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로 본 세상

이란産 무함마드 전기영화 개봉박두 ... 시아 대 수니 갈등 폭발?

bluefox61 2015. 4. 2. 11:05

프랑스 만평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 가운데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오는 여름 전 세계 극장에서 선보인다.이슬람교가 무함마드를 형상화하는 것을 타부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영화가 제2의 샤를리 에브도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이 영화가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적극적인 후원 하에 제작됐다는 점에서 시아-수니 갈등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영화는 이란의 세계적인 감독 마지드 마지디(55)가 5년 넘게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무함마드:신의 메신저’. 마지디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천국의 아이들’로 지난 2007년 이란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감독이다. 


190분 분량의 이 영화 제작비로 무려 3000만달러(약 331억원)가 들어가, 이란 영화 역사상 신기록을 수립했다. 제작비는 전액 하메네이 직속 문화재단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는 지난 2012년 시아파 순례지로 유명한 쿰 외곽에 마련된 초대형 야외세트장을 직접 방문해 제작진을 격려하기까지 했다.


영화의 한장면


3부작 중 1편인 ‘무함마드:신의 메신저’는 선지자 무함마드의 출생부터 12세까지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관람한 평론가와 언론인들은 마지디 감독이 영화 속에서 ‘소년’무함마드의 얼굴을 정면에서 비추지 않는 방식으로 논란을 피해나가려 했다고 전했다. 할아버지 압둘 무탈리브 등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말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범상치 않았던 무함마드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무함마드가 12세 때 샴(지금의 시리아)으로 떠나는 장면에서 끝난다. 기록에 따르면, 무함마드는 샴에서 바히라라는 이름의 수도사를 만나  미래에 선지자가 될 것이란 계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드 마지디

                      


이 영화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첫번째 이유는 쟁쟁한 제작진 때문이다. 감독 마지디는 이란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감독 중 한 명이며,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지옥의 묵시록’등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거장이다. 시각효과는 할리우드의 거장 스콧 앤더슨이 맡았다. 영화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마지디 감독과 이란 종교계의 야심이 읽히는 부분이다.


지난 2007년부터 무함마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란 국내는 물론 이라크 등 각국의 저명한 이슬람교 학자와 지도자들을 찾아다니며 연구,조사활동을 했던 그는 2010년 6월 프리프로덕션(영화 제작 전 사전 준비단계)을 시작해 2011년 말쯤 촬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약 1년동안 촬영을 마친 후 독일에서 진행된 후반작업도 2년 넘게 걸렸다.

 
마지디 감독은 최근 AP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예수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250편, 모세 영화는 120편, 부처 영화는 40편이나 만들어졌고 그 밖의 종교 지도자를 그린 영화도 80편이나 되는데 선지자 무함마드 영화는 지금까지 단 1편 뿐이다"라며 " 불행하게도 우리는 선지자를 서방 세계에게 소개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단 한편의 무함마드 영화란 지난 1976년 이란의 무스타파 아카드 감독이 만든 ‘더 메시지’이다. 앤소니 퀸이 무함마드의 삼촌으로 등장해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형식이다. 당시 이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지만, 마지디 감독은 " 무함마드에 대한 생애에 대한 정확한 묘사가 부족하고 지하드(성전)를 지나치게 강조했다"며 "영화 속의 이슬람 이미지는 칼의 이미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슬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점은 이슬람 신앙이 지닌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며 이슬람과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슬람교가 무함마드의 형상화를 극도로 꺼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니파에 비해 시아파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편이다. 이란 이슬람혁명 지도자이자 초대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호메니이니도 개인적으로 무함마드의 초상화를 간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가 영화제작을 후원했다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이란 내에서는 이슬람으로부터 시아파가 갈려나오게 된 계기가 됐던 무함마드의 사위 이맘 알리 이븐 후사인의 초상화가 들어간 열쇠고리 등 각종 종교 기념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아파와 앙숙인 수니파 이슬람계에서는 ‘무함마드:신의 메신저’에 대해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집트의 저명한 수니파 이슬람 교육기관인 알 아즈하대는 이미 지난 2월 성명을 통해 " 선지자에 대한 왜곡없는 이미지는 오로지 무슬림의 마음 속에서만 가능하다"며 "이란은 영화 상영 계획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는 ‘수니파 버전’의 무함마드 전기영화를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다.  


마지디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불러일으킬 파장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왜 보기도 전에 비판부터 하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번 영화의 반응이 좋으면 무함마드가 신의 계시를 받는 과정과 이슬람교를 창시한 이후의 활동을 그린 2,3부를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