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 파괴되기 전 3D 스캐닝하라!

bluefox61 2015. 5. 28. 15:05

고대 로마시대 유적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시리아의 팔미라가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점령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라크 모술, 하트라, 님로드 등에서 무함마드 시대 이전의 고대 유적과 유물들을 대대적으로 파괴했던 IS가 팔미라도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바미얀의 거대 석불을 다이나마이트로 파괴했으며, 지난 2010년에는 말리의 이슬람 반군조직 안사르 딘이 팀북투의 고대 묘역을 우상숭배물이란 이유로 훼손해 국제사회가 경악했다. 
 

이슬람 근본주의만 세계문화유산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재해로 인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축물이나 문화재가 산산이 부서지는 경우도 많다. 지난 4월 네팔을 강타한 지진으로 카트만두의 9층짜리 다라하라(빔센) 탑을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7곳 중 5곳이 파괴됐다.소라껍데기 모양으로 절이 모여 있는 박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3세기에 지어진 파탄 두르바르 광장, 19세기까지 네팔 왕가가 살았던 바산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히말라야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유적 중 하나인 보다나트 스투파,5세기에 지어진 스와얌부나트 사원도  등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최근 인간과 자연에 잇달아 파괴되면서, 문화재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추후 복원을 위해 3D 첨단 기술에 좀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이른바 ‘디지털 복원’은 유형의 문화재와 인간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무형의 문화재를 컴퓨터 그래픽, 가상현실 등의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본 모습대로 복원해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현재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문화재라도 테러나 천재지변으로  급작스럽게 훼손될 수 있는데, 그런 일이 발생하기 이전에 문화재에 관한 디지털 데이타를 만들어 훗날 복구 자료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원되는 기술이 3D 스캐닝으로, 일반 카메라가 2차원 평면을 나타내는 것에 비해 입체적인 측정이 가능하다. 

 

 

 

 

오리지널 동굴의 보존을 위해 3D 스캐닝 기술로 만들어진 '복제' 쇼베 동굴의 내외부.


3D 스캐닝 기술을 이용해 문화재를 복원 또는 복제한 경우는 이미 여럿이다. 지난 4월 25일 프랑스에서는 선사시대 벽화로 유명한 쇼베 동굴을 3D 스캐닝 기술로 복제한 동굴이 일반에 공개돼 큰 관심을 모았다. 1994년 발굴된 본래 동굴은 폐쇄하고, 그 옆에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 공개한 것. BBC에 따르면 복제동굴은 벽화는 물론이고 동굴의 지형,습도, 온도, 울림까지 오리지널을 거의 똑같이 재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에서는 송대에 제작된 바오딩산(寶頂山) 암각 천수관음상을 3D 스캐너로 스캐닝해 복제하는 작업이 햇수로 5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1년 4월 시작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관음상의 1007개의 손 중 현재 830개의 손이 복제됐고 올 상반기쯤 모든 작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신생기업인 스카이캐치사는 최근 네팔 카투만두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다라하라 탑과 주변 지역에 대한 3D 스캐닝 작업을 벌여 관심을 모았다. 프로젝트의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 장마철이 되면 탑의 잔해들이 흩어져 없어져 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상태 그대로 3D 스캐닝을 해놓으면 나중에 복원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문화재 3D 스캐닝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 기구들도 늘어나고 있다.영국 옥스퍼드대와 리스터대의 ‘위기에 처한 중동과 북아프리카 문화유산’ 팀은 자선단체 아카디아의 지원을 받아 향후 2년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주요 문화유적지를 3D스캐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의 비영리 기구인 사이아크(CyArk)도  향후 5년간 약 500개의 문화재 및 유적지에 대해 3D스캐닝을 할 계획이다.‘사이아크’란 이름 자체가 ‘사이버’와 ‘노아의 방주’를 합성한 것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한 문화유산을 사이버 기술로 보존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젊은 학자 2명이 IS가 파괴한 이라크 모술의 문화재를 3D 기술로 되살려내는 ‘프로젝트 모술’을 주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지털 문화유산을 위한 이니셜 트레이닝 네트워크(ITN-DCH)’란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챈스 커브너와 매튜 번스는 IS가 모술 문화재를 파괴하는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일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모술을 찍은 사진을 모으는 캠페인을 벌여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전쟁 전 모술을 방문했던 관광객들이 찍은 사진자료들을 디지털 데이터화해놓으면, 나중에 복원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백 장의 모술 문화재 사진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딩대의 로저 매튜스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프로젝트 모술’을 "멋진 프로젝트"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