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교황님, "전 인류의 집 '지구'를 돌보라"

bluefox61 2015. 6. 16. 07:39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변화를 인간책임으로 규정하고, 종파를 넘어선 전 지구적 차원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15일 이탈리아의 시사주간지 레스프레소는 교황이 오는 18일 공식발표할 기후변화에 관한 회칙(encylical letter)의 초안을 단독 입수했다며 내용을 요약 보도했다. 교황이 발표하는 회칙은 주교들을 통해 전 세계 가톨릭 교회와 약 12억 명에 달하는 신자에게 전파하기 위한 사목교서로, 지난 2013년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회칙을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교황이 이 문제를 전 인류, 특히 빈곤의 문제와 연관지어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레스프레소에 따르면, 192페이지로 이뤄진 회칙의 제목은 ‘우리 모두의 집을 돌봄에 대하여’이다. 지구는 곧 집이며, 지구온난화를 막는 일은 곧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돌보는 것과 마찬가지란 의미이다. 


회칙에서 교황은 지구온난화가 ‘대부분’ 인간책임이며, 가난한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자 나라 국민들이 함부로 쓰고 버리는(throw away) 생활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탄소배출 감소와  재생에너지 정책의 강화를 촉구했다고 레스프레소는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 뉴욕타임스는 교황이 이번 회칙에서 과학의 범주 안에서 논의돼온 지구온난화를 신학과 믿음의 문제로 재정의하고, 인류를 빈곤으로부터 구원한 자본주의가 자연을 어떻게 과도하게 개발하면서 불평등을 초래했는가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즉위 초부터 물질만능주의, 빈부격차를 강하게 비판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적극적으로 발언해왔다. 올해초 필리핀 방문 때 "지구온난화는 대부분 인간이 만들어낸 현상"이라며 "인간이 자연을 너무 많이 착취해왔다"고 말했고, 지난 4월에는 전 세계 기후학자, 정치가, 종교인들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기후변화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교황은 7월 남미를 시작으로 9월 쿠바와 미국,유엔 등을 방문해 회칙에 따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지구온난화 경감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 방문 때에는 의회와 유엔 연설대에 올라 빈부격차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제기할 계획이다.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유엔 기후변화 사무국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의 회칙이 오는 12월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큰 영향을 미칠 수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교황의 이같은 행보에 이른바 ‘기후변화 회의주의자’들과 미국 티파티 등 보수진영은 강한 불만과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이자 가톨릭신자인 릭 샌토럼은 "과학은 과학자들에게 맡기자"고 주장했고, 미 보수진영 웹사이트 ‘퍼스트 싱(First Thing)’의 평론가 모린 멀라키는 교황을 "오지랖 넓은 에고이스트"라고까지 맹비난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21세기말쯤 지구 평균 기온이 2.6도 오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5일 발표한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관한 특별보고서’에서 오는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2100년에는 지구 평균 온도가 2.6도 상승해 극심한 홍수,가뭄, 폭풍, 해수면 상승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했다. 2200년 이후에는 지구 평균 온도가 3.5도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인구밀집지역이 많은 북반부의 육지 경우 평균 4.3도 오른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좋은 출발(good start)’로 평가하면서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로 유지한다는 계획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티 비롤 IE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5일 영국 런던에서 보고서 브리핑 기자회견을 열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취하지 않는 한 "우리가 지난 수 세기동안 보아온 지구와 굿바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지킬 경우, 오는 2030년 쯤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제치고 최대의 전력 공급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풍력·태양광 등 현재 전력 생산의 22%를 차지하는 재생에너지가 2030년에는 32%로 늘어나는 반면, 현재 최대 전력 공급원인 석탄은 41%에서 3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2014년 현재 2700억 달러 규모의 재생에너지 부문 투자를 2030년까지 4000억 달러로 늘이도록 촉구했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21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COP21) 총회를 앞두고 발표된 것으로, 이 총회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협약이 체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