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본 영화들

아이가 나오는 공포영화가 더 무섭다 1

bluefox61 2006. 6. 26. 17:01

공포영화에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는 대부분 사이코 살인마, 귀신 또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악마 등이다. 예외적인 존재가 바로 어린이. <오멘>처럼 어린이가 살인마이거나 악령으로 등장하는 공포영화들이 적지 않다.

뉴스위크지는 최근 기사에서 흔히 ‘천사’의 이미지로 인식돼온 어린이가 영화 속에서 절대 악으로 등장할 때 관객은 더 강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오멘>을 비롯해 <사일런트 힐> 등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공포영화들이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화 속 어린이 악마는 부모-자식 간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혈연관계의 해체, 그리고 인류사회의 뿌리깊은 신뢰기반 붕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근원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린이가 악의 존재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공포영화들을 소개한다.

 

<나쁜 씨 Bad Seed > 1956년, 윌리엄 마치 감독

영국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8살짜리 딸이 살인마란 사실을 눈치채게 된 젊은 어머니 크리스틴의 공포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어린시절 온가족이 몰살되고 홀로 살아남아 입양됐던 크리스틴의 과거와 , 딸 로다의 끔찍한 살인행각이 교묘하게 겹쳐지면서 공포감이 배가된다. 당시까지는 어린이를 사이코 살인마로 등장시킨 영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나쁜 씨>는 관객들에게 엄청난 쇼크를 던지는 동시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85년 리메이크된 적이 있고, 2007년 개봉을 목표로 두번째 리메이크될 예정이란 점에서 이 작품에 대한 꾸준한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저주받은 도시 Village of Damned> 1960년, 울프 릴라 감독

1960년대 서구사회의 외계생명체에 대한 관심과 공포를 반영한 대표적인 호러 영화. 특히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귀여운 소년 소녀들을 외계 살인마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기발하고 충격적이다. 원작은 영국 SF작가 존 윈드햄이 쓴 ‘미드위치의 침입자들’. 60년작의 인기에 힘입어 64년 후속편인 <저주받은 아이들>이 제작됐는가하면, 95년 미국 공포영화의 대가 존 카펜터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영국의 한 한적하고 아름다운 시골마을에서 마을주민들이 집단으로 정신을 잃는 기묘한 사건이 일어난다. 얼마뒤 마을에 살고 있는 가임기의 모든 유부녀와 미혼녀들은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욱 이상한 일은,  모든 임산부들이 한날한시에 아기를 낳은 것. 마을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왠지모를 불길함을 느끼지만, 금발머리칼에 새파란 눈을 가진 인형 같은 아기들의 재롱에 홀딱 빠져서 다른 생각 따위는 전부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몇 년뒤, 부모들은 하나둘씩 아이들의 이상한 힘에 사로잡혀 정신이상이 되거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외계로봇 같은 무표정한 아이들의 섬뜩한 모습과 , 여자의 자궁을 통해 외계인이 지구를 점령한다는 원초적 공포심을 자극한 숨은 걸작.

 

<악마의 씨 Rosemary’s Baby> 1968년 , 로만 폴란스키 감독

 여성의 자궁을 악의 수단으로 설정한 또 한편의 고전 공포영화 . 여기에서는 여성의 자궁을 이용하는 존재가 외계인이 아니라 절대악령이다. 생명을 잉태한 임산부와 태아는 언제나 축복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인류문화의 뿌리깊은 관념을 뒤엎은 파격적인 발상과 폴란스키의 짜임새있는 연출력, 그리고 공포와 노이로제가 한데 뒤엉킨 미아 패로의 부서질 듯 섬세한 연기력이 어우러진 탁월한 작품이다.

 

<엑소시스트 The Exorcist > 1973년,윌리엄 프리드킨

악령에 사로잡힌 12세 소녀와 퇴마사의 생명을 건 혈투를 그린 영화. 보기 드믈게 리얼한 특수효과도 충격적이었지만, 순진한 십대 소녀의 입을 통해 욕설과 저주, 그리고 음탕한 말이 쏟아져 나오는 설정도 쇼킹했다. 존 부어맨 감독에 의해 2편, 윌리엄 피터 블래티 감독이 3편을  제작됐고, 2004년에는 레니 할렌 감독이 <엑소시스트; 더 비기닝>을 내놓기도 했다.

 

<옥수수밭의 아이들 Children of Corn>  1984년 ,프리츠 커쉬 감독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단편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 네브라스카의 작은 마을 게이틀린에 어느날 타지의 젊은 부부가 우연히 들어오게 된다. 이상하게도 마을에서는 어른들을 찾아볼 수없고 아이들만 살고있다. 부부는 아이들이 어른들을 모두 살해했으며 , 아이작이란 소년이 이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된다. 끝없이 펼쳐지는 옥수수밭과 고립된채 버려진 마을풍경, 그리고 살의를 번득이는 아이들에 의해 조여들어오는 공포감이 잘 살아난 작품이다.

 

<위험한 아이 The Good Son> , 1993년 , 조지프 루벤 감독

어머니가 죽은 후 마크(엘리야 우드)는 아버지가 사업차 여행을 간 동안 삼촌댁에 맡겨지게 된다. 사촌 헨리(매컬리 컬킨)와 처음에는 아주 즐거웠으나, 마크는 헨리가 사악한 심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크는 무기와 살인에 사로잡혀있는 헨리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애쓰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으려하지 않는다. 헨리는 겉으론 모든 부모가 꿈꾸는 완벽하게 ‘착한 아들’ 이었기 때문이다. 

마크는 몇 달전에 물에 빠져 죽은 삼촌 부부의 세살짜리 아들도 헨리가 동생을 질투해 죽인 것이란 심증을 갖게 된다.  끝장면에서,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엄마에게 순진무구한 얼굴로 ‘사랑한다’며 살려달라고 매달리던 헨리의 간악한 표정이 압권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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