포니아 남부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산불이 급속하게 대형화하고, 연례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어달 전 그리스에서는 초대형 화재로 60여명이 사망하고 고대 그리스 유적들이 위기에 처했으며,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 역시 산불로 몸살을 앓았었다. 


환경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산불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간의 연관성이다. 즉, 고온건조 기후가 늘고 강수패턴이 변하면서 한번 산불이 일어났다하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산불이 숲의 순환구조를 새롭게 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가졌다면, 지금의 산불은 워낙 규모가 크다보니 지구온난화의 악순환 고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단화된 기후조건으로 대형 산불이 일어나면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발생되고, 그로 인해 다시 지구온난화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경우 지난 7월부터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을 정도로 기후가 점점 더 건조화되고 있다고 한다. 인구집중과 지나친 개발로 인해 수자원이 고갈되고, 과거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던 곳까지 건물이 들어서 밀집화된 점도 이번 산불이 대형화되고 재산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꼽힌다. 


이렇게 보면 지구촌 곳곳의 대형 산불은 인간이 지구환경을 소비해온 오만한 태도가 초래한 결과인 셈이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회원국 117개 국가에서 지난 5년동안 해마다 평균 남한 면적의 37배나 되는 산림이 불타 사라졌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평균 약 500여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요즘 각 후보마다 화려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목전에 닥친 문제이니만큼 , 유권자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경제정책에 가장 많이 쏠려있다.


그에 비해 앞으로 10년 뒤, 50년 뒤, 100년 뒤 후세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환경 분야에 대한 각 후보들의 비전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진한 듯해 아쉽다. 과거 개발이 곧 발전이란 믿음으로 시멘트로 뒤덮었던 곳을 불과 수십년뒤 비싼 돈을 들여 다시 부수고 자연을 복귀시켰던 경험을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다.


청계천이 단적인 예다. 그러고보면 인간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환경에 대한 현명한 비전과 결연한 행동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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