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모디노믹스 1년

bluefox61 2015. 4. 27. 11:26
오는 5월 26일로 취임 1년을 맞는 나렌드라 모디(64)인도 총리가 지난 14일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2015/16년(회계연도는 4월1일~이듬해 3월31일) 인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7.5%를 기록해 16년만에 중국(6.8%)을 뛰어넘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가 취임하기 전후인  지난 2014년 4~6월 성장률은 5.7%였다. 

 

모디노믹스(Modinomics)가 통했다.주저앉는 듯했던 인도 코끼리가 다시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중국을 뛰어넘는 제조업 강대국이 되자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이니셔티브 덕분에 인도가 세계경제를 이끄는 기관차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모디노믹스 1년에 대한 평가는 성적표의 숫자가 말한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와 선진국들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2014/15년과 2015/16년 각각 7.5%의 고속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세계은행도  2015/16년 인도 성장률을 7.5%, 2016/17년 성장률을 8%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아시아개발은행(ADB)는 2015/16년 인도 성장률을 7.8%로 예상했다.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애틀랜틱카운슬 행사에 참석해 "대다수의 신흥국과 개도국 성장 전망이 지난해에 비해 다소 악화된데 비해 인도는 성장하는 밝은 지점(a  growth  bright)"이라고 호평하기까지 했다.  
 

2년여 전만 해도 인도 경제는 곤두박질 치는 듯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9%에 가까웠던 인도 경제 성장률이 2012년 5.1%로 추락한 것. 2002년 이후 10년내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직격탄을 맞아 루피화 환율이 급락하기까지 했다.철강회사 아르셀로 미탈의 제철소 계획 백지화를 비롯해 월마트의 점포 확장 계획 철회, 버크셔헤서웨이의 사업 철수 등 ‘탈인도’를 선언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이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Fed의 통화정책 변화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재정적자, 부족한 인프라, 부패, 정치불안 등 경제,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인도가 ‘제2의 금융위기 진앙지’가 될 것이란 우려와 경고가 쏟아졌다. 모디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인도 경제 재건을 내걸고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모디노믹스의 핵심은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인프라 투자 확대,제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이다. 모디 총리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메이크 인 인디아’이니셔티브는 모디노믹스의 구체적인 액션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GDP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 비중을 25%로 늘이고 1억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냄으로써, 인도가 중국을 능가하는 ‘세계의 공장’이 되겠다는 것이다.모디 정부는 자동차 항공 우주 건설 화학 정보기술(IT) 제약 항만 철도 등 25개 핵심 분야를 선정해 해외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이를 위해 모디 정부가 내건 것은 개혁,개방, 규제완화이다. 지난해 모디 총리는 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도 부문 전면개방, 석탄 판매권 민간 개방, FDI 규제완화 등을 단행했다. 철도 경우 외국 자본에 100% 개방했고, 국방 부문 FDI는 현행 26%에서 기술 전수 범위에 따라 최소 49%, 최대 99%까지 확대했다. 산업정책 및 부흥부(DIPP)가 지난 3월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4월~2015년 1월 인도에 유입된 FDI 총액은 전년대비 36% 증가해 255억 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 모디 총리는 경제구조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65년동안 국가주도 경제개발계획을 입안해온 경제계획위원회를 없애고, 민간 참여를 확대한  ‘인도 개조를 위한 국가기구(National Institution  for  Transforming  India)’를 출범시켰다. 의장은 모디 총리이고, 부의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인 경제학자 아르빈드 파나가리야이다.


해외 기업들은 모디의 개혁드라이브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에어버스가 인도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해외기업들의 인도행 러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모디노믹스 덕분에 인도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온통 장밋빛만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7일자 기사에서 인도 30대 기업들의 2014/15년도 영업이득 성장률이 전년 대비 3%에도 미치지 못해 지난 2010년 이후 5년 내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친기업정책이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는 하지만, 인도 기업들의 영업이득 상승으로는 아직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5일자 기사에서 해외 기업과 투자가들이 모디노믹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인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이유로 세제 정책의 혼선을 지적했다. 실제로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최근 현지 NDTV에 출연해 “해외 펀드 등에 부과되지 않았던 법인세의 한 형태로 (자본이득에 대한) 최저한세(MAX)를 부과하겠다”면서 “(MAX 세수가) 4000억 루피(약 6896억 원)가 될 것”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2012년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자본이득세에 항의해 인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만큼, 이제는 MAX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모디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는 만큼 올 4월 1일 투자 이후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선 MAX가 부과되지 않는다.

거대 제약회사들은 지난 2013년 인도 대법원이 노바티스가 생산하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특허권 인정을 불허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인도 시장 진출에 머뭇거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값싼 복제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된 환자들 입장에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판결이었다.

모디 정부가 추진하는 토지수용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농민 집회가 이어지는 등 정치, 사회 불안 문제도 인도 진출을 모색하는 해외기업과 투자가들에게는 불안한 요소이다. 지난 19일 뉴델리에서는 모디 정부가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토지수용법 개정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제1야당인 국민회의당(INC)의 라훌 간디 부총재는 이날 시위에서 “모디 총리가 지난 총선 때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 루피의 자금을 끌어 쓰며 당선됐기 때문에 농민들의 땅을 대기업에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디 정부는 지난해 말 도로·철도 등 대규모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때 종전에 필요했던 주민 70∼80% 동의와 사회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이를 법제화하기 위해 법안을 제출한 상태이지만 농민과 야당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독일 기업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여기 왔다. 인도는 이제 (과거와는) 다른 국가이다."
 

지난 13일 독일 하노버 산업기술박람회(하노버 메세)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렇게 선언하는 순간 행사장 안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인도 14개주의 400명이 넘는 기업인들을 이끌고 세계최대 산업기술박람회 하노버 메세를 찾은 모디 총리는 "우리의 규제 체제가 과거보다 훨씬 더 투명해졌으며, (기업에)호의적이고,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며 ‘기업하기 좋은 인도’를 역설했다. 모디의 바람잡이 덕분인지, 올해 하노버 메세에 참석한 기업인들 사이에서 최대 화제는 단연 인도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보도했다.
 

인도 경제부흥을 위한 모디의 ‘실리주의’외교가 갈수록 광폭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모디는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인접국 부탄과 네팔을 가장 먼저 방문해 남아시아 맹주로서 인도의 위상을 과시하더니,그해 7월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BRICS)정상회의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고,8월말 일본에 이어 10월 미국을 잇달아 방문해 양국간 경제협력을 다졌다. 특히 미국 방문 당시 모디는 과거 미 정부로부터 입국 거부조치를 당했던 수모가 언제 있었냐는 듯, "인도에게 미국은 천생연분의 나라"라며 투자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올해 1월에는 버락 오마바 미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하기도 했다.
 

모디는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독일,캐나다를 순방한데 이어 오는 5월 14일부터 19일까지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 몽골, 한국 등 동아시아 3개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모디 총리는 이번 방한에서 ‘메이크 인 인디아’와 관련해 한국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는 한편, 자국 조선소에서 액화천연가스를 운반하는 LNG선을 생산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할 전망이다.
 

모디의 중국방문은 지난해 9월 시진핑 (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인도 방문에 대한 답방의 의미로,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오랜 영토분쟁을 겪어왔던 인도와 중국은 지난 3월 뉴델리에서 첫 국경회담을 열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올 하반기엔 이스라엘, 세르비아 헤르체고비나 등 외교 행보를 중동과 동유럽으로까지 넓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