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반이슬람 vs 관용 ...격화되는 유럽의 '문화전쟁'

bluefox61 2015. 1. 13. 15:52

프랑스 연쇄 테러 이후 유럽 각지에서 반이슬람 시위와 반이슬람 반대시위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만평 전문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서구의 가치’를 정면공격한 사건이란 점에서 유럽의 종교적, 철학적, 사회적 정체성을 둘러싼 ‘문화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12일 분석했다.
 

프랑스 테러 사건 이후 처음 열린 12일 독일 드레스덴의 반이슬람 시위에는  역대 최대규모의 인파가 몰렸다.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시위를 이끌어온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측은 이날 참가자를 약 4만 명,시 당국은 약 2만 5000명으로  추산했다. 약 2만 5000명도 한 주 전인 5일 시위 1만 8000명보다 크게 늘어난 숫자이다. 


이날 집회에는 파리 테러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검은색 리본을 가슴에 단 사람이 많았으며, 관대한 중동 이주민 정책을 취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히잡을 쓴 모습의 그림을 치켜들고 시위를 벌이는 참가자도 눈에 띄였다. 페기다의 설립자인 루츠 바흐만은 이날 연설에서 "파리 테러는 페기다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dpa, AFP통신 등에 따르면, 드레스덴 이외에 중부지역 튀링겐주, 하노버, 카셀에도 페기다 동조 시위가 벌어졌으며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앞에서도 수백명이 반이슬람 시위를 벌였다. 스위스에서는 페기다와 연대를 선언한 조직이 오는 2월 16일 반이슬람 집회를 갖겠다고 발표했다.


이슬람국가, 공산당, 나치를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유럽을 되찾자는..


그러나 12일 페기다 집회 열기는 반페기다 세력의 결집에 압도당했다.라이프치히에서는 이날 약 3만 명이 관용의 가치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특히 동독 민주화 운동과 월요기도회의 산실이었던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에서는 시민 2500명이 평화기도회를 올렸다. 뮌헨에서도 약 2만 명, 하노버 약 1만 7000명, 베를린 약 5000명 등 12일 하룻동안 독일 전역에서 무려 10만 명의 시민들이 반페기다 집회에 참여했다고 dpa는 전했다.
  

메르겔 총리는 12일 독일을 방문한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나는 독일의 총리"라면서 "이슬람인도 독일의 한 부분"이라며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독일 내 반이슬람 운동을 비판하고 ‘관용’을 호소했다. 메르켈 총리와 연방정부 각료들은 13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열리는 이슬람 교계와 터키계 단체 주관의 이슬람 ‘관용’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이 반이슬람 운동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독일의 통합을 역설할 계획이다.
 

한편, 극단이슬람주의자에 의한 테러로 10명의 만평작가와 직원을 잃은 샤를리 에브도는 12일 공개한 14일자 특별호 표지 만평에서 ‘모두 다 용서한다(Tout est pardonne)’고 선언했다. 표지 만평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란 손팻말을 든 모습을 담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는 14일자 특별호를 당초 100만 부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주문이 폭주해 300만 부로 늘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유대 슈퍼마켓 인질테러범 아메드 쿨리발리의 동거녀 하야트 부메디엔(26)이 지난 8일 터키를 통해 시리아로 입국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프랑스 경찰이 두 테러사건의 공범 5~6명을 추적하고 있다. 르몽드는 12일 ‘정보당국의 반복적인 (테러 차단) 실패’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극단이슬람주의자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매뉴얼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던 경찰과 대테러 정보 당국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메블륫 차부시오울루 터키 외교장관은 12일 아나톨리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 부메디엔이 지난 2일 스페인 마드리드를 통해 터키 이스탄불로 들어와 8일 시리아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터키의 하버투르크통신이 이날 공개한 이스탄불 국제공항 보안카메라 동영상에 따르면, 부메디엔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은 머리에 히잡(이슬람식 스카프)을 쓴 채 한 남성과 동행해 입국심사를 받았다. 2일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이 발생하기 5일 전이며, 8일은 부메디엔의 동거남인 쿨리발리가 파리 남부 길거리에서 경찰관을 사살한 날이다. 


차부시오울루 장관은 12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부메디엔의 터키 입출국을 차단해달라는 프랑스 당국의 요청이 없었다"는 말로 극단이슬람주의자에 대한 감시와 정보제공을 소홀히 한 프랑스 정부에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이번 테러에 10명 정도의 대원으로 구성된 조직이 연루돼 있으며 이 중 5∼6명이 체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인 사이드 쿠아치가 2009년 초 학생비자로 예멘을 방문해 수도 사나에 있는 ‘사나 아랍어 연구소’에서 1년 이상 공부했던 사실 역시 뒤늦게 확인됐다. 사이드가 2011년 동생 셰리프와 함께 예멘으로 다시 건너가 알카에다의 군사훈련을 받기 전부터 테러를 체계적으로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특히 셰리프는 극단이슬람 조직과 연루된 혐의로 출국금지자 명단에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2011년 출국심사대를 무사히 통과해 예멘으로 출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르몽드는 쿨리발리가 지난해 5월 교도소에서 출감한 이후 전자팔찌를 찬 상태에서 금지된 이슬람 종교시설을 드나들었지만 경찰에 적발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