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대세는 없다'... 예측불허 영국 총선. 5년만에 또 '헝 의회'?

bluefox61 2015. 4. 10. 11:01

앞으로 5년 간 영국을 이끌어나갈 새 정부와 총리를 뽑는 총선(5월 7일)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점치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 노동당의 예상 득표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BBC 등 각종 기관의 조사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이 33~34%로 거의 동률을 이루고 있고, 극우 정당 영국독립당(UKIP)이 13% 내외, 현 정권의 연정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이 8% 지지율을 유지하는 구도가 수 주째 이어지고 있다. 총선에 임박해 지지율 1,2위 정당 간의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두 당 중 과연 어떤 정당이 승리할 것인지를 전혀 예측할 수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대세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이름                    에드워드 밀리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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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56대 총리(2010.5~)             현직                   노동당 당수(2010.9~
보수당 당수(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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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 10. 9                         생년월일                     196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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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대                             학력             옥스포드대,런던정경대(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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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보좌관,                      경력       TV방송사 기자, 고든 브라운 정부 

칼튼커뮤니케이션스 사 근무,                                 내각부장관,에너지장관

재무장관 보좌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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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따뜻한 보수주의’               모토                  ‘책임있는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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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서맨사와 자녀 3명                가족                 부인 저스틴과 자녀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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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타기                             취미                            바이올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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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종교                                 무신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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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랙스(chillax) 데이비드’              별명                 ‘빨갱이 에드(Red Ed)’
‘카멜레온 데이비드’          

 

Composition of the House of Commons at the end of the 2010-15 Parliament

The list below details the composition of the House of Commons at the end of the 2010-2015 Parliament, based on the number of MPs in each party. If an MP was not a member of a political party they are counted as an 'Independent'.

 

Party

Seats

Conservative 302
Labour 256
Liberal Democrat 56
Democratic Unionist 8
Scottish National 6
Independent 5
Sinn Fein 5
Plaid Cymru 3
Social Democratic & Labour Party 3
UK Independence Party 2
Alliance 1
Green 1
Respect 1
Speaker 1
Total number of seats 650
Working Government Majority  73

Speaker: John Bercow. Deputy Speakers: Mr Lindsay Hoyle, Dawn Primarolo and Mrs Eleanor Laing.

Government majority calculated as Conservative and Liberal Democrat MPs less all other parties. This calculation excludes the Speaker, Deputy Speakers* (2 Labour, 1 Conservative) and Sinn


‘헝 의회’ 재연될까


이번 총선은 전후 영국 선거 역사상 가장 피말리는 각축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0년 때처럼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 


‘헝 의회’란 대롱대롱 매달려 있듯 불안한 정치 구도란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20세기와 21세기 영국 정치사에서 ‘헝 의회’사태가 발생한 것은 1929년,1974년,2010년 단 3차례 뿐이었다.지난 2010년 총선 경우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가 이끄는 야당 보수당이 37.8%의 득표율로 집권 노동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이 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과반의석을 차지하는데는 실패해 36년만에 ‘헝 의회’가 됐다. 따라서 보수당은  57석을 차지한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과 손잡아  연립정부를 출범시킬 수있었다. 

 

프랑스,독일,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영국 정치사에서 연정이 상대적으로 드믄 이유는 17세기 토리-휘그 당 시절부터 19세기 보수-노동당 창당을 거쳐 21세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양당 구도가 워낙 뿌리깊기 때문이다. 따라서 ‘헝 의회’란 보수당과 노동당이란 양 당 구도가 깨졌다는 의미인 동시에 특정 정당, 나아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충성심, 신뢰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의미이다. 2010년에 이어,2015년 총선에서도 만약 ‘헝 의회’가 탄생한다면  영국 기성정치의 심상치않은 위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캐머런 총리와 보수당이 유권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영국 경제 회복이다. 2010년 5월 정권을 잡자마자 혹독한 긴축재정 정책을 펼쳤던 보수당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시행했고, 2013년 초반부터 ‘더블 딥(불황에서 벗어난 경제가 다시 불황에 빠지는 이중하강 현상)’국면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신규 주택 구매자에게 집값의 20%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 주는 주택 구매 지원을 통한 과감한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시행했다. 


그 덕분인지 지난해 영국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2.6%를 기록해, 유럽 내 최고를 기록했다.지난 3월 30일, 캐머런 총리는 공식 선거전 개시를 선언하면서 " 영국이 다시 제 발로 서게 됐다"며 경제 회복 성과를 강조했다. 5년만의 정권 재탈환을 노리는 노동당은 물론 정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보수당의 혹독한 긴축재정으로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으며, 경제 회복을 체감할 수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다.


표심 가를 핵심의제들


보수, 노동당의 공약들 중 핵심은 세금,복지,이민자 규제,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이다. 양당 모두 재정지출 축소,부채 감축 문제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보수당은 재정적자를 축소하되 과표 조정을 통한 세금인하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40% 이상 세율 부과 기준을 기존 4만2400파운드에서 5만 파운드로 상향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18일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2015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납세자들에게 은행예금에서 생기는 첫 이자 1000파운드까지 세금을 물리지 않는 방안을 발표했다.내년 4월 시행을 목표로 제시된 예금이자 비과세 방안은 총선 이후 들어설 새 의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시행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총선용 공약인 셈이다.
 

반면, 노동당은 15만 파운드 이상 소득자에 대해 최고 50% 세율 재도입, 200만 파운드 이상 주택에 ‘맨션 세’를 부과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8일에는 200년 넘게 시행돼온 외국인 부호들에 대한 면세혜택 중단 계획을 내놓아, 영국판 부유세 논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송금주의 과세제란

  

영국은 12년 이상 자국에 체류한 외국 부호가 자국을 ‘원 거주지’로 지정해 매년 일정 액수의 부담금을 내면, 해외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액수의 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송금주의 과세제(Non-domiciled )’를  시행하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1799년 해외 식민지에서 살고 있는 영국 출신 부호들의 막대한 자산을 끌어들이기 위해 ‘원 거주지’ 자격과 면세 특혜를 부여했던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13년 현재 영국 정부로부터 ‘송금주의 과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외국 부호는 약 11만 6000명이다.대표적인 부호로는 러시아 출신의 첼시 축구팀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인도 최고 부호인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회장 등이 꼽히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밀리밴드 당수는 8일 워윅대 연설에서 " 최상위층 일부가 (일반 국민과)다른 (세금)규정의 혜택을 받도록 허용해온 불가사의한 제도가 약200년동안 이어져왔다"며 송금주의 과세제를 맹비판했다. 또 "영국에서 성장해, 영국에 정착했는데도 우리와 달리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며 "송금주의 과세제 때문에 영국이 역외 조세회피처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밀리밴드 당수는 총선에서 승리해 노동당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송금주의 과세제를 2~5년 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당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에드 발스는 이 제도가 폐지되면 약 10억 파운드(약 1조6291억원)의 세수효과를 올릴 수있을 것으로 주장했다.
 

노동당의 공약에 대해 집권 보수당과 기업·금융계는 일제히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보수당은 지난 1월까지만해도 송금주의 과세제 폐지를 비판했던 노동당이 총선을 앞두고 입장을 번복했다고 공격했다. 


친기업 신문인 텔레그래프는 8일자 기사에서 밀리밴드 당수와 발스 재무장관 내정자가 합법적 제도인 송금주의 과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신문은 2012~13 과세연도에 송금주의 과세제 대상자 11만 6000명이 영국 정부에 총 82억 파운드의 부담금을 냈으며, 최저임금 납세자 1000만명이 낸 세금과 맞먹는 액수라고 지적했다.노동당 정부가 이 제도를 폐지하면 많은 부호들이 해외로 거주지를 옮길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막대한 세원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층 일각에서는 216년이나 유지해온 낡은 제도를 손 볼 때가 됐다는 지지도 적지 않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역시 지난해 12월 외국 부호들에게 부과하는 연간 부담금 5만 파운드를  9만 파운드(약 1억 4662만원)으로 인상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인정한 바있다.


복지 부문 경우, 보수당의 노선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개인의 책임 강화’라고 할 수있다. 근로연령 실직자에 대해선 2년간 실업 수당 등 복지혜택을 대폭 삭감하며, 은퇴자의 재정 자립을 유도하고, 이주민에 대해서는 4년간 사회복지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며, 실직한 이주민에 대해선 2년간 실직 수당을 제공하지 않는 것 등이 핵심이다. 


노동당은 영국 특유의 의료복지제도인 국민건강보험(NHS) 재정 25억 파운드 증액, 의사 및 간호사 고용확대, 대학등록금 3000파운드 삭감, 2년 이상 실직한 성인 및 1년이상 실직한 25세 이하에 대한 구직 지원, 시간당 최저임금을 8파운드로 인상,2017년까지 에너지 요금 동결,‘제로-아워스 계약(근무시간 및 횟수 규정 없이 일하는 고용계약)’ 금지 등을 내놓았다.
 

이주민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 노동당 모두 과거에 비해 강경한 노선을 취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이주민에 대한 복지 축소가 대표적인 예이다.경제위기와 테러 위협을 겪으면서 이주민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반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당은 EU 회원국 국민의 거주이전 자유를 보장한 ‘솅겐조약’의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노동당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국경 검문검색 강화와 공공부문 이주민 근로자 영어 사용 필수화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최근 영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 순유입된 이주민 숫자는  29만8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의 EU 회원국 지위에 관해서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캐머런 정부는 만약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 2017년에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있을 것인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U 집행부가 영국의 정치적, 제도적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다. 반면 노동당은 캐머런 정부가 이른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탈 유럽연합)’로 영국의 유럽 내 지위를 약화시키려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보수당과 노동당이 피말리는 접전을 벌일수록 주가가 올라가는 사람은 바로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젤 파라지(사진)당수이다. 오는 5월 7일 총선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이 과연 과반의석을 확보하느냐 마느냐는 UKIP이 몇 석을 확보하는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정당이 연정을 구성해야 할 경우,  UKIP을 파트너로 삼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워낙 극우 인종주의적 색채가 강한데다가, 파라지 당수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보와 발언으로 악명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UKIP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 즉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과 녹색당이 너무 취약하다는 점이다. 보수당 입장에선 기존의 연정파트너인 자민당과 손잡는 것이 가장 쉬운 방안이다. 하지만, 자민당에 거부감을 갖는 유권자들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이다. 


중도 성향의 자민당은 지난 2010년 보수당 정권에 합류하면서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균형추 노릇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지난 5년내내 보수당에 끌려다니기만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부 영국 언론들은 클레그 당수가 총선에서 낙선해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마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총선 후 ‘킹 메이커’ 역할을 할 수도 있는 파라지 당수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파라지 당수는 영국 남부 켄트 출신으로 알코올중독인 주식거래 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초 보수당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1992년 유럽연합(EU) 출범의 기초가 되는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영국이 가입하자 보수당을 떠나 영국독립당 창립 멤버가 됐다. 1999년 처음으로 유럽의회 의원이 됐으며 2006년 당수가 됐다.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UKIP을 영국 내 1위로 만들어, ‘108년 양당 구도를 끈 주인공’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따.
 

하지만 파라지 당수는 인종 차별과 성차별적 성향 및 극단적인 이민자 반대 정책 등으로 많은 비판도 받고 있다. ‘국제사회의 현존 지도자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는가하면, 이민자들의 영국 유입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국민들의 반이민 정서가 높아지면서 파라지와 UKIP에 대한 지지율을 상승세이다. UKIP은 창당 이래 처음으로 이번 총선을 통해 최소 20석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