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유럽의 위기 ... 프랑스 언론사 테러 사건 일파만파

bluefox61 2015. 1. 8. 12:07

 ‘톨레랑스(관용)’의 국가 프랑스 파리 한 복판에서 발생한 언론사 테러사건에 전 유럽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이번 사건의 최대수혜자가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당수와 오는 5월 총선을 앞둔 영국 극우정당 ‘영국독립당’이란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중대한 시험대에 들게 됐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는 물론 영국과 독일 지식사회에서 최근 ‘유럽성’또는 ‘유럽정체성’에 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자체가 유럽이 현재 처해있는 위기 국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문단의 슈퍼스타로 꼽히는 소설가 미셸 우엘벡이 8일 시판에 들어가는 신작 ‘복종’에서 오는 2022년 프랑스에 이슬람정권이 들어서는 상황을 묘사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테러사건으로 사망한 샤를리엡도 전 편집장인 만평작가 스테판 샤르보니에

 

 

 영국 킹스칼리지의 피터 뉴먼 국제극단주의연구센터(ICSR)소장은 7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사회가 위험한 국면에 처해있다"며 "극단적 지하드 지지자의 증가, 백인노동계층과 사회 기득권층 간의 분열 현상 등이 앞으로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뉴먼 소장은 " 많은 유럽 국민들이 최근 반이슬람 성향을 나타내면서 관련 (극우, 반이슬람)세력들이 사회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 이번과 같은 사건이 더 일어난다면 향후 수년내 유럽사회의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의 저명한 이슬람극단주의 전문가인 올리비에 루아는 샤를리엡도 테러사건을  " (유럽의)양적, 질적 터닝포인트(전환점)"로 지적했다. 유럽의 이슬람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3~4%에 달하는 약 2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약 600만~800만명이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다.


 유럽의 이슬람극단주의는 2001년 9.11테러의 구체적 모의장소가 독일 함부르크였던 것에서 알 수있듯이 역사적 뿌리가 깊다. 9.11테러와 2004년 마드리드 열차테러, 2005년 런던 테러는 유럽 국민들의 이슬람에 대한 공포심을 강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공포심은 극단적인 반이슬람주의로 나타나 2011년 노르웨이 극우주의자 아네스 브레이비크가  관대한 이민정책을 취해온 자국의 진보세력을 향해 저지른 ‘묻지마 동족 테러’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독일 드레스덴의 ‘월요시위’에서 보듯 최근 유럽의 반이슬람주의는 일부에 국한됐던 기존의 극우 인종주의와는 상당한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전통을 존중하는 일반 대중이 유럽의 과도한 이슬람화에 대해 느끼는 우려감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슬람극단주의와 반이슬람주의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유럽의 정치적,이념적 전통과 체제가 뿌리채 흔들릴 수있다는 점이다.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유럽연합의 기본정신이 후퇴하는가하면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억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프랑스 경찰 당국이 7일 만평 전문 시사주간지 샤를리 엡도에서 총기난사 테러사건을 벌인 용의자 3명 중 2명의 신원과 사진을 8일 공개했다. CNN, AP 통신 등은 익명의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인 끝에 7일 밤 랭스 인근에서 용의자 3명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지만, AFP와 로이터 통신은 대대적인 검거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AFP통신은 용의자 3명 중 가장 어린 십대 남성이 자신의 이름이 소셜미디어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7일 오후 11시쯤 경찰에 자수했다고 보도했다.
  7일 오전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서 최악의 언론사 테러사건이 발생한지 수시간만에 용의자 3명의 신원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의 전모가 신속하게 규명될 수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프랑스 언론들이 용의자 3명이 모두 체포됐다고 보도했지만, 아직 경찰 당국의 공식발표가 나오지는 않은 상태이다.
 만약 언론보도 내용대로  용의자들이 최근 시리아를 방문하고 귀국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들이 알카에다 뿐만 아니라 극단 수니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로부터 테러훈련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들이 귀국한 후 경찰의 감시대상이었음에도 테러를 감행했다면, 프랑스 경찰과 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책임추궁이 이어질 수도 있다.
 로이터통신, AP ,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7일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한 용의자는 사이드 쿠아치(34), 셰리프 쿠아치(32), 하미드 무라드(18) 등 프랑스 국적자 3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사이드와 셰리프는 형제이다. 일부 언론들은 사이드의 나이를 35세, 셰리프를 33세, 하미드를 19세로 보도하기도 했다.
 시사잡지 르푸엥에 따르면,쿠아치 형제는 지난 여름 시리아를 방문하고 귀국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시리아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황상 반군조직에 가담해 시리아 정부군과의 전투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알카에다나 IS조직과 접촉해 테러 훈련을 받고 귀국했을 수도 있다.
 만평 전문 시사 주간신문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의 정확한 전개과정은 시간이 지나지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되고 있다. 용의자 3명이 샤를리 엡도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 도착한 것은 7일 오전 11시 30분이었다.앞서 약 3시간 전인 오전 8시 30분쯤에는 샤를리 엡도가 트위터 계정에 IS 최고지도자를 조롱하는 만평을 게재한 상태였다. AFP통신, 프랑스 24 등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복면을 쓰고 칼라슈니코프 자동화기를 손에 든 괴한 2명이 검은 자동차에서 내렸고, 나머지 한 명은 자동차에 남아 망을 봤다. 이들이 건물 안으로 진입할 수있도록 문을 열어 준 사람은 샤를리 엡도의 만평작가인 코린 레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레이는 인근 유아원에서 오전 반을 마친 어린 자녀를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괴한 2명은 레이와 딸을 위협해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게 했고, 문이 열리자마자 1층 현관의 안내데스크에 있던 2명에게 총을 쏴  1명을 살해했다. 이후 2명은 2층 사무실로 뛰어올라가 총을 난사해 10명을 사살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이날 오전 중 사무실에서 편집회의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 자리에 있던 만평작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총을 쏘면서 ‘알라후 악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쳤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2명이 총을 난사하고 건물을 빠져오기까지는 불과 5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명은 대기하고 있던 자동차를 타려다가 경찰과 2차례 부딛혔고, 총격을 벌이다가 경찰 1명을 사살했다. 특히 용의자 1명이 길에 쓰러져 있는 경찰의 머리를 향해 총을 겨눠 쏘는 장면이 인근 CCTV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용의자들은 차를 타고 달아나다 지하철 역 부근에서 차를 버렸고, 또다른 차를 훔쳐 달아났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