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터질게 터졌다...쑥대밭된 FIFA, 비리수사 본격화

bluefox61 2015. 5. 28. 15:23

미국 사법당국이 그동안 부패·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국제축구연맹(FIFA)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정의 칼을 빼 들었습니다. 


27일 로레타 린치 미 법무장관이 제프리 웹(케이만군도)과 에우헤니오 피게레도(우루과이) FIFA 집행위원회 부회장 등을 포함한 전·현직 FIFA 간부 9명과 미국과 남미의 스포츠 마케팅 회사 임원 5명을 뇌물 수뢰 및 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요. 린치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기소는 전세계와 미국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이며 뿌리 깊은 축구경기 부패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최소한 두 세대에 걸쳐 FIFA 간부들은 직위를 이용해 거액의 뇌물과 리베이트를 챙겼다"고 밝혔고요. 하루전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FIFA 전현직 고위간부들에 대한 체포가 단행됐습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웹 부회장 등은 지난 1991년부터 최근까지 24년 동안 특정 스포츠 마케팅 업체들로 부터 뇌물을 건네받았다고 합니다. 월드컵과 골드컵 대회 중계권 등을 특정 업체들에 몰아주는 대가 등으로 자금까지 수수한 금품은 드러난 것만 1억5000만 달러(약 1657억 원)에 달합니다. 이들에게는 뇌물수수와 공갈, 사기, 돈세탁, 불법금융거래등 모두 47가지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무시무시한 혐의나, 천문학적인 액수만 보면 축구단체가 아니라 마피아 범죄집단이라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게 없는 지경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FIFA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고 합니다. FIFA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축구계도 술렁이고 있고요.

 

2018년 월드컵 개최지인 러시아가 "FIFA 비리와 러시아 월드컵은 무관한 일이며 미국은 자국 영토 바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심판자 노릇을 당장 멈추고 국제법 절차를 따르기를 촉구한다"고 맹비난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태는 미국과 러시아 간 외교 마찰로까지 비화될 조짐입니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에서는 증시가 폭락했고,클린턴 재단이 FIFA로부터 기부금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차기 미 대통령 직을 노리고 있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고요.


 

 

아디다스, 코카콜라, 비자, 현대기아차, 가스프롬, 비자 등 독점적 마케팅 권한을 지닌 파트너는 기업 이미지에 미칠 악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음료 부문 파트너인 코카콜라는 27일 성명을 통해 "오랜 비리 의혹이 월드컵의 이상을 더럽혀왔고 우리도 계속 걱정해왔다"며 "FIFA가 수사에 철저히 협조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더군요.  


현재 파트너나 스폰서는 아니지만 1996년 마케팅 파트너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금품수수 정황에 등장한 스포츠 용품업체 나이키는 27일 성명을 통해 "사업과 경기에서 우리는  윤리적이고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지지하며 어떤 형태의 속임수나 뇌물도 규탄한다"며 수사당국에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새삼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워낙 오래전부터 FIFA가 마피아와 다름없다는 비판이 많았고, 2010년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이건 아니다"란 비난이 쏟아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지요. 특히 영국은 FIFA에 대해 아주 칼을 갈았고요. 영국 언론들이 FIFA비리를 물고 늘어졌던 건 아주 유명한 일이고요. 당시 분위기를 나타내는 기사를 보면...

 

■2014년 6월 2일자  

 
영국 신문 선데이타임스의 1일 국제축구연맹(FIFA) 뇌물 스캔들 폭로 보도가 세계 축구계를 강타하고 있다.


선데이타임스는 ‘월드컵을 사려는 음모(Plot to Buy The World Cup)’란 제목의 기획기사에서, 지난 2010년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됐을 당시 표를 얻기 위해 대대적으로 뇌물을 제공했음을 보여주는 이메일, 편지, 송금 기록 등 증거 자료 수 천만 건을 입수했다며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와 관련해 지난 약 4년동안 수 차례 뇌물설이 제기됐지만, 이번처럼 방대한 규모의 관련 증거가 언론을 통해 드러나기는 처음이다. 특히 카타르 측이 FIFA 집행위원들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대륙의 약 30개국 축구협회장들에게 돈을 줬으며, 현금뿐만 아니라 송사에 휘말려 있는 일부 집행위원들에게는 법정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등 다양한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주장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재확인된 사실은 무함마드 빈 함맘 전 FIFA 집행위원 겸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과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부패 커넥션이다. 선데이타임스는 "입수한 이메일을 보면 빈 함맘이 개최국 결정 1년 전부터 활발한 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아프리카 지역 FIFA 관계자들에게 돈이 흘러들어간 은행 거래 명세서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빈 함맘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아프리카의 약 30개국 축구협회장들의 계좌에 돈을 흘러들어간 증거가 있으며, 워너 전 부회장의 계좌로는 투표 전 45만 달러를 포함해 총 160만 달러가 입금된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빈 함맘은 아프리카 지역 내 카타르 지지 분위기를 고조시켜 4명의 아프리카 출신 FIFA 집행위원들의 지지를 끌어낸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텔레그래프는 워너 전 부회장이 카타르월드컵 유치가 확정되고 약 15일 뒤 빈 함맘으로부터 총 235만 달러(약 24억 원)를 받았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 돈의 일부가 뉴욕의 한 은행을 거쳐 케이맨제도의 은행계좌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 중이다. 선데이타임스는 개최지 투표를 앞둔 상황에서 언론의 함정취재에 걸려들어 투표공모 및 뇌물수뢰 혐의로 자격이 정지됐던 레이날드 테마리 집행위원을 위해 빈 함맘이 소송 비용 41만5000달러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카타르 월드컵유치위원회와 조직위원회 측은 선데이타임스의 보도 일체를 부인했다. 카타르 정부 역시 " 빈 함맘은 월드컵 유치와 관련해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표가 치러지기 전인 지난 2010년 11월 카타르월드컵 유치위원회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카타르 국왕의 6남) 위원장이 "빈 함맘은 월드컵 유치 캠페인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각별한 애정과 신뢰를 나타낸 적이 있다. 


빈 함맘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카타르월드컵 유치를 위해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임원 모임에서 FIFA 집행위원들에게 뇌물을 뿌렸다는 의혹으로 축구계로부터 영구 제명됐다가 2012년 재판에서 승소했으며, 같은 해 FIFA로부터 2차 영구제명 조치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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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될 당시 최소 4명의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FIFA 최고위층으로부터 개최지 선정 투표 재실시 가능성이 제기됐다.


짐 보이스 FIFA 부회장은 1일 B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FIFA는 (뇌물 스캔들을 조사 중인) 마이클 가르시아 수석조사관을 100% 신뢰하고 있다"며 "만약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고 개최지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면 집행위원으로서 재투표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12월 카타르가 한국·일본·호주·미국 등을 제치고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직후부터 뇌물 스캔들이 끈질기게 제기돼 왔지만, FIFA 최고위층 인사가 직접 재투표를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BBC, 가디언 등은 지적했다. 가르시아 수석조사관은 2일 오만에서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FIFA 뇌물 스캔들과 관련해 별도의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파문은 1일 영국의 선데이타임스가 카타르 건설업계 부호 출신인 무함마드 빈 함맘 전 FIFA 집행위원 겸 전 아시아축구협회장이 2010년 12월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돼 FIFA 집행위원들에게 최소 500만 달러(약 51억 원)를 뇌물로 제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송금거래 기록 등 수천만 건의 증거자료를 확보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짧게는 지난 수년간, 길게는 수십년간 FIFA 안팎에서 떠돌던 비리설이 이번 수사를 계기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게 되자, FIFA 비판자들은 일제히 한 목소리로 이번 기회에 뿌리깊은 부패를 일소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동안 FIFA의 뇌물관행과 제프 블라터 회장 체제를 강하게 비판해왔던 축구선수 디에고 마라도나는 27일 아르헨티나 현지언론 ‘라디오 라레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사람들이 (FIFA를 비판하는)내게 미쳤다고 말했지만, 오늘 미 연방수사국(FBI)이 진실을 밝혀냈다"고 말했습니다. 마라도나는 오는 29일 FIFA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영국 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블라터는 독재자"라고 비난을 퍼부으며 그의 5선 도전을 반대해왔지요.


한편 유럽축구연맹(Uefa)은 27일 성명을 통해 "회장 선거를 6개월 뒤로 미루자"고 주장했고,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축구에 부패가 들어설 여지는 없다"면서 남미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모든 축구단체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도 FIFA 비리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고요.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27일 멕시코 방문길에 "FIFA 고위 인사들의 비리에 대한 수사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브라질 축구계에 해를 끼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심스런 자세를 나타냈는데, 호세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사법 당국이 2014년 월드컵 개최지가 브라질로 결정된 과정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는 브라질 언론의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FBI에 FIFA 비리에 관한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바로 미국출신의 FIFA 전 집행위원 찰스 척 블레이저라는 사람입니다. 별명이 '미스터 10%'였다고 하니, 이 사람 자신도 비리덩어리였던 모양인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기사를.^^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연방국세청(IRS)에 국제축구연맹(FIFA)의 뇌물관행 등 수많은 비리 사실을 낱낱이 폭로한 ‘숨은 정보원’은 FIFA 집행위원과 북중미카리브축구협회(CONCACAF)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한 때 북중미 대륙 축구계를 움직이는 실세 중의 실세였던 미국인 척 블레이저(70·사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수사 당국은 27일 성명을 통해 "블레이저의 협력이 국제축구계(FIFA)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 볼 수있게 해 준 창(window)이 됐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블레이저를 ‘세계 축구계를 뒤흔든 진앙지’로 지목했다.

 

이때만해도 분위기 좋았던 블레이저(왼쪽)와 블라터 회장


하지만 블레이저를 일반적인 의미에서 ‘내부 고발자’로 보기는 어렵다. 뉴욕타임스(NYT)는 무려 2100만달러에 달하는 재산의 대부분을 역외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에 숨기는 방식으로 탈세, 돈세탁 등을 저지른 혐의로 이미 2011년부터 미 법무부의 수사를 받아왔던 블레이저가 10년형 이상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하자 FIFA 비리와 관련된 내부 정보 제공자로 변신했다고 27일 전했다. ‘미스터 10%’란 별명으로 불릴만큼 뇌물챙기기로 악명을 높았던 그가 상황이 불리해지자 동료들의 등에 칼을 꽂은 배신자가 된 것이다.


앞서 지난 2014년 11월 뉴욕데일리가 FIFA 관련 비리를 수사 중인 법무부에 내부 정보를 제공한 인물로 블레이저전 FIFA 집행위원을 지목한 적이 있지만, 수사당국이 당시의 보도를 사실로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NYT에 따르면, FBI와 IRS의 수사관들이 블레이저에게 접근한 것은 지난 2011년 가을이었다.수사관들은 뉴욕 시내에서 블레이저를 만나 그가 저지른 비리들에 관한 증거를 제시하면서 "이 자리에서 쇠고랑을 차든가, 아니면 우리에게 협력하라"고 최후통첩했다. 블레이저는 이듬해인 2012년 여름 런던올림픽 때 FIFA 관련 모임에 마이크를 숨기고 들어가 집행위원들의 뒷거래, 뇌물 등 비리 관련 발언들을 모두 녹음해 FBI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미 법무부에 의해 기소된 잭 워너 전 FIFA부회장, 27일 스위스 취리히 호텔에서 체포된 제프리 웹 부회장은 모두 블레이저가 CONCACAF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회장으로 모셨던 상사이자 절친이다. 블레이저는 FBI와 IRS에 정보를 넘긴 이후에도 기소돼 2013년 190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고, 2013년 결국 FIFA의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재판이 아직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추가 벌금 등 최종 형량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FIFA 비리수사를 위한 협력이 인정되면서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대장암 투병 중인 블레이저는 현재 뉴욕 프레스비테리언 종합병원에 입원 중이다.그는 이번 FIFA 전현직 간부 체포 사건에 대한 소감을 묻는 NYT 기자의 질문에 "할말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