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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에 참수된 '팔미라의 하워드 카터'

bluefox61 2015. 8. 20. 10:00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시리아의 로마시대 유적지 팔미라에서 태어나 평생을 팔미라 연구에 바쳐온 노학자 칼레드 알 아사드(82·사진)가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로부터 팔미라를 지키다가 참수당한 사건에 전 세계 문화계가 깊은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19일 성명을 통해 알 아사드의 비극적인 죽음을 "끔찍한 만행"으로 규탄하면서 "고인의 업적은 극단주의자들을 넘어서서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IS는 위대한 인물을 살해했지만 역사를 침묵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문화재 담당 관리를 지낸 아므르 알 아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투탕카멘 무덤을 발굴한 하워드 카터를 빼놓고 이집트학을 이야기할 수 없듯이 알 아사드를 거론하지 않고 팔미라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고인을‘팔미라의 하워드 카터’로 평가했다. 텔레그래프는 2차세계대전 등 앞서 전쟁 때 문화재를 지켜냈던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후대를 위해 선조들이 남긴 보물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알 아사드는 우리 모두를 위해 죽었다"고 애도했다. 고고학자 톰 홀란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고대 유물을 연구,전시하고 해외학술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고고학자를 죽이는 이데올로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18일 마문 압둘 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국영 사나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50여년동안 팔미라 유적을 연구한 학자 알 아사드가 IS에 의해 처형됐다는 사실을 고인의 가족들이 자신에게 알려왔다고 말했다.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IS는  이날 팔미라 유적지 인근 도시 타드무르의 박물관 인근 광장에 알 아사드를 끌고 나와 주민 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참수한 다음 시신을 팔미라로 옮겨 유적지 기둥에 매달고 참수된 머리를 발밑에 놓은 동영상을 인터넷상에 공개했다. 외신에 따르면 시신에 붙어 있는 팻말에는  "아사드 정부 협력자, 팔미라 우상들의 책임자, 해외에서 이교도들과 교류한 배교자"등의 ‘범죄’들이 나열돼있었다.
 아랍-영국 친선위원회 크리스 도일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고인이 팔미라의 유적들을 옮긴 안전장소를 대라는 심문을 받았지만 끝까지 협조를 거부하다 참수됐다는 말을 시리아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지난 5월 팔미라가 IS에 함락되기 전 시리아 정부는 수백 개 고대 입상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고 밝힌 바 있다.전문가들은 IS가 암시장에 유물들을 내다팔아 돈을 벌기 위해 행방을 찾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34년 팔미라에서 태어난 알 아사드는 1963년부터 2003년까지 팔미라 유적 책임자로 활동하다 은퇴한 후 박물관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며 발굴과 연구활동을 해왔고, 20여권의 저서를 출간하고 여러 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해왔다.